욕망의 늪
안원근 지음 / 문이당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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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늪 

 

몇몇 눈여겨 봐야 할 인물들이 있다.

 

먼저 정교술이란 인물이 있다.

 

정교술은 시대를 읽는 탁월한 재주를 가졌다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냄새를 잘 맡는다. 어떤 것이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 잘 맡아서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간다.

 

헤쳐 나가면서자기 입맛에 맞게 맛있게도 해쳐 먹는다.

 

저자는 그를 이렇게 묘사한다.

 

<어느 시대건 비열한 저류 인생들은 시대를 읽어가는 기술자답게 자신의 탐욕을 채워 나갔다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 속에서 이들은 기민한 촉수를 세워서 자신의 영달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고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예사로 알았다.>(<작가의 말중에서)

 

그래서 그런 자들의 행동 동기를 욕망으로 파악하고욕망의 본질을 이렇게 정의한다.

<욕망은 인간을 성자로 만드는 원천이며인간을 탕자로 만드는 본원이다.> (<작가의 말중에서)

 

[이건 본론과 관련이 없는 말이지만간혹 책 페이지 매기면서 앞부분 예컨대 <작가의 말>이라든가에 페이지를 매겨 놓지 않는 책이 있는데그건 왜 그런 것일까?]

 

그렇다정교술그는 저류 인생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잘 산다잘 살아간다다른 사람들을 밑에 거느리고 떵떵거리면서 살아간다그에게 당한 사람들은찍소리도 못하고 그저 눈치만 보면서 살아간다.

 

이 책은 그런 저류 인생이 시대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를 줄거리로 삼아우리 시대를 그려낸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해방좌우 대립전쟁그리고 현재까지

저류 인생이 오히려 잘 먹고 잘 산다

 

그의 아들 연호는?

 

그런 시대의 패륜아인 정교술에게 아들이 있다연호.

연호은 아버지인 정교술과는 딴 판이다아버지와 다른 삶을 살고자 한다.

 

왜 그런 것일까?

정교술이란 사람에게서 어떻게 연호라는 아들이 나온 것일까?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연호에게 출생의 곡절이 있는 것이다.

 

여기 리뷰를 쓰면서 대뜸 연호가 정교술의 아들이라는 것을 밝히는 것은 어찌보면 스포일러에 해당하는지도 모른다저자는 연호를 지칭할 때 성을 붙여 말하지 않는다그저 연호라 부른다. 그래서 독자들은 정교술과 연호가 부자관계라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지나가다가어느 순간에서야 비로소 눈치를 채게 된다.

 

저류 인간 정교술이 시대를 헤쳐 나가는 모습과 더불어 그의 아들 연호가 시대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를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도이 책을 읽는 재미일 것이다.

 

무대는 전라북도 전주

 

이 소설의 배경은 전주다전라북도 전주.

해서 전주에서 살았던 기억이 있다거나 전주에 살고 있는 독자들은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마치 <태백산맥>이나 <아리랑>을 해당 지역에 사는 독자들이 읽을 때와 같이 피부로 느껴가면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물론 대부분은 슬픈 역사이긴 하다만.....

 

승암산중바우를 무대로 사는 거지들

아중 저수지,

한벽루,

노송천,

미원탑

 

전주역 앞에서 벌어진 처녀 납치 사건

그리고 그 근처의 창녀촌

 

따뜻한 해장국물 냄새가 인정으로 풍겨나는 남부 시장.

그리고 이웃 지역인 소양까지 저자는 사람 사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이런 지명이 등장하면서 각개인의 역사가 이루어지니우리나라 역사의 미시사로 읽어도 좋을 듯하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인간 특히 폭력적 인간들은 자신이 저지른 비행을 숨기기 위해서 굳고 강하게 엮어진 울타리를 치려고 하거든. (39) 

타민족은 이 땅에서 몰아냈는데 내 민족이 두 패로 나뉘고 내 땅이 두 쪽으로 갈라져 버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땅을 치고 발을 굴러 통곡해도 조상님들께 무어라 할 말이 업었다. (206)

 

다시이 책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연호에게는 연화라는 연인이 있다.

연화는 남부시장 청과점의 딸이다.

 

(연화의아버지나 어머니는 지금까지 살아 온대로 큰 욕심 없이 남부시장에 작은 청과점을 차려놓고 .....시장에서 집으로 왔다갔다 하는 게 하루의 전부였다손님이 없는 시간이면 ,,,,,,둘이서 손을 꼭 잡고 전주천을 바라보며 한벽루까지 산책하는 것을 가장 뜻있고 즐거워했다. (243)

 

연화의 연인 연호그의 아버지인 정교술은?

 

해방을 맞아 일본이 달아나자 정교술은 맹렬한 우익 전사가 되었다. (259)

 

우리가 살펴볼 대목은 이 부분이다두 남녀의 아버지어머니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과연 정교술은 그다음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가?

그 인생이 편하게 살아지는가아닌가?

 

저자는 이 책의 마무리에 정교술이 남의 손에 칼 맞는 것으로 했지만,

어디 인생이 그리 만만하던가?
우리 역사가 그런 식으로 정리가 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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