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를 찾아라 (양장) - 법정 스님 미공개 강연록, 2판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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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교도는 아니지만, 의외로 내 서재에는 스님들의 저서가 꽤 여러 권 자리하고 있다. 법륜스님과 혜민스님 그리고 법정 스님과 팃닛한의 저서까지...! 나는 크리스천이지만, 스님들의 책에서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목사님들의 저서에 비해 스님들의 저서는 좀 더 세상사에 눈을 맞춘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타 종교인이나 종교가 없는 사람들의 경우 기독교 서적보다는 불교서적을 좀 덜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법정 스님을 처음 만난 것은 국어 교과서에 실려있던 무소유를 통해서였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책은 좋아했지만, 독서가 다른 목적을 가지게 되는 경우 반감이 생기는 것 같다. 의외로 법륜스님이나 혜민스님보다 글이나 강의로 먼저였던 법정 스님의 저서 중 하나를 아주 오래전 구입했었다. 여전히 내 서재 한 편에 자리하고 있는 책 옆에 이 책이 함께 놓여있다. 이 책은 이미 과거에 나온 책인데, 새롭게 리커버를 한 것 같다. 책 안에 담긴 글에는 어디서 강의를 진행했느냐에 따라 불교의 교리가 진하게 담긴 부분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청중이 불교도가 아니거나 일반 대중이 많은 경우는 좀 더 실제 삶의 이야기가 담겨서 읽기가 편했다. 여러 부분에서 얼굴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했는데, 얼굴에서 얼이 정신을, 굴이 꼴(모양)을 뜻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이 마흔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말 또한 그런 면에서 얼굴의 뜻과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스님 역시 자신의 마음 씀씀이가 나이가 들수록 얼굴에 드러난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어떤 정신과 마음을 가지고 삶을 대했는냐에 따라 내 얼굴이 아름답게도, 추하게도 보일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여기서 미의 기준은 꾸밈이나 화장, 생김새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이 아름다움에는 자기다움이 포함된다. 내 삶을 스스로 형성하지 않고 타인을 닮아가기만 하면 결국 자신만의 얼굴, 자신만의 삶을 이룰 수 없다.

책 안에서 스님은 욕심을 참 많이 경계하고 있다. 움켜지고, 나누지 않는 삶에 대해 책망을 하기도 한다. 아마 그런 면에서 무소유의 정신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게 아닐까 싶다. 아웅다웅하며 움켜진다고 그것이 전부 내 것이 된다는 보장이 과연 있는가? 오히려 나눌 때 그 안에서 행복이 움트고 더 깊은 소유를 맛볼 수 있다. 또한 스님은 자신이 지내다가 떠나게 되면 꼭 자신이 머물렀던 곳의 흔적을 지우고, 자신이 만든 쓰레기는 태웠다고 한다. 뭔가를 남기지 않고, 소유하지 않는 모습이 진정한 참선이고 삶의 지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님들의 책을 읽다 보면 가장 자주 마주하는 단어가 참선인데, 이 참선은 또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책을 읽다가 와닿는 문장이 있었는데 바로 이 문장이다.

마음을 안정시키기보다는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일입니다.

내게는 이 구절이 마음을 안정시키고 다스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아니 오히려 마음을 안정시키기보다는 평소의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 당장 내 마음이 지옥이 되지 않도록, 내 마음을 지키는 것만 해도 참선의 시작이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보니 오히려 조금은 부담이 덜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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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나르 주식회사 - 김동식 AI 초단편선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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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김동식 작가의 책을 우연히 읽은 후, 그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적어도 그의 이름이 주는 기대감이 있기에, 그의 이름이 붙은 책을 만나게 되면 궁금해진다. 사실 "초단편선"이라고 쓰여있어서 무척 짧은(한두 장?) 단편선이라 생각했는데, 하하 하하! 그 정도는 아니다 싶다. 물론 일반적인 단편소설에 비해서는 짧은 편이지만 말이다. 저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AI"다. 어쩌면 김동식 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작가님 미안요...;;) 그리고 대부분의 단편소설집들이 그렇듯, 작품 중 하나의 제목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분명 보그나르 주식회사를 만났는데, 제목에서는 찾을 수 없다. 근데 여기저기 비슷한 이름이 등장한다. 잘 찾아보자. 몇 개나 나올까?

정말 다양한 AI가 등장하는데, 사업적으로 혹하는 이야기도 꽤 된다. 이런 걸 틈새시장 혹은 블루오션이라고 하나? 싶을 정도다. 아니! 작가의 상상력으로 이런 사업들을 만들어 내도 되는 건가? 싶다. 꽤나 유망해 보이는 사업들도 있으니 관심 있다면 읽으면서 사업적인 아이템으로 승화시켜보자.(물론 아이디어비는 작가에게 지불하시길!)

역시 AI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존재하나 보다. 더러운 세상! 보그나르 주식회사가 바로 그 부익부에 해당한다. 제대로 된 아이템을 하나 개발하고, 그를 추종하는 충성고객들이 늘어난다. 충성고객은 또 다른 충성고객을 만든다. 하나를 잘 성공시키고 그롤 통해 중독이 된 사람들을 위해(아니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다.) 또 다른 아이템을 만든다. 그렇게 점점 동화된 사람들을 향해 거머리처럼 피를 빨아먹는 상품들이 등장한다.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이 중독과 구독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씁쓸하다.

딸 진주가 납치되었다는 전화를 받은 아빠 김남우는 기가 찬다. 딸은 지금 자기 방에서 자고 있는 데 말이다. 딸을 깨워 전화를 바꾼다. 범인은 당황한다. 범인은 남우에게 AI로 만든 가짜 딸의 목소리는 당장 끄라고 말한다. 남우 역시 범인에게 내 딸은 버젓이 내 옆에 있는데 뭔 소리냐며 딸을 바꿔준다. "내가 김진주인데, 너는 누구니?"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일까? 누가 거짓말을 하는 걸까? 예상치 못한 반전에 소름이 돋는다. 이 정도로 구별이 안 가 다니...!

20만 구독자의 모태솔로 유튜버 보근이는 이제 1,000명 밖에 안되는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 너르너르와 합방을 한다고 밝힌다. 구독자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드디어 합방 날. 근데 진짜 함께 하는 방송이 아닌 너르너르와 원격으로 방송을 하는 상황에 구독자들은 황당해한다. 그래도 너르너르를 감싸는 보근이. 덕분에 보근이의 구독자 수는 빠지고, 너르너르는 구독자가 급격히 올라간다. 문제는 너르너르가 실제 사람이 아닌 그림 AI로 만들어진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상처를 받은 보근이. 하지만 대인배답게 너르너르를 만든 사람을 고소하지 않기로 한다. 근데 아무도 모르는 진실 하나.

저자는 초단편 소설 속에 예상치 못한 선물 같은 반전들을 숨겨놓고 있다. 꼭 보물찾기 같은 기분이다. AI를 떠나서는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미래의 모습이 소름 끼친다. 설마 이런 미래는 아니겠지? 읽는 내내 흥미롭지만 식은땀이 흐른다. AI에 의해 삭제될 상황에 처한 인류임에도 실행을 완료하지 못한 이유는 인간이 생각을 계속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책 안에는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필요 없고 의미 없다고 여겨지는 연구들이 결국은 인류를 존속시키는 이유가 된다. AI도 아는 사실을 왜 우리는 모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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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스터츠의 내면강화 - 흔들리면서도 나아갈 당신을 위한 30가지 마음 훈련
필 스터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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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필 스터츠는 미국의 정신과 쪽에서는 알아주는 인물인가 보다. 나는 초면이지만... 40년을 정신과 의사로 일했다는 저자는 스타들의 정신과 의사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아주 오래전(1990~200년대 초반) 쓴 에세이로부터 비롯되었다. 우연히 읽은 자신의 에세이를 보고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에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책으로 펴냈다고 한다. 약간의 손을 보았다고는 하지만 지금 읽어도 고리타분하거나 어색하지 않는 내용이었다.

세상의 과학과 기술은 급속도로 진보하고 있지만, 과연 우리의 마음 또한 그 발전을 따라가고 있을까? 많은 것이 편해졌기에 우리의 삶 또한 편해졌지만, 그만큼 마음도 편해졌을까? 이 질문에 과연 예스라고 대답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왜 우리는 여전히, 아니 과거에 비해 더 힘든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을까?

참 아이러니한 게, 우리에게 고통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님에도 우리 안에 이상한 믿음이 도사리고 있음을 느낀다. 갑자기 펼쳐진 문제 앞에서 우린 문제의 원인을 나 자신에게서 찾는다. 내가 어떤 말을 해서, 내가 어떤 행동을 해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해서 등 문제의 원인은 무조건 나에게 있다는 생각 말이다. 결국 문제의 시작은 나이기에, 그 어떤 해답도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문제의 원인을 제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 생각이 극단적으로 가게 되면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거나, 깊은 우울의 감정 속으로 매몰될 수도 있다.

한편, 이와 반대로 우리는 우리에게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질 때 왜 내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원망을 쏟아내기도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책을 읽다 보니 얼마 전 읽었던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 내용이 떠올랐다. 갑작스러운 외아들의 죽음 앞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극심한 분노와 고통이 치밀어 올랐다고 한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불치병에 걸렸을 때, 가족 중 누군가가 사고를 당하거나 세상을 떠났을 때 등 다양한 문제 앞에서 우리는 적어도 내게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 지 의아해한다. 왜 내게는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되는 것일까?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내 판단은 언제나 옳은가? 내가 아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정말 문제가 있는 사람일까? 내가 이 프로젝트는 가망이 없다!라고 판단하면 그냥 끝인 걸까? 내 말이, 내 판단이 100% 옳은 것일까? 책 안에는 참 다양한 우리 삶의 상황과 문제들이 등장한다. 그가 상담을 진행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도 이해를 돕기 위해 함께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우리의 생각의, 마음의 방향을 바꿔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그 이야기들 중 상당수는 바로 적용이 가능하기도 하다. 사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꽤 여러 곳에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생각보다 차분하고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고 여러 곳에서 공감이 갔다. 물론 자기 계발서에서 보기 어색한 영성이라는 단어가 꽤 굵직하게 등장해서, 약간 의아하긴 했는데 그마저도 우리의 내면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여기기에 책에 실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너무 부담감을 가지지 않고(이 책은 지극히 종교적이지는 않고, 그 표현 또한 순화되어 활용한다. 특유의 어떤 종교를 믿으라는 전도 행위도 아니다.) 읽어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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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손에 닿았을 뿐
은탄 지음 / 델피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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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앞으로 홧김에 한 말로 일어날 결과에 자책하지 말라는 거예요.

그건 당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단순 우연히 일어난 일이니까.

만약 당신에게 초능력이 있다면, 어떤 것이었으면 좋겠는가? 나는 꽤 자주 순간 이동을 하는 초능력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두 아이를 데려다주고, 회사로 향하는 아침마다 아직 출근을 하지도 않았음에도 온몸에 힘이 빠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순식간에 회사 내 자리로 이동하는 능력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밑도 끝도 없이 초능력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책의 주인공인 서은우가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은우는 마인드 컨트롤러다. 자신의 생각대로 타인의 마음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자 말이다. 과연 그 능력은 정말일까?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서지영은 삼산에서만 살았다.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었던 유일한 이유는 할아버지 때문이었다. 마을의 유지로 꽤 넉넉한 집안이었던 지영의 집은 할아버지가 선거에서 세 번 낙선을 함으로 졸지에 형편이 어려워졌다. 급기야 치매까지 발병한 할아버지를 누군가는 챙겨야 했다. 집안에서 유일하게 할아버지의 기억에 남은 것은 아들도, 며느리도 아니고 손녀 지영이었다. 그래서 지영은 할아버지를 케어하는 일을 도맡게 된다. 집안 형편이 기울어서 대학은 꿈에도 못 꾸고, 동네에서 그나마 급여가 괜찮다는 과자공장에 취업한 지영은 할아버지 병수발은 물론 월급까지 고스란히 할아버지의 병원비로 보태는 현실이 죽도록 싫었다. 할아버지만 돌아가시면 이 지긋지긋한 삼산을 뜨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몇 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해리성 기억상실을 앓게 된 지영은 한 번씩 기억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그래도 달인 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빠른 손놀림 덕분에 계속 일을 하고 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갑내기 친구 재욱은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지만 다시 삼산으로 내려온다. 지영은 재욱을 친구 정도로 생각하지만, 재욱은 아니었다. 자꾸 지영에게 마음을 쓴다. 하지만 재욱과 엮이면 삼산에 눌러앉아야 하기에 지영은 재욱을 밀어낸다. 우연히 재욱과 이야기를 하다가, 오래전 몇 달 엄마와 함께 내려온 서은우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기자를 하다가 신문사를 나와서 사람 저널이라는 신문사를 차렸다는 이야기와 함께 지영은 은우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꼭 지영을 서울로 데려가겠다는 어린 시절 약속도 말이다.

갑작스럽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동안 기다리던 일이었는데, 이제 삼산을 떠날 수 있게 되었는데 지영은 뭔가 혼란스럽다. 장례식 중 모르는 사람이 온다. 알고 보니 그가 은우였다. 하지만 은우는 지영을 기억하지 못한다. 재욱을 통해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것일까? 은우는 지영에게 명함을 건넨다. 서울에 올 생각 있으면 연락을 하란다. 그렇게 지영은 서울로 향한다. 그리고 은우의 회사로 출근을 한다. 처음에는 커피 내리는 일만 시키던 은우는 마치 비서처럼 지영을 이곳저곳에 데리고 다닌다. 조금씩 은우와 가까워진 지영에게 은우는 자신이 마인드컨트롤이라는 초능력자라는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는 황당했던 은우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정말 은우가 악수를 하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은우의 말대로 움직이고 행동한다. 이 남자 정말 초능력자인 건가? 지영은 은우를 믿어보고자 한다. 왠지 묘한 매력을 풍기는 이 남자의 말이 진짜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같이 퇴근을 하던 어느 날, 지영은 은우의 초능력에 사로잡힌다. 거침없이 그의 집까지 들어가는 지영. 이 모든 게 은우의 초능력 때문이라 믿었는데, 은우는 지영에게 그날 절대 초능력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영의 마음이 은우에게 향했던 것일까?

소설의 중반부를 지나면서 이들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때부터 독자들은 헷갈리기 시작한다. 은우는 정말 초능력자일까, 아님 조현병 환자인 걸까? 지영만큼 혼란스러운 감정이 마구 들이친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마지막 페이지까지 책을 놓을 수 없는 강렬한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나 또한 은우의 초능력에 걸린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같은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상처받은 치유자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기에, 상대를 위로할 수도, 상대에게 더 공감할 수도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렇기에 상대를 치유할 수도 있다. 어떤 감정의 울타리를 지났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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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세계사 2 - 전쟁과 혁명의 시대 선명한 세계사 2
댄 존스.마리나 아마랄 지음, 김지혜 옮김 / 윌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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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전쟁, 즉 자기 나라의 방어를 의미하지 않는 전쟁은 집단범죄다.......

차코전쟁에서 평화조약을 중재한 아르헨티나 정치인 카를로스 사베드라라마스, 1936년

역사의 순간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긴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인류가 문명이라는 것을 가지기 시작한 이래로 사진이 등장한 것은 200년이 채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 또한 상당 기간은 흑백사진에 머물러 있었고, 현재 우리의 눈으로 보는 그대로의 색을 가진 사진이 나온 것은 그로부터 또 시간이 흘렀을 때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꽤 흥미로웠다. 제목처럼 선명한 세계사의 각 장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흑백 사진에 원래의 색을 입히는 작업과 함께 1만 장의 사진 중 200장을 뽑아내는 작업에 2년여가 걸렸다고 한다. 덕분에 좀 더 생동감 있게 역사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권이 1850년대부터 1900년대까지를 다루었고, 2권은 190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를 다루고 있다. 1권을 보지 못해서겠지만, 개인적으로 2권이 좀 더 우리가 떠올리는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던 것 같다. 당장 세계 1,2차대전을 비롯하여 히틀러와 레닌, 스탈린, 마오쩌둥 등의 인물들이 등장한 시기가 바로 2권이 서술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우선 책을 넘기며 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이 바뀌고, 제목이 바뀌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의 대부분은 전쟁 이야기였다. 누가 누군가를 죽이고, 빼앗고, 어떤 위해를 가하는 그런 역사가 책의 2/3를 차지한다. 전투와 전투 그리고 또 전쟁. 이번에는 동양에서, 이번에는 서양에서, 이번에는 서부에서, 이번에는 인도에서, 이번에는 러시아에서, 이번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이번에는 일본에서... 장소만 달라질 뿐 참혹한 전쟁의 이야기는 책 어느 페이지를 펴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혹시나 싶어서 펼쳐본 1950년대에서 우리나라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싸우는 것은 단지 한국에서만 일어난 역사는 아니다. 또한 전쟁터에 나가있는 남자들을 대신해서 남아있는 여자들이 전쟁 군수품을 만들기 위해 공장에 동원되기도 한다. 이 덕분에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되었다는 이야기가 참 씁쓸하기만 하다. 쓸모가 있어야 권리를 인정받는다는 뜻일까?

전쟁의 이야기가 빠지고 난 곳에는 스페인 독감과 대기근, 공황이 차지한다. 설상가상인 걸까? 이보다 더 참혹할 수 있을까? 싶었던 상황에 재를 뿌린다. 끔찍한 사진들도 있다. 뼈밖에 남지 않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누워있고, 목이 잘린 시체가 길에 놓여있다. 이 모든 것이 역사의 한 장면이라니! 끔찍하기도 하다. 물론 그 와중에 연예인인 루이 암스트롱과 마릴린 먼로도 등장한다. 끔찍한 시기에 음악으로, 영상으로 위로를 주었던 인물들이어서 담겨있나 보다. 전쟁과 혁명과 쿠데타로 이곳저곳으로 역사의 장은 옮겨간다. 이 중에는 당시에는 환호를 받았지만, 후에는 끔찍한 욕을 먹은 역사도 있다.

이제는 누구나 주머니에 사진기를 넣고 다니는 시대가 되었다. 사진을 넘어 동영상까지 아무렇지 않게 찍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된 사회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역사를 100년 후 혹은 50년 후 돌아봤을 때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적어도 얼굴을 찌푸리는 역사의 주인공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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