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나르 주식회사 - 김동식 AI 초단편선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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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김동식 작가의 책을 우연히 읽은 후, 그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적어도 그의 이름이 주는 기대감이 있기에, 그의 이름이 붙은 책을 만나게 되면 궁금해진다. 사실 "초단편선"이라고 쓰여있어서 무척 짧은(한두 장?) 단편선이라 생각했는데, 하하 하하! 그 정도는 아니다 싶다. 물론 일반적인 단편소설에 비해서는 짧은 편이지만 말이다. 저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AI"다. 어쩌면 김동식 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작가님 미안요...;;) 그리고 대부분의 단편소설집들이 그렇듯, 작품 중 하나의 제목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분명 보그나르 주식회사를 만났는데, 제목에서는 찾을 수 없다. 근데 여기저기 비슷한 이름이 등장한다. 잘 찾아보자. 몇 개나 나올까?

정말 다양한 AI가 등장하는데, 사업적으로 혹하는 이야기도 꽤 된다. 이런 걸 틈새시장 혹은 블루오션이라고 하나? 싶을 정도다. 아니! 작가의 상상력으로 이런 사업들을 만들어 내도 되는 건가? 싶다. 꽤나 유망해 보이는 사업들도 있으니 관심 있다면 읽으면서 사업적인 아이템으로 승화시켜보자.(물론 아이디어비는 작가에게 지불하시길!)

역시 AI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존재하나 보다. 더러운 세상! 보그나르 주식회사가 바로 그 부익부에 해당한다. 제대로 된 아이템을 하나 개발하고, 그를 추종하는 충성고객들이 늘어난다. 충성고객은 또 다른 충성고객을 만든다. 하나를 잘 성공시키고 그롤 통해 중독이 된 사람들을 위해(아니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다.) 또 다른 아이템을 만든다. 그렇게 점점 동화된 사람들을 향해 거머리처럼 피를 빨아먹는 상품들이 등장한다.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이 중독과 구독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씁쓸하다.

딸 진주가 납치되었다는 전화를 받은 아빠 김남우는 기가 찬다. 딸은 지금 자기 방에서 자고 있는 데 말이다. 딸을 깨워 전화를 바꾼다. 범인은 당황한다. 범인은 남우에게 AI로 만든 가짜 딸의 목소리는 당장 끄라고 말한다. 남우 역시 범인에게 내 딸은 버젓이 내 옆에 있는데 뭔 소리냐며 딸을 바꿔준다. "내가 김진주인데, 너는 누구니?"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일까? 누가 거짓말을 하는 걸까? 예상치 못한 반전에 소름이 돋는다. 이 정도로 구별이 안 가 다니...!

20만 구독자의 모태솔로 유튜버 보근이는 이제 1,000명 밖에 안되는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 너르너르와 합방을 한다고 밝힌다. 구독자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드디어 합방 날. 근데 진짜 함께 하는 방송이 아닌 너르너르와 원격으로 방송을 하는 상황에 구독자들은 황당해한다. 그래도 너르너르를 감싸는 보근이. 덕분에 보근이의 구독자 수는 빠지고, 너르너르는 구독자가 급격히 올라간다. 문제는 너르너르가 실제 사람이 아닌 그림 AI로 만들어진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상처를 받은 보근이. 하지만 대인배답게 너르너르를 만든 사람을 고소하지 않기로 한다. 근데 아무도 모르는 진실 하나.

저자는 초단편 소설 속에 예상치 못한 선물 같은 반전들을 숨겨놓고 있다. 꼭 보물찾기 같은 기분이다. AI를 떠나서는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미래의 모습이 소름 끼친다. 설마 이런 미래는 아니겠지? 읽는 내내 흥미롭지만 식은땀이 흐른다. AI에 의해 삭제될 상황에 처한 인류임에도 실행을 완료하지 못한 이유는 인간이 생각을 계속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책 안에는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필요 없고 의미 없다고 여겨지는 연구들이 결국은 인류를 존속시키는 이유가 된다. AI도 아는 사실을 왜 우리는 모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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