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순간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긴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인류가 문명이라는 것을 가지기 시작한 이래로 사진이 등장한 것은 200년이 채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 또한 상당 기간은 흑백사진에 머물러 있었고, 현재 우리의 눈으로 보는 그대로의 색을 가진 사진이 나온 것은 그로부터 또 시간이 흘렀을 때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꽤 흥미로웠다. 제목처럼 선명한 세계사의 각 장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흑백 사진에 원래의 색을 입히는 작업과 함께 1만 장의 사진 중 200장을 뽑아내는 작업에 2년여가 걸렸다고 한다. 덕분에 좀 더 생동감 있게 역사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권이 1850년대부터 1900년대까지를 다루었고, 2권은 190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를 다루고 있다. 1권을 보지 못해서겠지만, 개인적으로 2권이 좀 더 우리가 떠올리는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던 것 같다. 당장 세계 1,2차대전을 비롯하여 히틀러와 레닌, 스탈린, 마오쩌둥 등의 인물들이 등장한 시기가 바로 2권이 서술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우선 책을 넘기며 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이 바뀌고, 제목이 바뀌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의 대부분은 전쟁 이야기였다. 누가 누군가를 죽이고, 빼앗고, 어떤 위해를 가하는 그런 역사가 책의 2/3를 차지한다. 전투와 전투 그리고 또 전쟁. 이번에는 동양에서, 이번에는 서양에서, 이번에는 서부에서, 이번에는 인도에서, 이번에는 러시아에서, 이번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이번에는 일본에서... 장소만 달라질 뿐 참혹한 전쟁의 이야기는 책 어느 페이지를 펴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혹시나 싶어서 펼쳐본 1950년대에서 우리나라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싸우는 것은 단지 한국에서만 일어난 역사는 아니다. 또한 전쟁터에 나가있는 남자들을 대신해서 남아있는 여자들이 전쟁 군수품을 만들기 위해 공장에 동원되기도 한다. 이 덕분에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되었다는 이야기가 참 씁쓸하기만 하다. 쓸모가 있어야 권리를 인정받는다는 뜻일까?
전쟁의 이야기가 빠지고 난 곳에는 스페인 독감과 대기근, 공황이 차지한다. 설상가상인 걸까? 이보다 더 참혹할 수 있을까? 싶었던 상황에 재를 뿌린다. 끔찍한 사진들도 있다. 뼈밖에 남지 않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누워있고, 목이 잘린 시체가 길에 놓여있다. 이 모든 것이 역사의 한 장면이라니! 끔찍하기도 하다. 물론 그 와중에 연예인인 루이 암스트롱과 마릴린 먼로도 등장한다. 끔찍한 시기에 음악으로, 영상으로 위로를 주었던 인물들이어서 담겨있나 보다. 전쟁과 혁명과 쿠데타로 이곳저곳으로 역사의 장은 옮겨간다. 이 중에는 당시에는 환호를 받았지만, 후에는 끔찍한 욕을 먹은 역사도 있다.
이제는 누구나 주머니에 사진기를 넣고 다니는 시대가 되었다. 사진을 넘어 동영상까지 아무렇지 않게 찍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된 사회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역사를 100년 후 혹은 50년 후 돌아봤을 때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적어도 얼굴을 찌푸리는 역사의 주인공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