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위로 -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곽미성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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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는 무엇도 아름답게 치장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들,

과도하고 그저 형식일지언정 사랑이 겉으로 드러나야 행복한 사람들의 언어가 프랑스어다.

그리하여 알면 알수록 까다로운 이 외국어를 나는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는 것이다.

p. 55

십여 년 전에 아는 언니가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 그리고 십수 년 후에 박사학위와 함께 대학 강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책의 첫 장을 넘기며 언니가 떠오른 이유는, 저자의 상황과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언니는 한국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었다. 그런 언니가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문학이다. 자세한 사정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놀라울 따름이었다. 내가 느끼는 피아노와 문학은 괴리가 컸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영화의 맛을 알게 되면서 프랑스를 동경하게 된다. 결국 아무것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프랑스로 떠난다. 프랑스어 초보반 부터 해서 다음 해 대학 입학의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고군분투한 저자는 결국 대학에 입학한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졸업에 비해 입학이 어려운 편인데 비해(물론 요즘은 토익점수나 등등 졸업이 예전보다 쉽지 않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수능을 뚫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싶다.), 프랑스는 입학은 수월하지만 매년 학생 정원 줄어들기에 졸업까지 가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당연히 그녀가 쓰는 언어인 프랑스어 자체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3년 동안 프랑스어를 배웠는데, 기억에 남는 건 인사 정도다.(나는 3년 동안 뭘 배운 걸까?) 그것도 20세 성인이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지 우리도 잘 알고 있지 않나?

책을 읽으며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 것 같다. 자신들만의 프라이드를 가지고 산다는 생각은 올해 파리 올림픽을 보면서도 느꼈는데, 책 안에 담겨있는 프랑스인들의 모습은 또 다른 맛과 멋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답답하고 고지식해 보이는 면도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내용은 남편인 R 과의 이야기였다. 프랑스인인 남편도 대학에서 알게 되어 결국 결혼을 한 저자는 또래의 한국인-프랑스인 친구와 만난 적이 있었는데, 친구가 하는 프랑스어를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의 행동이 그녀 옆에 있는 프랑스인 남자친구를 상당히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어에서는 백지와 같은 외국인들인지라, 아무래도 상대의 말투나 어법 더 나아가 행동까지 닮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저자는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R에게 의탁하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그때부터 비로소 독립할 수 있었다는 말이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이들이 떠올랐다. 우리 아이들 역시 백지상태로 내 언어습관을 받아들이고 있을 텐데 싶어서 식은땀이 났다.

20년 넘게 외국인으로 살면서 여전히 프랑스어는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저자. 능숙하게 말을 해도 여전히 가슴 한 편에는 생각하지 않고 내뱉을 수 있는 고국에 대한 애정이 남아서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 을 알고 그것을 선택하는 용기와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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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그림으로 시작하는 하루 논어 - 세상의 기준에 좌절하지 않는 어른의 생활법
양승렬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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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고수는 열린 태도와 자세로 배움을 지속하고

자신만의 것을 창조하기 위해 끊임없이 갈고닦는 사람입니다.

논어와 조선의 그림이 만났다. 신선하다는 표현을 쓰는 게 적절한 지는 모르겠지만, 오래된 두 장르의 만남이 내게는 꽤 신선했다. 제목을 읽는 순간,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어도 논어지만, 조선의 그림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논어를 생각하며 그린 그림이 아니었음에도, 둘은 참 잘 통했다. 아마 그만큼 이 둘을 어울리게 배치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의미를 찾아낸 저자의 역량이라 할 수 있겠다.

하루 논어라는 제목이 담겨있지만, 365일은 아니고, 총 64일의 논어와 그에 어울리는 그림이 등장한다. 큰 주제 안에 매일의 소 주제가 있다. 그리고 그와 연관되는 논어의 한 구절과 그와 연관되는 그림이 한 점 실려있다. 내게는 논어보다 그림이 더 낯설다. 물론 저자의 이름은 꽤 낯익은 인물들이 많다. 허초희(허난설헌)을 비롯하여 정선이나 김홍도, 김정희, 신윤복처럼 당 대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익숙한 이름들과 달리 그림들은 하나같이 낯설었다. 눈에 익은 그림은 김정희의 세한도와 윤두서의 자화상 정도뿐이었다. 그래서 내겐 더 신선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조선의 사회를 주도했던 성리학. 그리고 그 성리학의 바탕에는 공자의 논어가 있다. 사실 조선이라는 사회의 분위기와 그 사회를 주도한 학문에 대한 생각을 하자면, 공자의 논어가 상당히 고루하고 가부장적이고, 딱딱한 (소위 꼰대) 학문이 아니었나 하는 선입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논어는 보수적이기보다는 개방적이었고, 논어를 말하는 공자 역시 가부장적이기보다는 열린 마음의 사람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정치가가 되고 싶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공자 역시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함에 대한 삶의 상처(?)가 있지 않았을까? 물론 논어는 공자가 직접 집필한 게 아닌 그의 제자들에 의해 남겨진 책이긴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공자의 모습과 말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울림을 준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울 뿐이다.

개인적으로 한빛비즈의 책을 좋아한다. 특히 내 돈 내산 했던 (드디어 시리즈의 반을 읽었다.) 퇴근길 인문학 시리즈처럼 부담스러울 수 있는 주제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서, 지식의 깊이를 조금씩 늘려주는 작품들에는 1등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역시 그렇다. 깊이가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어조와 단어들로 매일의 논어와 조선의 그림을 소개한다. 논어 하면 떠오르는 선입견을 무참히 깰 수 있는 책이라 생각이 든다. 하루에 5페이지 분량(그중 한 페이지는 그림이고, 또 반 페이지는 논어의 구절이다.)을 통해 여러모로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저자가 풀어낸 논어의 뜻과 그림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뜻이 묘하게 겹쳐지면서 꽤 잔잔한 울림을 준다. 매일 아침 혹은 일과의 마지막 시간에 한 편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해 보자. 저자의 말처럼, 저자가 풀어준 논어를 통해 가지를 뻗어 나만의 사색을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하루 논어임에도 64일만 담겨있다는 것은 앞으로 2,3 편이 계속 나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저자는 힘들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괜스레 다음 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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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색환시행
온다 리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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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조차 되지 않는, 낯선 한자 5개. 어두운색의 안개처럼 뿌연 곳을 걷는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제목의 의미를 바로 헤아리기는 어려웠는데, 둔색은 책 여기저기에 자주 등장하긴 한다. 이 작품을 읽기 위해서는 작품에 등장하는 『밤이 끝나는 곳』을 읽어야 할 것 같다. (책 안에 전 편이 등장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중간중간의 장면만 등장한다. 알고 보니 비슷한 시기에 같은 출판사에서 『밤이 끝나는 곳』이 나왔다. 보통 책 안에 들어있는 책을 실제로 만나는 게 쉽지 않은데, 나름 신선했다. 두 권을 써야 해서 작가는 15년이 걸렸구나! 싶기도 하다.)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만난 온다 리쿠는 저주의 걸린 작품에 대한 내용을 접하고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니 이렇게 또 흥미로운 작품이 나올 수 있구나 싶다.

작품 속에 등장인물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밤이 끝나는 곳』과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3번이나 엎어져서, 저주받은 작품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밤이 끝나는 곳』과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다. 그들이 모인 곳은 크루즈 안이다. 주인공이자 화자라 할 수 있는 변호사 마사하루는 재혼한 아내이자 소설가인 고즈에와 함께 크루즈에 오른다. 그리고 배 안에는 마사하루의 사촌 누나들이자, 인기 만화가인 마나베 아야미와 마나베 시오미, 영화평론가인 다케이 교타로, 첫 번째 영화의 감독이었던 시라이와 조감독 쓰노가에, 프로듀서인 시미즈 게이코 등이 타고 있다.

『밤이 끝나는 곳』은 왜 저주받은 작품이라고 불리는 걸까? 『밤이 끝나는 곳』의 원작자는 메시아이 아즈사라는 여성이었는데 실종된 지 7년이 넘었다. 챙이 큰 모자를 주로 쓰고 다녔던 그녀의 실종도 오리무중이다. 과연 마지막으로 목격된 인물이 메시아이 아즈사가 맞는지조차 불분명하다. 『밤이 끝나는 곳』은 총 3번에 걸쳐 영상화가 되다가 어그러졌는데, 그 이유에는 제작에 관여한 스태프나 배우 등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영화화 중 중요한 화재신 이 있었는데, 그 장면을 찍다가 진짜 화재가 나서 배우 4명과 스태프 2명이 사망한다. 결국 사고로 인해 영화는 백지화된다. 몇 년 후, 두 번째 영화화가 진행되었는데, 조연이었던 두 배우가 사망한다. 한 배우가 다른 배우를 죽이고 자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각본가였던 사사쿠라 이즈미 역시 각본을 완성한 직후 자살한다. 결국 두 번째 영화도 백지화된다. 마지막으로 드라마로 제작을 하게 된다. 촬영의 막바지에서 카메라맨이 갑자기 사망한다. 결국 드라마도 백지화된다.

『밤이 끝나는 곳』과 연관된 인물 중 총 11명이 사망한 것이다. 이러니 저주받은 작품이라는 오명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작품과 관련된 사람들은 이 작품의 이야기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자연스럽게 껄끄러웠던 과거의 사고에 대한 부분들도 언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특히, 마사하루의 아내가 사망한 각본가 사사쿠라 이즈미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고즈에는 불편한 자리 속에서 사건의 진실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위치에 있기도 하고, 소설가 특유의 감과 예민함이 있는 사람이었다.

책을 읽으며 과거의 상황이 다시금 드러나는데, 여러 사람이 의심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우선 이즈미가 자살한 후 집에 들어갈 때 아카시아 향이 났다는 기억을 가지고 있는 마사하루가 배 안에서 같은 향을 맡는 장면이나, 책상에 붙어있던 필연성이라 적혀있던 포스트잇의 의미, 화재 사고가 나기 전 사고로 죽게 된 여배우의 어머니가 사위이자 감독에게 여성의 저주에 관한 언급을 했다는 것, 그리고 그날 사고 직전 모자를 쓴 원작자 메시아이가 촬영자에 다녀갔다는 것, 두 번째 영화의 출연한 두 배우의 사망한 곳이 밀실 살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흉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 다양한 당시의 상황이 오가며 추리를 하게 되는 상황이 무척이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과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이즈미가 남기고 간 필연성은 무슨 뜻일까? 원작자 메시아이는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밤이 끝나는 곳』은 정말 저주받은 작품일까? 여러 사람의 기억과 서로 다른 상황들이 마치 퍼즐을 맞추듯 하나하나 결말을 향해 간다.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나게 되는 진실들...

뭔가 개운하지 않은 여운이 드는 것은 『밤이 끝나는 곳』을 읽어보지 못해서일까? 연결된 작품이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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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
성수영 지음 / 한경arte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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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이해하기 위해 꼭 한번은 읽어봐야 할 책. 이 책을 통해 명화를 보면 또 다른 맛의 명화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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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
성수영 지음 / 한경arte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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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경쟁자들 때문에라도 자신의 천재성에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서로의 존재를 의식했고, 다른 사람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배우며 성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때로 길을 헤맸고, 자신감과 확신을 잃기도 했고, 질투심과 열등감에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자신이 가진 힘과 가능성을 끝까지 밀고 나갔습니다.

지금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분이라면,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들조차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가 이렇게 힘들었다는 사실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미술은 어렵지만, 그들의 삶을 알고 보면 어려움이 좀 가시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을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이해하는 눈이 작품 속에 숨겨진 의미와 맞닿을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어느 분야이건, 배경지식을 아는 것은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 같다. 특히 예술 분야의 경우 배경지식은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음악을 이해하기에도, 그림을 이해하기에도 배경지식을 필요한 것 같다.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 있기 때문이다.

1년에 한 권 미술 관련 책을 읽겠다는 목표는 언제부턴가 목표로 세우지 않아도 달성되는 상황이 되었다. 아직도 낯선 작품과 미술관 앞에 서면 나도 모르게 긴장모드(?)가 되긴 하지만, 적어도 피하지 않는다는 것에 나름의 의의를 두겠다. 여러 권의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레 익숙한 그림들이나 화가들뿐만 아니라 '나 이거 아는데...'싶은 이야기들도 있다. 그럼에도 미술과 관련된 책을 읽는 이유는 익숙함을 계속 붙잡고 싶어서다. 마치 오랜만에 피아노를 치면 어깨에 힘이 가득 들어가서 손가락이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느낌이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될까?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이 여러 개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낯선 작가들의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나 후안 데 파레하. 고지마 도라지로 등 책 안에 등장한 화가 중 반 이상은 낯선 이름이었다. (물론 그림은 익숙한데, 화가의 이름이 낯선 경우도 있었다.) 한 번의 만남(?)으로 그들의 이름이 내게 각인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들의 삶의 이야기라던가 그림을 보면 적어도 우리 구면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떠오르게 할 만한 시간이었다.

또 하나는 늘 궁금했던 르네상스시대의 3대 거장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 라파엘로 산치오의 이야기였다. 이들의 관계도, 이들이 과연 만난 적이 있는가? 등 늘 따로 떨어진 이름으로만 만났던 이들을 한곳에 모아놓으니 속이 아주 후련하고 시원했다. 나이순이라면, 다빈치 그리고 미켈란젤로 마지막으로 라파엘로가 된다. 특히 책 안에는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의 만남에 관한 내용이 각 내용의 도입부에 등장하는데 무척 인상 깊었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는 것. 아니 알고 있는 것을 넘어 라이벌 구도가 벌어지기도 했다는 것이 흥미로웠는데 결국 제대로 된 마무리가 안되고 끝난 게 못내 아쉽다. 또 라파엘로가 다빈치의 제자였다는 것과 라파엘로와 다빈치는 미남에 잘 꾸미고 다녔던 것에 비해, 조각이 주 장르였던 미켈란젤로는 노숙자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책을 읽는 내내 추리소설 같은 느낌도 여러 번 받았는데, 아마 그 당시의 화가의 상황이나 마음 상태를 그림을 통해 유추하는 식의 표현이 들어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역시 이 책의 저자는 기자다.) 정말 예술을 하는 사람이구나! 싶은 행동들이나 표현들을 보니 예술가는 예민하고,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또 한 번 마주하게 된다. 자신이 표현하는 작품 속에 그런 감정을 고스란히 투영해야 하기에(그에 대해 버럭 할 존 싱어 사전트가 떠오른다.) 누구보다 예민하고 민감하게 살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의 다른 책이자, 이 책보다 먼저 나온 명화의 탄생_그때 그 사람도 읽어봐야겠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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