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그림으로 시작하는 하루 논어 - 세상의 기준에 좌절하지 않는 어른의 생활법
양승렬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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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고수는 열린 태도와 자세로 배움을 지속하고

자신만의 것을 창조하기 위해 끊임없이 갈고닦는 사람입니다.

논어와 조선의 그림이 만났다. 신선하다는 표현을 쓰는 게 적절한 지는 모르겠지만, 오래된 두 장르의 만남이 내게는 꽤 신선했다. 제목을 읽는 순간,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어도 논어지만, 조선의 그림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논어를 생각하며 그린 그림이 아니었음에도, 둘은 참 잘 통했다. 아마 그만큼 이 둘을 어울리게 배치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의미를 찾아낸 저자의 역량이라 할 수 있겠다.

하루 논어라는 제목이 담겨있지만, 365일은 아니고, 총 64일의 논어와 그에 어울리는 그림이 등장한다. 큰 주제 안에 매일의 소 주제가 있다. 그리고 그와 연관되는 논어의 한 구절과 그와 연관되는 그림이 한 점 실려있다. 내게는 논어보다 그림이 더 낯설다. 물론 저자의 이름은 꽤 낯익은 인물들이 많다. 허초희(허난설헌)을 비롯하여 정선이나 김홍도, 김정희, 신윤복처럼 당 대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익숙한 이름들과 달리 그림들은 하나같이 낯설었다. 눈에 익은 그림은 김정희의 세한도와 윤두서의 자화상 정도뿐이었다. 그래서 내겐 더 신선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조선의 사회를 주도했던 성리학. 그리고 그 성리학의 바탕에는 공자의 논어가 있다. 사실 조선이라는 사회의 분위기와 그 사회를 주도한 학문에 대한 생각을 하자면, 공자의 논어가 상당히 고루하고 가부장적이고, 딱딱한 (소위 꼰대) 학문이 아니었나 하는 선입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논어는 보수적이기보다는 개방적이었고, 논어를 말하는 공자 역시 가부장적이기보다는 열린 마음의 사람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정치가가 되고 싶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공자 역시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함에 대한 삶의 상처(?)가 있지 않았을까? 물론 논어는 공자가 직접 집필한 게 아닌 그의 제자들에 의해 남겨진 책이긴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공자의 모습과 말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울림을 준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울 뿐이다.

개인적으로 한빛비즈의 책을 좋아한다. 특히 내 돈 내산 했던 (드디어 시리즈의 반을 읽었다.) 퇴근길 인문학 시리즈처럼 부담스러울 수 있는 주제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서, 지식의 깊이를 조금씩 늘려주는 작품들에는 1등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역시 그렇다. 깊이가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어조와 단어들로 매일의 논어와 조선의 그림을 소개한다. 논어 하면 떠오르는 선입견을 무참히 깰 수 있는 책이라 생각이 든다. 하루에 5페이지 분량(그중 한 페이지는 그림이고, 또 반 페이지는 논어의 구절이다.)을 통해 여러모로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저자가 풀어낸 논어의 뜻과 그림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뜻이 묘하게 겹쳐지면서 꽤 잔잔한 울림을 준다. 매일 아침 혹은 일과의 마지막 시간에 한 편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해 보자. 저자의 말처럼, 저자가 풀어준 논어를 통해 가지를 뻗어 나만의 사색을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하루 논어임에도 64일만 담겨있다는 것은 앞으로 2,3 편이 계속 나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저자는 힘들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괜스레 다음 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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