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어렵지만, 그들의 삶을 알고 보면 어려움이 좀 가시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을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이해하는 눈이 작품 속에 숨겨진 의미와 맞닿을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어느 분야이건, 배경지식을 아는 것은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 같다. 특히 예술 분야의 경우 배경지식은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음악을 이해하기에도, 그림을 이해하기에도 배경지식을 필요한 것 같다.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 있기 때문이다.
1년에 한 권 미술 관련 책을 읽겠다는 목표는 언제부턴가 목표로 세우지 않아도 달성되는 상황이 되었다. 아직도 낯선 작품과 미술관 앞에 서면 나도 모르게 긴장모드(?)가 되긴 하지만, 적어도 피하지 않는다는 것에 나름의 의의를 두겠다. 여러 권의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레 익숙한 그림들이나 화가들뿐만 아니라 '나 이거 아는데...'싶은 이야기들도 있다. 그럼에도 미술과 관련된 책을 읽는 이유는 익숙함을 계속 붙잡고 싶어서다. 마치 오랜만에 피아노를 치면 어깨에 힘이 가득 들어가서 손가락이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느낌이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될까?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이 여러 개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낯선 작가들의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나 후안 데 파레하. 고지마 도라지로 등 책 안에 등장한 화가 중 반 이상은 낯선 이름이었다. (물론 그림은 익숙한데, 화가의 이름이 낯선 경우도 있었다.) 한 번의 만남(?)으로 그들의 이름이 내게 각인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들의 삶의 이야기라던가 그림을 보면 적어도 우리 구면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떠오르게 할 만한 시간이었다.
또 하나는 늘 궁금했던 르네상스시대의 3대 거장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 라파엘로 산치오의 이야기였다. 이들의 관계도, 이들이 과연 만난 적이 있는가? 등 늘 따로 떨어진 이름으로만 만났던 이들을 한곳에 모아놓으니 속이 아주 후련하고 시원했다. 나이순이라면, 다빈치 그리고 미켈란젤로 마지막으로 라파엘로가 된다. 특히 책 안에는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의 만남에 관한 내용이 각 내용의 도입부에 등장하는데 무척 인상 깊었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는 것. 아니 알고 있는 것을 넘어 라이벌 구도가 벌어지기도 했다는 것이 흥미로웠는데 결국 제대로 된 마무리가 안되고 끝난 게 못내 아쉽다. 또 라파엘로가 다빈치의 제자였다는 것과 라파엘로와 다빈치는 미남에 잘 꾸미고 다녔던 것에 비해, 조각이 주 장르였던 미켈란젤로는 노숙자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책을 읽는 내내 추리소설 같은 느낌도 여러 번 받았는데, 아마 그 당시의 화가의 상황이나 마음 상태를 그림을 통해 유추하는 식의 표현이 들어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역시 이 책의 저자는 기자다.) 정말 예술을 하는 사람이구나! 싶은 행동들이나 표현들을 보니 예술가는 예민하고,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또 한 번 마주하게 된다. 자신이 표현하는 작품 속에 그런 감정을 고스란히 투영해야 하기에(그에 대해 버럭 할 존 싱어 사전트가 떠오른다.) 누구보다 예민하고 민감하게 살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의 다른 책이자, 이 책보다 먼저 나온 명화의 탄생_그때 그 사람도 읽어봐야겠다.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