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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모험 ㅣ 클래식 리이매진드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소피아 마르티네크 그림, 민지현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11월
평점 :
우리 집에는 10권짜리 셜록홈스 전집이 있다. 좋은 기회에 들였는데, 문제는 표지만 봤다는 점. 내 책이 되니 언제라도 읽을 수 있다는 매력(?) 덕분에 책장 안에 고스란히 잠들어있다. 그렇다고 셜록 홈스 맛을 못 본 건 아니다.
10권도 손 못 댄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연!! 소소의 책 버전이기 때문이다. 클래식 리이매진드라고 고전 작품에 일러스트가 더해져 한결 입체적이고 멋진 작품으로 완성된 네 번째 시리즈가 바로 셜록 홈스의 모험이다. 책 표지뿐 아니라 책 안에도 해당 내용과 관련이 있는 일러스트가 더해져있다. 덕분에 몰입도 최상! 거기에 양장본은 덤이라 할 수 있다. 총 12편의 단편이 담겨있는 셜록 홈스의 시작은 보헤미아 스캔들이다. 역시 홈스의 친구이자 동료, 조수의 역할까지 하는 왓슨 박사가 오랜만에 홈스를 방문하는 것으로 책은 시작된다. 결혼과 함께 홈스와 거리를 두고, 자신의 본업(왓슨은 의사다)에 충실하다 우연히 홈스의 집 근처를 지나다 그를 떠올린다. (왜 갑자기? 그래야 이야기가 진행되니 어쩔 수 없다.) 역시나 홈스는 왓슨을 마치 어제 본 것처럼 맞이한다. 오랜만에 본 친구의 동태를 술술 읊어내는 천부적인 추리력의 탐정. 상대가 누구냐는 중요하지 않다.
홈스의 추리력에 역시나 또 기가 찬 왓슨은 너와 나의 차이가 도대체 무엇이냐며 묻는다. 거기에 대한 홈스의 대답은 무엇일까? 관찰력! 벌어지는 일을 그저 지켜보는 것뿐 아니라, 관찰력을 통해 상대를 파악한다. 물론 홈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각 이야기 안에서도 홈스는 자기의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사건의 의뢰자뿐 아니라 해당 사건에 대한 설명을 홈스와 같이 듣고 있는 독자들도 왓슨과 같은 기분일 것이다. '내가 놓친 게 도대체 뭘까?'
한 편 당 등장하는 이야기는 길지 않지만, 역시 홈스구나 싶은 구석이 가득하다. 가령 첫 편부터 보헤미야의 빌헬름 그츠라이히 지기스문트 폰 오름슈타인 왕(무려 왕이다!)이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등장하지만, 홈스는 아무렇지 않게 의뢰자를 간파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결혼 전 연인 관계였던 아이린 애들러와 둘이 찍은 사진을 가지고 와 달라는 것이었다. 3일 후 왕은 스칸디나비아왕의 둘째 딸과 결혼을 하기로 되어 있는데, 과거사(?)를 이후로 혼담이 깨질 것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왕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서 아이린으로부터 사진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고 결국 홈스에게 의뢰하기 위해 변장을 한 상태로 온 것이다. 사건을 파악한 홈스는 3일 안에 사건을 해결해야 했다. 변장까지 하는 홈스에 맞서는 상대 아이린은 과연 사진이 어디 있는지 알려줄까? 역시 홈스지만... 아이린도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묘안을 짜내는 것도 홈스 특유의 능력이다.
그 밖에도 왓슨 박사가 의뢰한(정확히는 자신을 찾아온 환자의 일) 사건이 있다. 아침 일찍 왓슨 박사를 찾아온 그는 20대 중반의 유압 엔지니어인 빅터 해설리라는 남자였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있었고, 많은 피를 흘린 채로 겨우 지혈을 해서 온 것이었다. 그를 치료하며 왓슨은 손가락을 잃게 된 경위를 물었고, 그 일은 상당히 석연치 않았다. 해설리가 당한 사고에 호기심이 생긴 왓슨은 그와 함께 홈스를 방문한다. 그리고 그가 간밤에 겪은 기묘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룻 밤 일당으로 50기니를 받기로 하고 그는 한 공장을 방문한다. 의뢰자인 라이샌더 스타크 대령은 막차를 타고 오기를 요청했고, 따로 마차를 부르기로 한다. 그가 해야 할 일은, 백토를 캐는 데 사용되는 유압 프레스기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것이었다. 약속한 시간에 역을 나가니 대령이 마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두운 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건물 안으로 들어간 해설리가 잠깐 방 안에서 대기를 하는데, 한 여자가 급하게 그를 찾아와서 얼른 떠나라는 말을 건넨다. 늦은 시간 여기까지 온 것도 힘들었고, 아직 50기니를 못 받은 상황이기에 해설리는 그녀의 충고를 듣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유압 프레스기 앞에 선 그는 그들이 캐내려는 게 백토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들의 비밀이 탄로 난 대령은 해설리를 프레스기 안에 가두게 되는데...
사실 요즘은 워낙 추리소설들의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마치 독자들을 패닉 상태로 빠뜨리기 위해 작정을 한 추리 작가들(사실 독자들도 그런 패닉 상태를 즐긴다.) 덕분에 트릭과 반전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비하면 추리소설계의 조상님인 셜록 홈스는 어떨까? 그럼에도 셜록 홈스는 셜록 홈스구나! 싶다. 아무리 기발한 트릭들이 등장해도, 홈스의 아성을 깨뜨리기 쉽지 않겠다 싶은 이유는, 그 모두가 셜록 홈스를 조상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짧지만 진한 여운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셜록 홈스와 왓슨 박사. 거대한 추리력에 신선한 일러스트가 더해지니 무척 만족스럽다. 다음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는 무엇이 될지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