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의 민족: 범인은 여기요
박희종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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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작 그런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누군가를 함부로 쉽게 무시하지 않을 거야.

특히 오빠처럼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더.

왜냐면 그들을 알거든.

아무리 작고 하찮은 일이라도 성실하게 그 일을 해 온 사람의 삶은 꽉 차 있다는걸.

배달 라이더 온종일. GS 편의점 사장 정정석. 만년 공시족 진순경. 이들이 사고를 쳤다. 오로지 한 사람을 위한 사고였는데, 결국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을 구해냈다. 진정한 영웅이지만, 지질하기 그지없는 삼 인방의 코믹 추적 활극.

연애 3년 차 온종일과 한다정. 서로를 향한 마음이 정말 깊은 이들은 정말 사랑할 줄 아는 인물들이다. 정말 열심히 살아온 다정이지만, 매 순간이 쉽지 않았다. 엄마 혼자 힘으로 두 딸을 건사하기 힘들다는 것을 일찍 깨달은 다정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독립한다. 그리고 자기 혼자 힘으로 대학에 다니며 직장 생활을 하고 돈을 모은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빠와 다른 "성실함"이다. 그렇게 아르바이트하던 편의점 사장의 친구인 종일을 소개받은 다정. 정말 성실한 종일과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오랜만에 종일과 노래방을 찾은 다정은 그날 종일에게 프러포즈를 하기로 한다. 드디어 청약에 당첨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일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그렇게 자리를 박차고 나온 다정은 종일과 헤어진다.

종일도 나름의 생각이 있었다. 종일은 평생을 같이 하고픈 유일한 사람인 다정을 좀 더 제대로 갖춘 곳에서 대접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종일의 현실은 답답하기만 했다. 겨우 청약에 넣어 집을 마련하기 직전, 아버지가 발목을 잡았다. 무주택자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아버지는 어머니와 친구의 공동명의의 집을 마련해둔 것이다. 그동안 월세라 생각하고 냈던 돈은 이자였다니....!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차마 먼저 프러포즈를 한 다정에게 속 시원하게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헤어질 생각은 아니었는데... ㅠ

그렇게 헤어진 다음 날. 다정이 보고 싶다는 바다로 향하던 종일에게 콜이 들어온다. 다정의 집이다. 무조건 내가 간다는 생각에 콜을 잡은 종일은, 무조건 속력을 내서 가게로 향한다. 너무 늦은 터라, 주인은 화가 났지만 자신이 다 변상하겠다는 말로 다정이 주문한 음식을 들고 집으로 향한다. 메모부터 이상했는데, 문을 열고 나온 팔이 다정의 것이 아니다. 남자의 팔이었다. 도대체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답답한 종일은 결국 정석의 편의점으로 향하고, 정석과 종일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본 독서실의 순경까지 들이닥친다. 이들의 이야기를 잘 아는 터라, 정석과 종일, 순경은 다정의 집을 감시하기로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살펴볼수록 심증이 굳어진다. 다정이 납치된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그렇게 그들은 다정을 되찾기 위한 추리를 시작하는데...

이들은 엉뚱한 추리와 생각을 통해 결국 사건을 해결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몇 년 전 큰 이슈가 된 깡통전세 사건이 교묘히 섞여있다. 생각보다 일이 커졌다. 단순하지만, 결국 순간순간의 재치로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일을 담당한 순경, 결단력과 자금력으로 사건 해결의 해결사가 된 정석, 그리고 오로지 다정은 내가 지킨다는 일념으로 끝까지 다정을 놓지 않는 종일. 이들의 우정은 참 눈물겹다. 이런 친구라면 인생 정말 잘 산 게 아닐까?

잘못된 판단으로 결국 일을 시작했지만, 그의 상황과 진심은 이해가 간다. 가해자지만, 그 역시 피해자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다. 경찰보다 대단한 열심과 추리력을 가진 삼 인방의 이야기는 거창하고 멋진 탐정은 아닌, 소시민적이고 때론 찌질하기도 했지만 그 어떤 탐정보다 제대로 된 흡입력을 지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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