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참 일력이 붐이었던 것 같다. 일력의 장점이란, 매일매일 꾸준히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꾸준히"가 필요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무언가를 성실히 해나간다는 것은 당장에는 티가 안 나 보이지만, 어느 순간 대단한 효과를 발휘할 때가 온다는 말과도 같다.
뭐라도 하나 더 시키고 싶은 엄마의 마음의 우리 집에도 상당히 많은 일력이 있는데, 문제는 초반에는 관심을 가졌다가 몇 주가 지나면 그 상태로 멈춰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가 너무 많아서 그런가 싶어서 몇 개는 정리를 해줬는데도 별 차이가 없었다. 초반에는 관심을 보이다가 왜 그럴까 싶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다 싶었다.
우선 아이뿐 아니라 나부터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꾸준한 습관이 들지 않았다는 점과 이것저것 할 게 많아서 바쁘다는 점. 무엇보다 아이들은 "재미"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생각보다 아이의 관심을 끌 재미라는 요소가 적다는 점일 것 같았다. 그런 면에서 무한의 계단 학습 일력 한자 편은 "재미"를 끌어낼 수 있는 일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력을 보자마자 아이가 아는 척을 해서 좀 놀랐다. 나는 모르는 제목이었는데, 아이는 이미 알고 있는 캐릭터와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우선 관심을 끌었다. 아이들은 금발 질려 하기 때문에 색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우선 일력의 기본 템은 매일 하나의 한자다. 한자와 함께 만화가 등장하고, 한자어를 통해 파생되는 다른 단어들도 있다. 책 오른쪽에는 해당 한자가 몇 급 한자 검정시험에 등장하는지와 난이도가 별로 표시되어 있다. 매일 꾸준히 한자를 눈으로만 익히는 것도 좋겠지만, 직접 써봐야 실력이 내 것이 되다는 사실.

중간중간 한자를 써볼 수 있는 날도 있다. 아직은 따라 그리기 수준이지만, 직접 손으로 써본 한자는 좀 더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맞다. 학습지를 통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한자 공부를 하고 있는데, 게임 식이라서 한자를 기억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일력을 보면서 아는 체하는 한자가 꽤 돼서 나름 만족스럽다. 반대로 일력을 통해 배운 한자를 학습지에서 만나도 동일한 반응을 한다. 아이와 함께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부모도 같이 반응을 해줘야 할 것 같다. 오늘 아침의 일력이 무엇인 지 같이 읽고 써보고 눈으로 익히면 같이 문해력을 늘릴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