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화학 - 진짜 핵심 진짜 재미 진짜 이해 단어로 교양까지 짜짜짜 101개 단어로 배우는 짜짜짜
정규성 지음 / 푸른들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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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가지 화학의 이야기가 담긴 책, 마치 실타래로 연결된 듯, 마인드맵처럼 자연스럽게 화학이 화학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화학의 시작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바로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이어진 물질의 근원을 4원소라 이야기했던 4원소설부터 시작이다. 화학이 맞지만, 여기저기 접점이 있듯이 이 책에도 메인은 화학이지만, 여기저기 다른 분야의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진정한 교양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궁금했다. 물질을 쪼개고 쪼개서 가장 작게 쪼개면 무엇이 될까? 그 궁금증은 원자에 대한 개념을 도출하게 되었고, 원자보다 더 작은 단위를 찾다 보니 점점 나누고 나뉘어 현재에 이르렀다. 또한 물질에 대해 연구를 하다 보니, 물질에 다른 어떤 게 더해지면 물질의 성질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궁금증에 이르렀고, 물질 중에서 가장 값어치 있는 "금"을 만들기 위한, 여러 물질을 더해 금을 만들어내기 위한 연금술이 등장하게 되었다. 물론 연금술은 가짜라는 것을, 연금술로 금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다면 연금술은 실패한 것일까? 글쎄... 왜 이 책에서 연금술을 다루는 것일까? 바로 연금술 덕분에 화학이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내용에는 각 화학을 구성하는 물질들이 하나 둘 등장한다. 주기율표에서 기억나는 번호가 있는가? 칼카나마알아철리주납수구수은백금. 하하하! 다행히 내 머리는 아직 기억을 하고 있다. 주기율표의 순서를...!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화학이 메인이지만 다양한 학문과의 접점이 등장하듯이 이번에는 역사가 등장한다. 그리고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물질이라면 단연 철(Fe)이라 할 수 있다. 철과 같은 금속류는 농경만큼이나 인류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물론 1,500도나 되는 높은 온도에서 철을 주조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철을 얻을 수 있었을까? 실제 이집트 고분에서 철로 만든 칼이 발견되었는데, 이 칼의 성분을 분석해 보니 별똥별의 잔해인 운석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운석이라면 철이 높은 온도에서 녹는 조건을 이룰 수 있었을 터이니 신기한 우연일 수 있겠지만 그 우연 덕분에 결국 인류는 발전을 하게 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 밖에도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물질의 상태에 관한 것이다.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액체. 기체. 고체 상태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꽤나 흥미로웠다. 물로 대변되는 액체, 얼음인 고체, 그리고 수증기인 기체. 그렇다면 이산화탄소는 어떨까? 이산화탄소의 고체 형태는 드라이아이스다. 드라이아이스를 본 사람은 알 텐데, 드라이아이스가 녹으면 액체가 아닌 기체가 된다. 그렇다면 이산화탄소의 액체 상태를 본 적 있는가? (참고로 탄산음료는 이산화탄소의 액체가 아니다. 탄산가스를 음료에 넣었을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산화탄소는 아주 특별한 물질이라서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없을까? 그에 대한 답은 책에서 만날 수 있다.

한 챕터당 2~3페이지로 길지 않고, 꽤 흥미로운 주제가 많다. 물론 어려운 수식도 등장하고, 여러 용어들도 등장하지만 암기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지극히 교양으로 읽어봐도 충분하기에 머리 싸매고 읽지 않아도 된다. 화학 안에 철학도, 역사도, 환경도, 미래도, 의학도 다 담겨있다. 화학과 연결되는 교양의 접점을 통해 한층 더 교양을 업그레이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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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사 수업 - 유대 문헌으로 보는 신구약 중간사의 세계
박양규 지음 / 샘솟는기쁨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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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재학 시절 교양 필수로 배웠던 과목 중에는 구약과 신약에 대한 과목이 있었다. 신약 수업을 들으며, 구약의 마지막 성경인 말라기와 신약의 마태복음 사이에 400년의 기간이 벌어져있다는 것과, 그 시기를 암흑기라고 부른다는 것을 배웠다. 신학 전공생이 아닌 평신도인지라, 가끔 목사님의 설교를 통해 이 책에서 중간사로 소개하는 그 시기에 대한 부분을 한 번씩 듣지만, 구체적으로 중간사에 대한 심도 있는 수업을 들은 적은 없었기에, 궁금했다. "수업"이라는 단어가 붙는 책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한동일 교수의 여러 권의 수업 덕분^^)가 있었던지라 부담감보다는 궁금함이 더 컸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중간사를 연구한 목사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중간사 부분에 권위가 있는 분은 성결대 박정수 교수라고 한다. 박정수 교수와 마틴 헹엘, 스티브 메이슨의 연구를 참고하며 이 책을 풀어냈고, 참고로 이 책은 세종대에서 15주간 강의를 진행했던 부분을 책으로 옮긴 것이라 한다.

사실 역사서나 각 분야의 전공서적을 읽을 때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바로 배경지식을 획득하는 것이다. 특히 지금으로부터 2천 년도 더 된, 이스라엘의 문화는 우리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개괄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좋지만 저자는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우리의 역사의 비슷한 상황을 예로 들며 비교 설명해 준다. 가령 이스라엘 포로기에 잡혀간 사람들과 이스라엘 왕이 아시리아 사신(왕이 아닌 사신!) 앞에 이마를 땅에 대고 절하는 벽화 장면을 두고 조선 인조가 삼전도에서 삼궤구고두례를 했던 굴욕적인 장면과 겹쳐서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 중간사 수업에서 중요한 인물은 누구일까? 바로 이름 없는 그 아무개들의 이야기가 책 곳곳에 등장한다. 성경에서 레위기나 민수기만큼이나 지루한 이름이 등장하는 부분을 읽으며 굳이 왜 그들의 이름을 새겨두었을까, 그 이름 하나가 뭐 그리 큰 의미가 있다고... 하며 읽었던 기억이 상당수인데, 이 책을 통해 그 의미 또한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모든 편의와 안정을 포기하고 귀환한 사람들의 이름은 이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 밖에도 부정적인 이미지의 사두개파에 대한 부분, 설교를 통해 익히 들었던 헤롯의 아들들의 이야기 등 중간사 수업을 통해 성경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간사 시대가 결코 암흑기도, 하나님의 침묵기도 아니라 것이다. 그 시간 시간 하나님은 계속 일하고 계셨고, 그 시간을 통해 또한 믿음의 여정을 걷는 아무개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각 장의 수업을 통해 저자는 하남의 일하심과 아무개들의 굳건한 신앙을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보여준다. 함께 곁들여진 사진들과 도표 등을 통해 좀 더 쉽게 이해하고, 마음속에 깊이 있게 다가오도록 노력했다. 그동안의 긴 시간 수고하며 연구한 결과들을 편하게 앉아 책으로 만나게 된 것이 조금 미안할 정도로, 성경에 대해 더 깊이 있게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성경과 나를 떼어놓고, 성경의 시기와 나를 떼어놓고 이분법적으로 읽어왔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성경은 여전히 살아있고, 운동력이 있다. 성경 속 사건과 이야기는 과거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도 우리 삶 속에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다. 저자는 매 강의마다 그 부분을 놓치지 않고 일깨워 주었다. 이 부분을 배우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부분은 우리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에 대해 계속적으로 주의를 환기시켜주었다. 정말 강의를 듣듯이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 좋겠다. 그럼 더 깊이 있는 묵상과 이해의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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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로 읽는 수학 이야기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 3
인동교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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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부터 수학에 손을 놓았을까? 고2 때까지는 보습학원을 다니면서 나름 수학 강의를 들을 때 강사가 던지는 질문에 대답도 곧잘 했던 것 같다. 고3 때도 문제 앞에서 막 찍기만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이제는 다시 수학을 강제로(?)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지극히 문과인 과목을 전공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상과 달리 내가 입학한 학교는 문과와 이과(?) 같은 과목이 "학부"라는 이름으로 묶여있었고, 주 전공이 나누는 3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두 학과의 전필을 들어야 했으니 말이다. 1학년 1학기 경영 수학이라는 이름으로 수학과 계속 만나게 되었고, 그 이후 결국 내가 배운 두 학과의 복수전공하면서 졸업 전 마지막 학기까지 "회계"과목을 수강했다. TMI를 더 뿌리자면, 나는 현재 15년째 돈을 만지는 회계분야에서 밥을 먹고 살고 있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다분히!!! "그래픽 노블로 읽는" 때문이었다. 수학 이야기라고 하지만, 차례를 보니 수학사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수학사+다양한 수학이 등장한다.

만화지만, 첫 장부터 머리가 아팠다. 진짜 접고 싶었다. 이렇게 진도가 안 나갈 줄이야...! 다시 악몽(?) 아닌 악몽이 떠오른 이유는 바로 도형 때문이었다. 국민학교 2학년 때 산수 교과서에 등장한 도형은 내 평생 처음 겪는 좌절의 기억이었다. 도대체 도형의 넓이를 왜 구해야 하는 거고, 어떻게 해야 나오는지 아무리 쳐다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공식만 주야장천 외우고 나니, 응용문제가 나오면 족족 틀렸다. 근데 이 책의 시작은 탈레스고, 그는 이등변 삼각형이 등장한다. 그 이후로도 몇몇 장을 지나야 도형이 끝나니 정말 덮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도 도형을 넘기고 나니... 괜찮을 줄 알았는데 로그가 나오고, 파이가 나오고 좌표와 방정식이 나온다. 아마 그래픽 노블이 아니었다면 첫 장에서 바로 접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래픽 노블이니 읽을 수 있었다.

읽다 보면 꽤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등장한다. 어! 하는 바로 그 사람들... 내가 이렇게 수학자를 많이 알고 있었나? 싶을 정도다.(저자가 익숙한 이름의 수학자들을 소개해서 그럴 수도 있다.) 내용은 기억 안 나지만 피보나치수열, 유클리드 기하학, 피타고라스의 정리, 메르센 소수, 페르마의 정리뿐 아니라, 다분히 철학자로 알고 철학자라고 배웠던 데카르트도 등장한다. 익숙함이 책을 읽게 만드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왜 수학을 배워야 하는가? 실생활에 쓰는 건 사칙연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않는가?라는 대답에 대 수학자 유클리드는 이렇게 대답한다.

저자에게 동전 세 개를 쥐여 주고 보내거라.

배움으로 이익을 얻을 것만 생각하다니...

너무 한심하구나!

P.57

수학사 속에 담긴 뒷얘기를 읽어보는 재미도 나름 쏠쏠하다. 무리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던 피타고라스가 벌인 제자 히파수스 살인사건, 아마추어 수학자인 페르마가 17세기에 남긴 문제의 풀이는 과연 언제 풀렸을까?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있기에 무턱대고 피하기 보다 가볍게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이해가 안 되면 넘기자! 교양으로 읽는 거지, 앤드루 와일즈 처럼 전문적으로 문제를 풀 건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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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해시태그 한국 민주주의사 청소년을 위한 해시태그
조한성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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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를 참 좋아한다. 고3 수시모집에 사학과를 넣었을 정도로 한국사를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물론 여차여차해서 한국사가 아닌 행정학을 전공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한국사는 꾸준히 읽고 볼 정도로 여전히 나는 한국사를 좋아한다. 그럼에도 내가 유일하게 잘 안 보게 되는 시대는 근현대사인 것 같다. 굳이 핑계를 찾자면...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근현대사를 제대로 배운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중3, 고3 때 한국사를 배웠는데 수능을 얼마 앞둔 상황인지라 정말 근현대사는 날림으로 배웠었고, 중 3 때도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청소년을 위한"이 붙어 있는 이 책을 보자마자 이번에는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현대사라고 쓰여있지는 않지만, 책 속 한국 민주주의사는 근현대사와 기간을 같이 한다. 우선,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한 한국 민주주의사의 시작은 언제일까? 나 역시 8.15 해방 이후 일 거라 생각했는데, 저자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의 시작을 1894년으로 보았다. 1894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바로 갑오년. 나는 갑오개혁이 떠올랐는데, 저자는 그에 한발 앞서 동학농민운동을 민주주의사의 시작으로 본다. 동학이 중요하게 주장한 만민 평등사상이 바로 민주주의의 핵심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총 4부로 이루어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사는 1부에서는 동학농민운동부터 광주학생항일운동까지(일제강점기 포함)를 다루고, 2부에서는 광복 이후부터 이승만 대통령의 부정부패와 하야를 촉발시킨 4.19 혁명까지의 역사가 담겨있다. 3부에서는 박정희 독재 정권이, 4부에서는 전두환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부터 김대중 정권까지의 역사가 담겨있다. 유난히 숫자가 많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정치인이 아닌 민중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피와 땀을 흘리고 결국은 목숨으로 이루어낸 슬프지만 대단한 과거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자유가 과거 조상들의 피맺힌 노력의 성과 때문이라는 사실을 책을 읽는 내내 되새기게 된다.

어찌 보면 시작부터 잘못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금이라면 절대 말도 안 되는, 투표용지를 바꾸는 상황이 그때는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졌고,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정치깡패를 동원해 자신에게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을 구속시키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다행이라면, 과거 왜곡된 역사를 이 책에서는 바로잡고 있다는 점이다. 과오는 포장을 넘어 분장을 하고 어물쩍 넘어가면서 잘한 면만 과장해서 부각시키는 역사의 왜곡이 일본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있지 않았는가? 그런 면에서 이제는 잘못을 들추어 내고, 명명백백 밝힐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도 민주주의가 이루어 낸 변화가 아닐까 싶다. 5.16을 명백한 군사정변이라고 이야기하고, 5.18을 쿠데타나 폭동이 아닌 민주화 운동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아닐까 싶다. 풀뿌리 민주주의라 일컫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한 사람의 욕심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고 꾸짖었던 민중으로부터 시작되어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우리의 민주주의가 퇴보하지 않고 올곧은 길을 갈 수 있도록 깨어있는 민중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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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선정 위대한 그림 220
이경아 엮음 / 아이템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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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가 선정한 세계의 명작 220작품(실제 책에 담긴 작품은 그 이상이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무슨 이야기인가 했는데, 과거 BBC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를 주제로 해서 책이 탄생했다. 단, 12세기부터 1950년대까지의 작품 중에서 유럽 회화를 중점으로 소개하고 있다. 물론 중국이나 일본의 작품도 아주 잘 찾으면 한두 점 만날 수 있다.(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작품은 없다.) 220점의 그림 중 낯익은 그림이 더러 있긴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모나리자,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등)은 의도적으로 제외했다고 한다. 그 뜻은 좀 더 다채롭고 다양한, 그래서 때론 신선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었기에 만족스럽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순서가 거꾸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첫 장이 220번째 작품이니,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숫자가 적어진다. 마치 "벤자민 버튼의 사간을 거꾸로 간다"같은 느낌이다. 물론 의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특정 주제나 뭔가 분류하는 기준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한 작품을 깊이 있게 설명하기보다는, 지극히 작품에 집중하여 충실하지만 짧게 설명한다. 길어야 몇 페이지(한 명의 작가가 아니어서)인데, 대부분은 한 페이지 분량이다. 각 그림에 대한 내용이 한 페이지 분량이기에, 아쉽게도 책에 등장한 명화의 사이즈가 그리 크지 않다. 그럼에도 작품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이고 디테일하게 설명해야 하는 경우는 양쪽 페이지를 다 사용해서 작품을 보여주거나, 그 부분만 확대해서 보여주기에 아쉬움이 조금은 덜어졌다.

처음 보는 작품도 있지만, 눈에 익은 작품들도 있다. 가령 반 고흐의 자화상이나 잠자는 집시여인,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같은 작품들이다.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이 소개되기도 한다. 프란시스코 고야처럼 말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에곤 실레처럼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쿠르트 슈비터스나 조지 스터브스, 위베르 로베르 등 처럼 처음 들어오는 이름이 과반 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작품의 주제가 다양하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제단화와 같은 종교적 색채를 띤, 성경 속 그림이나 그리스 로마 신화 속 그림도 상당수 담겨있다. 또 피카소와 함께 등장한 입체파 화가들의 작품도 꽤 눈에 띈다. (역시나 이해하기 난해하긴 하다.)

책을 읽으며 진짜 놀란 작품이라면, 독일 화가 고트하르트 그라우브너의 검은 피부라는 작품이었다. 솔직히 내 눈에는 그저 검은색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자세히 보면 수많은 다채롭고 겹쳐진 레이어가 보인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저 도화지 같은 검정이 아닌 중간중간 옅고 선으로 보이는 검은색이 보인다. 역시 미술에도 도슨트의 해설이 필요한 이유를 이런 데서 알게 되는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작품이 여럿 있지만, 에곤 쉴레의 "어머니와 두 아이"라는 작품과 폴 내쉬의 "꿈에서 본 풍경"이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우선 에곤 쉴레의 작품은 곁들여진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한(오히려 부정적인) 글 때문에 기억에 남고, 꿈에서 본 풍경이라는 작품은 마치 액자같이 보이지만 거울 같기도 하고, 또 그 모든 것을 담고 있는 현실 같기도 해 신선하게 느껴졌다. 해설을 보니 초현실주의적인 모습이 드러난 작품이라고 한다.

그림을 잘 모르지만, 이번에도 처음 접하는 작품들이 많아서 그런지 신선했고, 작품에 대한 해설이 곁들여져서 좀 더 이해하기 쉬웠던 것 같다. 현존하는 작가들도 있는 걸 보면, 정말 현재 진행형인 그림을 마주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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