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사의 두건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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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의 제목은 수도사의 두건이다. 사건을 풀어가는 주인공의 직업이 수사기도 하고,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배경이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이기 때문에 시리즈 중 가장 궁금했던 작품이기도 했다. 우선 이 책의 제목은 캐드펠 수사가 만든 독약의 이름이다. 그것도 맹독성 독약이다. 시리즈를 읽어왔다면 익히 알고 있겠지만, 캐드펠 수도사는 수도원에서 허브를 비롯한 식물을 키우는 일을 오래도록 해왔다. 일이 고되기에 가끔은 그를 돕는 일손이 필요한 참이었는데, 수련사 마크가 그를 도와 일을 하고 있었다. 2권에 등장했던 모드 황후와 스티븐 백작의 전쟁에서 스티븐 백작이 승리를 거두고 왕이 된다. 권력을 장악한 스티븐 왕은 모드 황후 편에 섰던 슈루즈베리에게 앙심을 품은 것일까? 슈루즈베리에 있던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수도원장 해리버트는 교황사절 회의에서 재임명을 받기 전까지 수도원장직이 정지되는 상황에 처하고 소환된다. 이 상황을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부수도원장인 로버트 페넌트다. 현 2인자인 그가 수도원장에 가장 유력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열심히 약초를 재배하는 캐드펠 수사는 한 소식을 전해 듣는다. 돈도 나이도 많은 말릴리 영주가 전 재산을 수도원에 기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는 수도원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물론 나이가 들어 수도사가 되는 경우는 당시에는 낯선 광경은 아니다. 캐드펠 역시 40세가 넘어서 수도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약초 재배뿐 아니라 웨일스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는 능력과 튀지 않고 언제나 중도를 지키는 성품 덕분에 캐드펠은 적이 없는 편이다.

보넬 부인의 심부름으로 요리에 쓸 허브를 얻으러 왔다는 한 남자가 그에게 다가온다. 그의 이름을 앨프릭이었는데, 그는 앞에서 말한 부유한 영주의 하인이었다. 세이지와 비질을 얻어 돌아간 앨프릭. 그로부터 얼마 후, 끔찍한 소식이 전해진다. 음식을 먹은 영주 보넬이 고통을 호소하고 쓰러졌다는 이야기였다. 급하게 그곳으로 향한 캐드펠은 이상한 향을 맡게 된다. 자신이 키운 모든 허브와 그것으로 만든 약의 향을 맡기만 해도 아는 그였기에, 급사한 영주가 먹은 게 그가 만든 독약인 수도사의 두건이라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사실 수도사의 두건은 관절염의 특효약인 기름으로, 투구꽃이 주 재료이다. 상처 부위에 바르면 효과가 있지만, 마실 경우 치명적인 독이 된다. 죽은 영주 옆에 떨고 있는 보넬 부인을 보게 되는 캐드펠. 그녀가 과거 자신의 약혼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책의 초반에 이름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투구꽃으로 만든 기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그 약을 다룬 후에는 꼭 손을 씻어야 한다는 사실까지도... 그냥 넘겼는데 왜 언급을 했는지는 얼마 후 알 수 있다. 이번 작품에는 영주의 사망에 얽힌 사건을 풀어내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캐드펠의 과거 이야기와 함께 수도원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의 이야기도 한층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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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잡사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화에 담긴 은밀하고 사적인 15가지 스캔들
김태진 지음 / 오아시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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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을 읽으며 혹시 오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잡사 보다 집사가 익숙해서였다. 하지만 첫 페이지를 넘기며 잡사(雜史)의 뜻을 알게 되었다. 원래 잡사의 뜻은 '민간에 전하는 체재를 갖추지 못한 역사책'이라는 뜻이지만, 저자는 책 속에서 잡사의 뜻을 '잡스러운 역사'로 사용했다고 한다. 잡스러운 역사라... 이 말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소위 비하인드 스토리적 이야기를 다룬다고 볼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책 안에 담긴 15가지의 스토리 안에는 그동안 마주하지 못했던 속 얘기들이 담겨있었다. 물론 잡사 앞에 있는 "명화"와 더불어 명화를 통해 본 잡사, 또는 잡사를 통해 본 명화를 마주할 수 있었다.

책 안에 담긴 역사는 연결이 된다. 앞 이야기가 뒷이야기로, 뒷이야기는 그다음 이야기로 말이다. 그렇기에 이 책 안에서 다루는 역사는 지극히 유럽 사다. 익숙한 이름과 익숙한 그림도 상당수 있었다. 그럼에도, 낯선 이야기들도 꽤 있다. 덕분에 더 흥미롭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3일 천하가 있지만, 유럽에는 9일 천하가 있다. 3일 천하는 왕은 아니었지만, 9일 천하는 여왕이었다. 물론 자신이 원해서 왕이 된 것은 아니었고, 내려올 때도 원해서가 아니다. 오로지 타의에 의해, 타인의 욕심에 의해 그녀는 결국 처형된다. 반대파 역시 그녀를 처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림은 그렇게 그려졌고 그녀는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망하게 된다. 제인 그레이의 이야기다.

유명 화가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둘 다 화가와 그의 연인에 대한 이야기다. 아마 이 두 화가의 이름은 무척 익숙할 테지만, 화가의 여인의 이름은 낯설다. 능력이 출중하면, 그만큼 탐을 내는 사람이 많다. 당시에도 유명했고, 지금도 유명한 화가 라파엘로와 렘브란트가 그 주인공들이다. 라파엘로는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갑작스럽게 사망해서, 렘브란트는 사랑하는 여인을 병으로 잃어서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꼽자면 단연 마리 앙투아네트가 아닐까 싶다. 프랑스 루이 16세의 황후인 그녀는 아름다운 미모를 지녔지만, 후대에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물론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과한 감이 있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로 그의 이미지를 최악으로 만든 말인데, 그녀가 실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과소비와 사치의 대명사로 불린다. 마리아 테레지아의 막내딸인 그녀는 14세의 프랑스 왕세자비가 된다. 하지만 산만하고 집중력이 없었던 그녀는 공부를 싫어하다 보니 외국으로 시집을 갔음에도 불어를 잘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친정엄마인 마리아 테레지아 역시 딸을 시집보내고 염려를 할 정도로 걱정이 컸다고 한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관련된 비사에는 목걸이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드로앙 추기경의 꿈은 총리대신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보석상 주인인 라모트는 자신이 만들어 둔 거금의 목걸이를 팔기 위해 그런 둘을 이용한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필체를 흉내 낸 편지를 드로앙 추기경에게 보냈던 것이다. 거기에 한술 더 떠 마리 앙투아네트를 닮은 매춘부를 통해 드로앙 추기경에게 접근했던 것이다. 라모트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환심을 사려면 목걸이가 필요할 것이라는 말로 드로앙 추기경에게 고가의 목걸이를 판매한다. 하지만 이 모든 사실이 거짓이라는 사실이 탄로 나고, 라모트는 유죄 판결을 받는다. 문제는 이 사건이 이상하게 퍼져서 전혀 상관없었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목걸이를 챙기고 누명을 씌웠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다. 그 일로 그녀는 프랑스 국민들에게 미움을 사게 되고 그렇게 마리 앙투아네트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치의 대명사로 전해진다.

각 단원의 말미에는 인문학 카페라는 이름으로 해당 파트의 역사 이야기가 정리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명화 보다 잡사에 좀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느낌이 든 것이 알지 못했던 역사의 뒤편 이야기가 더 진한 인상을 주어서 그런 것 같다. 덕분에 책에 등장한 명화들을 볼 때마다 곁들여진 이야기가 함께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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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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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은 시체 한 구가 더 있다이다. 자신의 정원을 가꾸기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캐드펠 수사는 덕분에 일이 많다. 한 수사에 의해 그의 조수로 일할 청년이 온다. 17세의 고드릭이라는 남자였다. 17세라고 하지만 글쎄... 목소리도 뭔가 좀 애매하다. 우연히 정치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지금은 전쟁 중이다. 헨리 왕이 죽기 전, 영주들을 불러 모드 황후를 자신의 후계자로 삼고 충성을 맹세 시킨다. 하지만, 헨리 왕이 죽자마자, 황후의 사촌인 스티븐 백작이 왕권을 탈취한다. 그렇게 전쟁이 시작된다. 모드 황후에게 충성을 맹세한 영주들 중 일부는 스티븐 백작 쪽으로 돌아섰다. 그런데, 고드릭이 정치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그것도 모드 황후 편에서 말이다. 이야기를 들은 캐드펠은 고드릭에게 조언을 한다. 조용해 보이지만, 수도원 안에도 듣는 귀가 많고, 특히 그런 말을 수집해서 일러바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입 밖으로 꺼내지 말라는 조언 말이다. 물론 자신은 중립이라는 말과 함께...

고드릭에게는 이상한 점이 있었고, 그를 위해 캐드펠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의 비밀을 알아챈다. 역시 눈치 빠른 캐드펠이다. 사실 고드릭은 남자가 아닌 여자였고, 그녀의 본명은 고디스 앤더니로 모드 황후 편에서 싸우고 있는 윌리엄 피챌런의 친구의 딸이었다.

한편, 스티븐 백작의 막사로 한 여성이 찾아온다. 얼라인 시워드라는 이름의 그녀는 병으로 부친을 잃었고, 그의 오빠인 자일스는 모드 황후 측에 서 있지만, 그녀는 아버지와 같이 스티븐 백작 편에 서 있다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또 한 사람 휴 베링어가 찾아와서 자신의 무장 병력을 스티븐에게 맡기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사실 휴 베링어는 고디스 앤더니의 약혼자인데, 고디스와 헤어져 현재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말을 전한다. 스티븐은 그에게 우선 약혼자를 찾으라고 하고 그를 돌려보낸다. 휴 베링어는 수도원 접객소에 머물겠다는 말을 전한 후 물러난다.

전쟁은 치열해진다. 스티븐의 공격으로 수비군 포로가 많이 잡히는데, 스티븐은 그들을 모두 처형한다. 아눌프까지 포함해서 총 94명이 사망한다. 끔찍한 학살이 일어나지만 그들의 시신을 수습할 사람이 없자,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수도원장 헤리버트는 가족들이 찾아오는 시신들을 본인들이 수습하겠다는 말을 전한다. 시신들이 수도원으로 들어오는데, 총 95구다. 분명 처형된 군인들은 94명이라고 했는데, 1구는 과연 누구인 걸까?

이번에도 캐드펠 수사의 활약이 도드라진다. 시신의 진실을 찾아내는 것 외에도 서로 반대편이 된 약혼자의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중세 시대의 실제적인 정치적 상황들이 사건 안으로 들어가 더 실제적으로 느껴진다. 과연 다음 편에서는 어떤 사건이 펼쳐지고, 캐드펠 수사는 어떤 활약을 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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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 스트리트
제니 잭슨 지음,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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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표지와 제목을 유심히 보는 편이다. 파인애플과 스트리트? 전혀 연관 없어 보이는 이 두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책의 초반에 등장한다. 파인애플 스트리트 외에도 오렌지 스트리트, 크랜베리 스트리트가 있다. 길 혹은 해당 구역의 이름이 다 과일 이름이다. 이 특이한 거리의 이름은 실제 뉴욕에 있다. 그리고 스톡턴가의 며느리가 된 샤샤가 살고 있는 집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스톡턴가는 꽤 명망 있는(아니 돈이 많은) 가문이다. 부동산 중개업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 1대 에드워드 코딩턴 스톡턴에 이어 2대인 칩 스톡턴 그리고 3대 코드 스톡턴에 이르기까지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덕분에 그들은 부동산계에서는 꽤 알아주는 인물들이 되었다. 스톡턴가의 큰 딸인 달리, 둘째인 아들 토드의 아내인 샤샤 그리고 막내인 조지애나까지 그녀들이 이야기가 책 안에 담겨있다. 어려서부터 가진 사람들의 삶을 살았던 그들이지만, 이 집안만의 독특한 점이 있다. 우선 가족들끼리 너무 가깝다. 수시로 만나 식사를 하고, 아들인 토드는 자신의 새 옷을 사며 아버지 것까지 하나 더 사서 선물한다. 통화는 기본이고, 어머니의 발 마사지까지 해줄 정도인 집안 분위기에 샤샤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샤샤는 비슷한 수준의 있는 집의 딸은 아니었다. 그래서 토드의 어머니인 틸다는 썩 샤샤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샤샤가 살고 있는 집은 토드의 부모님이 과거에 살던 곳인데, 상당히 크지만 잡동사니가 엄청나다. 신혼을 시작하며 자신의 스타일로 집을 바꾸고 싶었던 샤샤. 남편이 토드가 부모님께 집을 좀 바꿔도 되냐고 묻자, 쿨하게 그러라고 하지만 막상 어디 어디를 이야기했더니, 갖은 핑계를 대면서 몇 달 살다 보면 오히려 생각이 달라질 거라는 말로 시어머니 짓을 한다. 그리고 이사를 기념해 식사 자리를 갖게 된 스톡턴가.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고민인 샤샤는 흰색 셔츠에 감색 바지를 입고 간다. 문제는, 그녀의 복장을 보고 초대되어 온 손님들이 직원인 줄 알고 술을 더 달라거나, 접시를 치워달라는 등의 일을 시켰다는 것이다. 괜스레 주눅이 든 샤샤. '자신의 옷차림과 얼굴에 부유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났다고 쓰여있나?'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다. 그렇다고 시누들이 샤샤를 괴롭히거나 시누짓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왠지 이들과 섞이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샤샤는 쉽지 않다.

한편 첫째 달리는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의 삶을 살고 있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틸라와 다른 삶을 선택하지만 글쎄... 온실 속 화초같이 자란 그녀인지라 삶이 녹록지 않다. 막내인 조지애나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있다. 누구에게도 축복받지 못하는 삶 속에서 그녀는 좌절한다.

사실 우리는 돈 많은 재벌의 삶을 동경한다. 소위 금수저의 삶을 살면 아무 걱정 없이 편하게 살 것이라 생각하기도 하지만, 삶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사실을 또 깨닫게 된다. 당장 먹고 살 걱정은 없지만, 그 많은 부를 지키기 위해 그들 나름의 고민과 괴로움이 있다는 것과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인간관계와 여러 가지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도 마주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최대 재벌가의 딸의 자살 사건과 또 다른 재벌가로 시집가서 여러 이슈들을 뿌리고 결국 이혼을 했던 한 여배우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남들은 동경하지만, 글쎄... 파인애플 스트리트 속 가족의 이야기처럼 남들이 모르는 그들만의 어려움이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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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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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추리소설은 시리즈가 많은 것 같다. 제대로 키운 주인공의 활약이 제대로 도드라지는 장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처음 접하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첫 권은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이다. 눈매만 그려진 소설의 표지가 압도적이다. 알고 보니, 1977년(영국 출간 기준)에 나온 작품이라 하니 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작품이었고,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단편소설집까지 포함해서 총 21권이라 하니 앞으로 갈 길이 멀다.

12세기 슈루즈베리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수도사인 캐드펠은 허브를 키우며 약용 허브를 키우는 일에 재능을 가지고 있다. 15년에 걸쳐 향신료나 약재로 쓰이는 허브들을 키우며 정원을 가꾸는 캐드펠 수사는 식물재배뿐 아니라 눈에 띄지 않게 조는 방법도, 튀지 않게 자리하는 방법에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아침, 날카롭고 요란한 괴성에 잠이 깬 그는 대회의실 한복판 바닥에 콜룸바누스 수사가 대리석 바닥에 몸부림을 치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콜롬바누스 수사의 모습에 놀란 수사들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진료소를 담당하는 애드먼드 수사에 의해 겨우 경련하는 몸을 묶어서 진료소로 향할 뿐이다. 다음날 아침, 제롬 수사는 다른 수사들 앞에서 간 밤에 자신이 꾼 환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꿈에서 그는 성녀 위니프리드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위니프리드가 순교한 자리에 솟아난 샘물에서 목욕을 하게 되면 콜룸바누스 수사의 병이 나을 거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콜롬바누스 수사를 데리고 제롬 수사와 캐드펠 수사는 성녀 위니프리드가 순교한 귀더린으로 떠나게 되고, 다행히 제롬의 꿈처럼 콜롬바누스 수사는 병이 낫게 된다.

당시는 한참 성스러운 유골을 모시는 것, 그리고 성스러운 유골이 병을 고쳐준다는 신비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시기였다. 캐드펠 수사가 몸담고 있는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도 콜롬바누스 사건을 겪으며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자신의 수도원으로 가지고 오자는 논의가 더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다. 성녀의 유골을 모시기 위해 떡갈나무와 은으로 장식한 성골함까지 준비된 상황이다. 웨일스 출신인 캐드펠이 선택된 이유는 그곳이 웨일스어를 쓰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수도원이 성녀의 유골 때문에 유명해지길 원했던 로버트 부수도원장은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져오라는 임무를 자신의 심복인 수도사와 캐드펠에게 맡긴다. 이 일을 위해 주교와 왕자의 허락까지 받아놓을 정도니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알 수 있겠다. 하지만 호락호락하게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내줄 주민들이 아니었다. 마을 주민들은 유골을 옮기는 것에 대해 반대를 하기 시작하지만, 협상을 통해 나름의 긍정적인 결론을 도출해낸다. 그러던 중 반대파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영주 리샤르트가 화살에 찔려 살해당하는 장면을 마주하게 되는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탐정이자 관찰자 역할을 하는 캐드펠인지라, 사건의 시작부터 과정을 자신의 눈으로 보고 그 기록을 따라가는 형식으로 사건이 풀어진다. 덕분에 꽤 흥미로운 추리를 마주할 수 있다. 물론 당시의 시대상과 역사상은 덤이라 할 수 있다.

지금으로 보자면 과학과 기술이 턱없이 부족하던 시대인지라, 범인을 찾아내는 방법이나 사건의 시작이 되는 성스러운 유골의 능력과 관련된 부분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럼에도 억지로 짜 맞춘듯하고 꼬고 더 꽈서 독자로 하여금 반전미를 선사하는 현대의 추리소설과는 사뭇 다른 풋풋한 맛(?)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수도원 안에서도 벌어지는 정치에 관한 내용도 마주할 수 있다. 과연 2권에서 캐드펠 수사는 어떤 사건과 마주할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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