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추리소설은 시리즈가 많은 것 같다. 제대로 키운 주인공의 활약이 제대로 도드라지는 장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처음 접하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첫 권은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이다. 눈매만 그려진 소설의 표지가 압도적이다. 알고 보니, 1977년(영국 출간 기준)에 나온 작품이라 하니 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작품이었고,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단편소설집까지 포함해서 총 21권이라 하니 앞으로 갈 길이 멀다.
12세기 슈루즈베리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수도사인 캐드펠은 허브를 키우며 약용 허브를 키우는 일에 재능을 가지고 있다. 15년에 걸쳐 향신료나 약재로 쓰이는 허브들을 키우며 정원을 가꾸는 캐드펠 수사는 식물재배뿐 아니라 눈에 띄지 않게 조는 방법도, 튀지 않게 자리하는 방법에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아침, 날카롭고 요란한 괴성에 잠이 깬 그는 대회의실 한복판 바닥에 콜룸바누스 수사가 대리석 바닥에 몸부림을 치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콜롬바누스 수사의 모습에 놀란 수사들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진료소를 담당하는 애드먼드 수사에 의해 겨우 경련하는 몸을 묶어서 진료소로 향할 뿐이다. 다음날 아침, 제롬 수사는 다른 수사들 앞에서 간 밤에 자신이 꾼 환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꿈에서 그는 성녀 위니프리드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위니프리드가 순교한 자리에 솟아난 샘물에서 목욕을 하게 되면 콜룸바누스 수사의 병이 나을 거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콜롬바누스 수사를 데리고 제롬 수사와 캐드펠 수사는 성녀 위니프리드가 순교한 귀더린으로 떠나게 되고, 다행히 제롬의 꿈처럼 콜롬바누스 수사는 병이 낫게 된다.
당시는 한참 성스러운 유골을 모시는 것, 그리고 성스러운 유골이 병을 고쳐준다는 신비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시기였다. 캐드펠 수사가 몸담고 있는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도 콜롬바누스 사건을 겪으며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자신의 수도원으로 가지고 오자는 논의가 더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다. 성녀의 유골을 모시기 위해 떡갈나무와 은으로 장식한 성골함까지 준비된 상황이다. 웨일스 출신인 캐드펠이 선택된 이유는 그곳이 웨일스어를 쓰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수도원이 성녀의 유골 때문에 유명해지길 원했던 로버트 부수도원장은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져오라는 임무를 자신의 심복인 수도사와 캐드펠에게 맡긴다. 이 일을 위해 주교와 왕자의 허락까지 받아놓을 정도니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알 수 있겠다. 하지만 호락호락하게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내줄 주민들이 아니었다. 마을 주민들은 유골을 옮기는 것에 대해 반대를 하기 시작하지만, 협상을 통해 나름의 긍정적인 결론을 도출해낸다. 그러던 중 반대파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영주 리샤르트가 화살에 찔려 살해당하는 장면을 마주하게 되는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탐정이자 관찰자 역할을 하는 캐드펠인지라, 사건의 시작부터 과정을 자신의 눈으로 보고 그 기록을 따라가는 형식으로 사건이 풀어진다. 덕분에 꽤 흥미로운 추리를 마주할 수 있다. 물론 당시의 시대상과 역사상은 덤이라 할 수 있다.
지금으로 보자면 과학과 기술이 턱없이 부족하던 시대인지라, 범인을 찾아내는 방법이나 사건의 시작이 되는 성스러운 유골의 능력과 관련된 부분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럼에도 억지로 짜 맞춘듯하고 꼬고 더 꽈서 독자로 하여금 반전미를 선사하는 현대의 추리소설과는 사뭇 다른 풋풋한 맛(?)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수도원 안에서도 벌어지는 정치에 관한 내용도 마주할 수 있다. 과연 2권에서 캐드펠 수사는 어떤 사건과 마주할지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