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의 제목은 수도사의 두건이다. 사건을 풀어가는 주인공의 직업이 수사기도 하고,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배경이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이기 때문에 시리즈 중 가장 궁금했던 작품이기도 했다. 우선 이 책의 제목은 캐드펠 수사가 만든 독약의 이름이다. 그것도 맹독성 독약이다. 시리즈를 읽어왔다면 익히 알고 있겠지만, 캐드펠 수도사는 수도원에서 허브를 비롯한 식물을 키우는 일을 오래도록 해왔다. 일이 고되기에 가끔은 그를 돕는 일손이 필요한 참이었는데, 수련사 마크가 그를 도와 일을 하고 있었다. 2권에 등장했던 모드 황후와 스티븐 백작의 전쟁에서 스티븐 백작이 승리를 거두고 왕이 된다. 권력을 장악한 스티븐 왕은 모드 황후 편에 섰던 슈루즈베리에게 앙심을 품은 것일까? 슈루즈베리에 있던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수도원장 해리버트는 교황사절 회의에서 재임명을 받기 전까지 수도원장직이 정지되는 상황에 처하고 소환된다. 이 상황을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부수도원장인 로버트 페넌트다. 현 2인자인 그가 수도원장에 가장 유력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열심히 약초를 재배하는 캐드펠 수사는 한 소식을 전해 듣는다. 돈도 나이도 많은 말릴리 영주가 전 재산을 수도원에 기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는 수도원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물론 나이가 들어 수도사가 되는 경우는 당시에는 낯선 광경은 아니다. 캐드펠 역시 40세가 넘어서 수도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약초 재배뿐 아니라 웨일스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는 능력과 튀지 않고 언제나 중도를 지키는 성품 덕분에 캐드펠은 적이 없는 편이다.
보넬 부인의 심부름으로 요리에 쓸 허브를 얻으러 왔다는 한 남자가 그에게 다가온다. 그의 이름을 앨프릭이었는데, 그는 앞에서 말한 부유한 영주의 하인이었다. 세이지와 비질을 얻어 돌아간 앨프릭. 그로부터 얼마 후, 끔찍한 소식이 전해진다. 음식을 먹은 영주 보넬이 고통을 호소하고 쓰러졌다는 이야기였다. 급하게 그곳으로 향한 캐드펠은 이상한 향을 맡게 된다. 자신이 키운 모든 허브와 그것으로 만든 약의 향을 맡기만 해도 아는 그였기에, 급사한 영주가 먹은 게 그가 만든 독약인 수도사의 두건이라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사실 수도사의 두건은 관절염의 특효약인 기름으로, 투구꽃이 주 재료이다. 상처 부위에 바르면 효과가 있지만, 마실 경우 치명적인 독이 된다. 죽은 영주 옆에 떨고 있는 보넬 부인을 보게 되는 캐드펠. 그녀가 과거 자신의 약혼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책의 초반에 이름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투구꽃으로 만든 기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그 약을 다룬 후에는 꼭 손을 씻어야 한다는 사실까지도... 그냥 넘겼는데 왜 언급을 했는지는 얼마 후 알 수 있다. 이번 작품에는 영주의 사망에 얽힌 사건을 풀어내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캐드펠의 과거 이야기와 함께 수도원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의 이야기도 한층 재미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