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학 시절 교양 필수로 배웠던 과목 중에는 구약과 신약에 대한 과목이 있었다. 신약 수업을 들으며, 구약의 마지막 성경인 말라기와 신약의 마태복음 사이에 400년의 기간이 벌어져있다는 것과, 그 시기를 암흑기라고 부른다는 것을 배웠다. 신학 전공생이 아닌 평신도인지라, 가끔 목사님의 설교를 통해 이 책에서 중간사로 소개하는 그 시기에 대한 부분을 한 번씩 듣지만, 구체적으로 중간사에 대한 심도 있는 수업을 들은 적은 없었기에, 궁금했다. "수업"이라는 단어가 붙는 책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한동일 교수의 여러 권의 수업 덕분^^)가 있었던지라 부담감보다는 궁금함이 더 컸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중간사를 연구한 목사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중간사 부분에 권위가 있는 분은 성결대 박정수 교수라고 한다. 박정수 교수와 마틴 헹엘, 스티브 메이슨의 연구를 참고하며 이 책을 풀어냈고, 참고로 이 책은 세종대에서 15주간 강의를 진행했던 부분을 책으로 옮긴 것이라 한다.
사실 역사서나 각 분야의 전공서적을 읽을 때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바로 배경지식을 획득하는 것이다. 특히 지금으로부터 2천 년도 더 된, 이스라엘의 문화는 우리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개괄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좋지만 저자는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우리의 역사의 비슷한 상황을 예로 들며 비교 설명해 준다. 가령 이스라엘 포로기에 잡혀간 사람들과 이스라엘 왕이 아시리아 사신(왕이 아닌 사신!) 앞에 이마를 땅에 대고 절하는 벽화 장면을 두고 조선 인조가 삼전도에서 삼궤구고두례를 했던 굴욕적인 장면과 겹쳐서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 중간사 수업에서 중요한 인물은 누구일까? 바로 이름 없는 그 아무개들의 이야기가 책 곳곳에 등장한다. 성경에서 레위기나 민수기만큼이나 지루한 이름이 등장하는 부분을 읽으며 굳이 왜 그들의 이름을 새겨두었을까, 그 이름 하나가 뭐 그리 큰 의미가 있다고... 하며 읽었던 기억이 상당수인데, 이 책을 통해 그 의미 또한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모든 편의와 안정을 포기하고 귀환한 사람들의 이름은 이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 밖에도 부정적인 이미지의 사두개파에 대한 부분, 설교를 통해 익히 들었던 헤롯의 아들들의 이야기 등 중간사 수업을 통해 성경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간사 시대가 결코 암흑기도, 하나님의 침묵기도 아니라 것이다. 그 시간 시간 하나님은 계속 일하고 계셨고, 그 시간을 통해 또한 믿음의 여정을 걷는 아무개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각 장의 수업을 통해 저자는 하남의 일하심과 아무개들의 굳건한 신앙을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보여준다. 함께 곁들여진 사진들과 도표 등을 통해 좀 더 쉽게 이해하고, 마음속에 깊이 있게 다가오도록 노력했다. 그동안의 긴 시간 수고하며 연구한 결과들을 편하게 앉아 책으로 만나게 된 것이 조금 미안할 정도로, 성경에 대해 더 깊이 있게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성경과 나를 떼어놓고, 성경의 시기와 나를 떼어놓고 이분법적으로 읽어왔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성경은 여전히 살아있고, 운동력이 있다. 성경 속 사건과 이야기는 과거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도 우리 삶 속에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다. 저자는 매 강의마다 그 부분을 놓치지 않고 일깨워 주었다. 이 부분을 배우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부분은 우리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에 대해 계속적으로 주의를 환기시켜주었다. 정말 강의를 듣듯이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 좋겠다. 그럼 더 깊이 있는 묵상과 이해의 시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