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두 거장이 한 권의 책에서 만났다. 실제로는 시대도, 나라도, 분야도 다르지만 두 거장의 작품은 어색하지 않다. 책 한쪽에는 윤동주의 시가, 다른 쪽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 놓여있다. 마치 서로의 작품을 보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던 것일까 싶을 정도로 두 거장의 작품들은 서로를 닮아있다. 물론 출판사에서 읽고 읽으며 적절하게 배치를 했겠지만, 세상을 떠난 이들이 다시 살아나 작품을 만들지는 않았을 테니 우연이라기에는 신기할 정도다. 그러고 보니 이들의 삶에도 공통점이 꽤 있어 보인다. 둘 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동주는 20대, 고흐는 30대), 고흐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고, 동주 역시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둘 다 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당대에는 알려지지 못했다.
우선 동주의 시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겨울에 대한 시가 많다는 것과, 학창 시절 배운 시들(저항시나 비판적 어조의 시)과 달리 유달리 주변인에 대한 시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동시 같은 느낌의 따뜻한 시들과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시가 많았다. 고흐의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봐왔던 익숙한 작품들도 있지만, 처음 보는 낯선 작품들도 많았다. 유난히 진하고 선명한 색상(노랑이나 초록, 파란색 같은)의 고흐 식의 그림들도 있지만 스케치 같은 느낌의 검은색만 돋보이는 그림도 꽤 여러 작품 보였다. 그중 시 몇 편과 그림이 와닿아서 옮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