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음 앞에 매번 우는 의사입니다 - 작고 여린 생의 반짝임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스텔라 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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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 전, 아는 언니가 세쌍둥이를 출산했는데, 출산 관련 이야기가 신문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특이한 케이스라 서라기보다는, 이 책의 저자처럼 신생아 중환자실 의사에 관한 기사였기 때문인데 지인의 이야기를 기사로 접하니 참 신기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잘 커서 퇴원을 했다.

엄마가 되고 보니, 임신과 출산은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르다처럼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체감했다. 한 생명을 품고 뱃속에서 고생을 하며 키워서, 세상으로 내 보내는 일은 정말 많은 희생이 따른다. 내 주변에도 뱃속에서 아이가 사산되어서 수술한 친구도 있고, 너무 이른 조산으로 결국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돼서 별이 된 친구도 있다. 아이를 품고 낳는 일은 의학이 발전되어도 여전히 위험하고,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아니 태어나서도 예상치 못한 많은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 특히 난임도 많고, 결혼 연령도 높아지면서 노산도 많다 보니 과거에 비해 일찍 세상으로 나오는 초미숙아의 이야기들도 많다 보니 아이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가슴이 아프고 안쓰럽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부분은, 신생아 중환자실(그동안 많이 들었던 니큐가 신생아 중환자실을 말하는 걸 이번에 알았다.)에 있는 아이들을 담당하는 의료진들이 "내"아이, "너의"아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이었다. 그만큼 내가 낳은 내 아이처럼 보살핀다는 뜻인지라 읽는 내내 뭉클했다. 상태가 좋다가도 갑자기 악화되어 세상을 떠나는 경우도 있고, 여러 위기를 잘 넘기고 졸업(퇴원이 아닌 졸업이라 칭하고 아이가 퇴원하는 날, 졸업식도 해준다고 한다. 얼마나 뜻깊은 날인가!)을 하게 되면 정말 행복해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많이 고마웠다.

최선을 다하지만, 아이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담당하던 의료진들 역시 깊이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이라면, 서로의 감정과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혹시나 있었을지 모르는 실수들을 대비해서 더 정확하게 시스템을 갖추어 나간다는 사실이다. 특히 의료진들의 리더 역할을 하는 저자는 아이를 잃고 나면, 누구보다 자책이 심해진다고 한다. 책의 내용 중에는 30시간 가까이를 잠도 못 자고 아이 옆에 붙어서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치료가 무엇인지를 체크하고 또 체크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이게 진짜 전문가이자 진정한 의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특히 두 아이의 엄마이기에 누구보다 부모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읽어주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또 하나는 어느 누구도 고통을 받을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도 적용하고 치료한다는 사실이다. 말 못 하고 표현할 수 없는 아이이기에 더 세심히 관찰하고, 아이에게 최선의 치료를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곳곳에 담겨있어서 감동적이었다.

암으로 고통받다가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그녀에게 의사라는 꿈을 꾸게 만들어주었다. 또한 마지막에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던 안타까움을 또 겪고 싶지 않아 가족들에게 더 많이 사랑한다고 표현한다는 사실이 기억에 남는다. 죽음 앞에서 매번 우는 의사, 하지만 그 죽음에 매몰되지 않고, 그 아픔을 성장으로 변화시키는 의사인 그녀의 모습이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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