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박 대리는 강남 아파트를 어떻게 샀을까?
산군 김리치 지음 / 북오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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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가 공전의 히트를 쳤었다. 나 역시 그 분위기에 책을 읽었는데, 덕분에 여러 재테크에 대한 지식을 맛보았다. 사실 내가 하고 있는 재테크라고 해봤자(나는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적금이나 예금 그리고 몇 년째 묵혀두고 있는 펀드 정도가 다다. 당연히 이율 좋은 적금이 좋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예금은 쳐다도 안 봤는데, 얼마 전 읽었던 경제학 책에서 여유자금이 있고 당장 급한 돈이 아니라면 적금보다 예금이 이자가 더 높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았다.

제목부터 눈에 확 와닿는다. 우리나라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동네를 따지면 단연 강남이 아닐까? 서울 자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강남 아파트라니...! 도대체 박 대리는 어떻게 강남에 집을 살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32세의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현우 대리는 참 열심히 사는 젊은이다. 어린 시절 현우의 아버지는 잘나가는 사장님이었다. 그래서 남부럽지 않은 유년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예상하듯 현우 아버지의 사업은 망했고, 여동생 현정과 어머니와 함께 단칸방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그때부터 현우는 열심히 살았다. 공부를 곧잘 했기에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입학했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2천 원짜리 빵으로 일주일을 버티며 열심히 일해 1억을 모아서 돌아온다. 그래서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생활을 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에 다니며 220만원을 받는 급여로 집을 산다는 것은 꿈속의 일이나 마찬가지다. 인천에서 강남 회사까지 출퇴근이 너무 괴로운 현우. 1시간 반이나 걸리는 출퇴근 때문에 저녁 있는 삶은 물론 야근이나 회식이라도 하면 잘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힘들다. 결국 현우는 회사 근처로 이사를 결정한다. 반지하에 가까운 오래된 구옥 빌라를 겨우 얻은 현우는 그래도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어 만족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집을 샀고, 투자가 어떻고 얘기를 하지만 현우에게는 꿈만 같다. 그나마 취미생활인 헬스클럽을 다니며 운동에만 빠져살던 현우는 우연히 같이 운동을 하는 윤아를 만나게 된다. 열심히 사는 윤아의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한 현우는 용기를 내 윤아에게 고백을 한다. 그렇게 둘은 연인이 된다. 하지만 윤아는 토요일마다 너무 바쁘다. 데이트는 꿈도 못 꾼다. 사실 윤아는 토요일마다 임장(부동산을 돌아보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현우는 내 집을 마련하는 꿈이 있었는데, 윤아 덕분에 현우는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윤아가 추천해 준 산군 김리치의 블로그를 보면서 조금씩 지식을 쌓아간다. 얼마 후 산군 김리치의 블로그에 실제 부동산을 구입하고자 하는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실제적인 상담을 해주겠다는 글을 보게 된 현우는 용기를 내 글을 남기고 임장도 다녀본다. 하지만 처음이라 모든 것이 어렵게만 느껴지던 중에 현우의 사연이 당첨되어 산군 김리치와 부동산 수업을 통해 점점 내 집 마련의 꿈이 구체적으로 진행되는데...

부동산 가격이 내린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내 집 장만에 대한 수요가 큰 것이 사실이다. 월세나 전세비용 대비 매매를 하면 그만큼 돈을 버는 것이라는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사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집도 전세와 매매가가 1,500만 원 차이였었다. 지금 와서야 후회가 되긴 하지만 역시 무엇이든 타이밍이 있다는 사실을 또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집을 구매하는 것은 정말 큰돈이 든다. 그럼에도 쇼핑하는 것보다 더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구매할 수는 없지 않을까? 책 속 현우와 윤아처럼 임장을 다니는 것 역시 그렇다. 직접 발품을 팔아서 내 눈으로 보고 실제적인 거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실제 집을 구입하기까지 일련의 내용들(마통 만들기나 주택담보 대출 등 부터 시작해서)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현우와 같은 절실함과 산군 김리치의 전문적인 조언이 함꼐 곁들여지니 소설이지만, 실제적인 부동산 매매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서울에) 내 집을 갖고 싶은가? 그렇다면 우선 임장부터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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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퍼 생각학교 클클문고
고정욱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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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이면 정보를 나누고, 거기에다가 누군가가 저항하자는 정신을 집어넣으면

바로 그런 정신이 쌓여서 힘을 가지게 되는 거야.

뿔뿔이 흩어져서 문화 활동도 없고, 예술 활동도 없다고 생각해 봐.

영원히 우리는 일본의 종노릇을 하는 것 아니겠니?

p.99~100

오산중학교 중3 박창식은 오늘도 수업 시간에 잠을 잤다.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딱히 흥미 있는 게 없다. 그저 교과서 여기저기 끄적여놓은 그림을 우연히 본 반 친구들이 그의 그림 실력을 칭찬하는 게 기분 좋을 뿐이다. 미술부 장인 같은 반 친구 마민식은 축제를 앞두고 창식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조르지만, 창식은 귀찮기만 하다. 장애가 있긴 하지만 공부도 잘하고 집안 형편도 좋은 민식이기에 그저 그림만 그리면 되는 민식의 형편과 자신의 집안 형편이 비교되기도 한다.

창식은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고 술에 취해 사는 아빠와 이혼 후 손자 창식을 돌보는 할머니와 살고 있다. 가장인 아빠가 늘 술에 취해있기에 집안 형편은 말이 아니다. 그래서 창식은 학교를 빨리 졸업하고 돈을 벌고 싶다. 그날도 가장 싼 어묵을 사서 김치찌개를 끓이는 할머니 옆에서 식사를 하던 중, 월세가 밀렸다고 집을 찾아온 주인아줌마의 이야기에 창식은 속이 상했다. 회사를 잘 다니던 아빠는 회사 비리를 고발했다가 내부고발자로 몰리며 회사 내 괴롭힘을 당하다 결국 회사를 그만둔다. 가장이면서 그렇게 쉽게 회사를 그만둔 아빠에게 화가 나는 창식. 그날도 술에 취해 들어온 아빠와 싸우고 집을 나온 창식은 하늘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갑자기 정신을 잃었던 창식은 눈을 떴더니 이상한 집에 누워있었다. 밖에서는 창식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처음 보는 아이가 창식에게 학교에 늦겠다며 채근을 하는 것이다. 이게 말로만 듣던 시간 이동. 점퍼가 된 것이다. 바로 일제강점기 오산학교 3학년 박창식으로 시간 이동을 한 것이다. 그 친구는 바로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로 유명한 시인이 같은 오산학교 동기였던 것이다. 그 밖에도 백석과 이중섭 등 쟁쟁한 예술가들과 동기가 된 창식.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우리의 상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 당장 나라를 되찾기 위해 무력으로 시위를 벌여도 될까 말 까인데, 친구들은 시와 그림만 그릴 뿐이다. 이런 상황이 답답하기만 한 창식. 우연히 옆 여학교인 중앙여고보의 학생 말순과 친해지게 된 창식은 정주 주변 학교들과 함께 문화제를 열기로 뜻을 모은다. 문화제를 준비하던 중, 말순의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전보를 받고 말순의 고향으로 향한 창식은 사실 말순의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다시 정주로 돌아온 창식은 친구들이 문화제 날 만세운동을 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지만, 누군가의 밀고로 창식과 말순은 감옥에 갇혀 고문을 받는 상황에 처하고 마는데...

다른 시대에 살지만 두 창식은 미술의 재능을 보인다. 매사가 부정적이고 귀찮았던 창식은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동시대의 친구들 소월, 백석, 중섭, 말순 등 때문에 조금씩 눈을 뜨고 변해간다.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창식은 자신과 바뀌었던 또 다른 창식이 벌여놓은 일을 보고 놀란다. 그리고 창식의 뜻을 이어가기로 결심한다. 걸개그림을 완성하던 중 창식은 과거 창식의 일이 궁금해져서 오산학교 역사가 담긴 책을 읽다가 뜻밖의 상황을 목격하게 되는데...

청소년 소설이지만 생각지 못한 반전이 숨겨져있다. 하...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씁쓸한 여운이 입안 가득 담긴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창식은 과연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늘 학기 말에 겹쳐 한국사 중 근. 현대사 부분은 제대로 배운 기억이 없다 보니, 지금에서 제일 가까운 시대를 살면서도 그 당시에 대해서는 까막눈이 되었다. 성인이 되고 한 번씩 관련 시대의 책을 읽긴 하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일제강점기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저항한 친구들을 통해 창식은 많은 것을 배운다. 그리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서 자신에게 남겨진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열심히 산다. 친일파에 대한 내용도 등장하는데, 과거에 봤던 밀정 속 이정재(염석진)의 모습이 책 안에 그대로 나온 것 같다. 영화 속 이정재(염석진)는 결국 벌을 받지만, 영일의 후손들은 여전히 잘 살고 있다. 그것도 독립운동을 했던 그 학교를 다니면서 말이다. 그래서 더 씁쓸했던 것 같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한 창식과 친구들의 이야기는 평민의 집안에서 태어난 아기장수 우투리의 이야기와 겹쳐지면서 이어진다. 현재와 과거 그리고 설화까지 이어지며 이들 이야기의 공통점이 하나하나 드러난다. 빠른 전개도 전개지만, 타임슬립을 통해 주인공인 창식의 변화되는 모습이 깊은 울림을 주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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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애 아나운서의 초등 어휘 일력 365 - 하루 3줄로 기르는 똑똑한 언어 감각
문지애 지음, 윤상은 그림 / 북라이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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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되고 보니 챙겨야 할 것이 참 많아졌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을 하긴 했지만, 문해력이라는 단어를 쓰며 독서의 중요성이나 단어의 뜻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진 않았던 것 같다. 시대의 흐름이라기보다는, 과거에 비해 많은 학습을 하고 있음에도 단어의 뜻에 대한 의미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가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한자를 많이 알면, 문해력을 높이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7살 어린이집 과정에서 아이는 받아쓰기와 속담으로 언어전달하기, 수 관련 독서프로그램 등 초등학교에 가면 배우게 될 다양한 부분을 접했다. 다행이라면, 공부로 생각하지 않고 놀이 식으로 접해서 그런지 그에 대한 부담감이 적은 편이었다. 2학기가 된 지금에서야 받아쓰기를 시작했는데, 다행히 곧잘 따라가고 있어서 다행이다.

속담에 대한 흥미가 생겨서 아이가 읽을 수 있는 책을 몇 권 구매했었다. 그와 함께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게임을 한 번씩 하다 보니 자연스레 속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가끔 뜻을 모르는 속담들이 생기면 와서 질문도 꽤나 적극적으로 한다. 문제는 나 역시 척척박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기왕이면 매일 하나의 단어 혹은 속담을 꾸준히 배우면 시간을 내서 어휘 공부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문해력이 향상될 것 같다는 생각에 요즘 유행하는 일력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오늘의 일력을 넘겨보고, 읽어보도록 하고 있다. 익숙한 내용이 나오면, 뿌듯해하고 낯선 내용이 나오면 읽어보는 식으로 매일 하나씩 읽고 있다.



사실 집에 여러 종류의 일력이 있다. 당연히 한자나 사자성어나 놀이에 대한 일력도 가지고 있다. 이번에 만나게 된 문지애 아나운서의 초등 어휘 일력 365 역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일력들과 생김새는 비슷하다. 차별점이라면, 속담과 사자성어가 번갈아가면서 등장한다는 것과 함께 문지애 아나운서의 아들이 쓴 3줄짜리 일기가 같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또래의 아이의 일기인지라, 여러 설명 보다 아이가 알아듣기가 훨씬 쉬운 것 같다. 읽어보니, 문 아나운서의 아들인 범민이는 6살부터 인스타에 3줄 일기를 썼다고 한다. 그 일기를 토대로 일력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아이가 이렇게 다양한 속담과 사자성어를 알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 내용을 일기에 접목시키려면, 속담이나 사자성어의 뜻을 확실히 알고 있어야 가능할 테니 말이다.




당장 공부를 위해 시간을 들이는 것도 좋지만, 매일 빼놓지 않고 꾸준히 짧은 시간이지만 들이는 것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점점 일력의 개수가 많아지긴 하지만(?)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게임이나 퀴즈를 진행하는 것도 나름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 같다.



당장 공부를 위해 시간을 들이는 것도 좋지만, 매일 빼놓지 않고 꾸준히 짧은 시간이지만 들이는 것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점점 일력의 개수가 많아지긴 하지만(?)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게임이나 퀴즈를 진행하는 것도 나름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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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감에 압도될 때, 지혜문학 - 무의미한 고통에 맞서는 3,000년의 성서 수업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4
김학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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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교회를 다녔기에, 성경의 내용이 익숙하다. 사실 이 책을 마주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꾸준히 읽어오는 인생 명강 시리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경 속 잠언, 전도서, 욥기, 야고보서가 담겨있기에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경 속 말씀을 토대로 쓴 글이긴 하지만 종교적 색채가 상당히 약하고 오히려 인문학적 색채가 월등히 진하다고 할 수 있다. 종교의 토대가 아닌 인문학의 토대로 쓰인 책이기에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정도냐면, 불교 경전이 도입부부터 등장한다. 곁들여지는 내용 중 상당수는 고대 문헌이나 그리스 로마신화도 있다. 책을 둘러싸고 있는 이야기의 경계가 부단히 다양하고 깊이 있다. 잠언, 욥기, 전도서, 야고보서가 성경 안에 들어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읽는다면 진짜 모를 수 있겠다 싶을 정도다. 내 의도와 다른 책 내용에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렇기에 많은 독자들이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는 점은 강점이라 하겠다.

저자가 말한 4권의 성경들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바로 "지혜"다. 저자는 잠언에는 혼돈과 어둠을 이기는 지혜라는 제목을, 욥기는 고통에 맞서는 고귀한 지혜라는 제목을, 전도서에는 덧없는 삶을 즐기는 지혜라는 제목을, 야고보서는 삶을 조소하는 지혜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러기에 앞서 책의 시작에 지혜에 관한 이야기로 책을 연다. 저자는 지혜를 지도, 시계, 나침반에 비유해 서명한다. 인생의 망망대해 속에서 표류할 때 우리의 삶을 이끌어주고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지혜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지혜를 담고 있는 성경 속 4권을 통해 삶의 영역에서 필요한 지혜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개인적으로 성경에서 가장 극적인 책을 꼽자면 단연 욥기가 아닐까 싶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욥이라는 인물이 모든 것을 잃고(재산, 가족, 건강 등) 친구 셋과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바로 욥기인데, 문제는 그가 모든 것을 잃은 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데 있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고통 속에서 욥은 자신이 믿는 신 야웨를 욕보이지 않는다. 욥기의 대부분은 친구들의 비난과 논쟁에 관한 글이다. 성경의 관점에서 욥은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을 욕하지 않은 의인이라 이야기한다. 하지만 책 속에서는 신보다는 고난을 이겨낸 욥의 관점에서 지혜를 논한다. 욥처럼 극적인 어려움은 아니지만, 우리 역시 삶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인과관계로 이루어진 어려움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돌발적으로 주어진 어려움들도 상당히 많다. 그런 어려움 앞에서 우린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저자는 욥기를 통해 인간으로의 고귀함을 잃지 않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티끌에서 온 인간이기에, 티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기본 전제를 가지고 삶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은 책의 시작인 잠언부터 야고보서까지 계속 이어지는 맥락이라 볼 수 있다.

혼돈과 고통, 공포와 허무함 속에서 인간은 어떤 지혜를 기억해야 할까? 4권의 성경 속 지혜를 통해 삶의 가치를 좀 더 바로잡고, 삶의 깊이를 재확인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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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 무덤에서 돌아온 여자 아르테 미스터리 23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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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거짓의 숲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숲을 모조리 태워버릴 것이다.

p.62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첫 장을 넘기며 제목만큼이나 당황스러운 상황에 놀랐다. 자신의 장례식장에 참석한 두 아들을 보는 엄마. 그것도 10년 만에 본 두 아들이 자신의 장례식장에 서 있는 장면을 본 엄마. 그녀는 왜 이런 상황 속에 처한 것일까? 나 역시 엄마이기에 더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 같다.

헤더 버넌은 두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이다. 회사에서 인사 부장으로 일하는 그녀는 회사를 마치자마자 아이들을 케어하기 바쁘다. 그나마 시누이인 에이미의 도움 덕분에 그녀는 꾸역꾸역 집안 일과 육아 그리고 회사일을 병행하고 있다. 그녀의 남편인 리엄 피츠패트릭 버넌은 아주 잘나가는 하원 의원이다. 젊은 나이에 이미지도 좋은지라, 그를 미래의 당 대표 혹은 총리 후보자로 눈여겨보고 있다. 문제는 인기만큼이나 그의 업무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그날도 리엄은 헤더와의 약속시간에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저녁을 만들어서 먹이고, 아이들을 씻기고 잠자리에 들 시간까지도 말이다. 유난히 잠에 드는 걸 힘들어하는 예민한 시오를 겨우겨우 재우고, 소리에 아이들이 깰까 봐 티브이조차도 크게 틀 수 없는 상황에 헤더는 지치고 또 지친다. 그렇게 늦은 시간 남편이 들어온다. 하지만 그녀에게 내줄 시간은 없는 것 같다. 그의 말은 변명처럼 들린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서재에 틀어박힌다. 남편의 핸드폰이 울린다. 그 소리에 아이들이 깰까 봐 조마조마한 헤더는 핸드폰을 들고 남편에게로 향한다. 그렇게 세 번의 벨이 울리고, 남편의 서재를 여는 헤더. 남편은 긴밀하게 통화를 하고 있었다. 누구냐는 말에 비서라고 말하는 리엄. 그 이야기에 헤더는 남편의 바람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와의 통화인데, 그녀에게 숨기는 걸까? 방금 핸드폰으로 세 번이나 걸려온 전화의 주인공이 방금 통화를 했다는 그 비서인데 말이다. 끌어 오르는 화를 가지고 약과 술을 마시고 잠이 든 헤더. 아침에 둘째 아들인 핀이 자신을 깨우는 소리에 겨우 눈을 뜨지만, 남편은 없다. 조금 쉬니 화가 누그러져서였을까? 남편을 찾아 서재로 향하지만, 남편은 대꾸가 없다. 그리고 그곳에 남편은 칼에 찔린 채 죽어있었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아이들까지 다 보고 말았다. 911을 부르고, 경찰이 오고, 순식간에 집은 모두의 공유재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유력한 용의자로 조사를 받던 헤더. 결국 그녀는 남편과의 불화로 그를 죽인 살인범이 되어 18년 형을 받게 된다.

9년간 복역한 헤더는 보호 조치를 받고 나온다. 그 사이 아들들은 10대가 되었고, 유일한 가족이었던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엄마가 모아둔 편지와 서류를 읽다가 헤더는 남편의 사건에 의혹을 가지고 있던 오언 태너 라는 가디언 기자의 연락처와 기사가 남아있는 내용을 보게 된다. 그렇게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아들들을 되찾기 위해 헤더는 오언 태너에게 연락을 한다. 보호소에서 만난 조디. 헤더가 가진 옷과 신발에 관심을 가지는 그녀와 조금 더 가까운 사이가 된다. 그 사이 시댁에서는 그녀를 아들들로부터 멀리 떨어뜨리기 위해 새 출발을 위한 자금을 대준다는 문서가 온다. 시아버지의 뜻을 거부하기 위해 집을 찾아 나선 그녀는 남편의 여동생인 에이미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녀에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진범을 찾겠다는 말을 하는 헤더. 남편이 남긴 다이어리에서 뭔가를 발견하게 되는데...

예상치 못한 반전에 치가 떨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왜 그녀는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을까? 가 궁금했고, 두 번째는 리엄 살인사건에 대한 진범이 궁금했고, 세 번째는 리엄이 알고 있는 진실이 궁금했다. 하나하나 풀려가면서 마지막에 마주한 반전은 모든 것을 날리기에 충분했다. 내 것을 지키기에 혈안이 된 인간들의 추한 욕심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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