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퍼 생각학교 클클문고
고정욱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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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이면 정보를 나누고, 거기에다가 누군가가 저항하자는 정신을 집어넣으면

바로 그런 정신이 쌓여서 힘을 가지게 되는 거야.

뿔뿔이 흩어져서 문화 활동도 없고, 예술 활동도 없다고 생각해 봐.

영원히 우리는 일본의 종노릇을 하는 것 아니겠니?

p.99~100

오산중학교 중3 박창식은 오늘도 수업 시간에 잠을 잤다.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딱히 흥미 있는 게 없다. 그저 교과서 여기저기 끄적여놓은 그림을 우연히 본 반 친구들이 그의 그림 실력을 칭찬하는 게 기분 좋을 뿐이다. 미술부 장인 같은 반 친구 마민식은 축제를 앞두고 창식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조르지만, 창식은 귀찮기만 하다. 장애가 있긴 하지만 공부도 잘하고 집안 형편도 좋은 민식이기에 그저 그림만 그리면 되는 민식의 형편과 자신의 집안 형편이 비교되기도 한다.

창식은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고 술에 취해 사는 아빠와 이혼 후 손자 창식을 돌보는 할머니와 살고 있다. 가장인 아빠가 늘 술에 취해있기에 집안 형편은 말이 아니다. 그래서 창식은 학교를 빨리 졸업하고 돈을 벌고 싶다. 그날도 가장 싼 어묵을 사서 김치찌개를 끓이는 할머니 옆에서 식사를 하던 중, 월세가 밀렸다고 집을 찾아온 주인아줌마의 이야기에 창식은 속이 상했다. 회사를 잘 다니던 아빠는 회사 비리를 고발했다가 내부고발자로 몰리며 회사 내 괴롭힘을 당하다 결국 회사를 그만둔다. 가장이면서 그렇게 쉽게 회사를 그만둔 아빠에게 화가 나는 창식. 그날도 술에 취해 들어온 아빠와 싸우고 집을 나온 창식은 하늘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갑자기 정신을 잃었던 창식은 눈을 떴더니 이상한 집에 누워있었다. 밖에서는 창식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처음 보는 아이가 창식에게 학교에 늦겠다며 채근을 하는 것이다. 이게 말로만 듣던 시간 이동. 점퍼가 된 것이다. 바로 일제강점기 오산학교 3학년 박창식으로 시간 이동을 한 것이다. 그 친구는 바로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로 유명한 시인이 같은 오산학교 동기였던 것이다. 그 밖에도 백석과 이중섭 등 쟁쟁한 예술가들과 동기가 된 창식.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우리의 상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 당장 나라를 되찾기 위해 무력으로 시위를 벌여도 될까 말 까인데, 친구들은 시와 그림만 그릴 뿐이다. 이런 상황이 답답하기만 한 창식. 우연히 옆 여학교인 중앙여고보의 학생 말순과 친해지게 된 창식은 정주 주변 학교들과 함께 문화제를 열기로 뜻을 모은다. 문화제를 준비하던 중, 말순의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전보를 받고 말순의 고향으로 향한 창식은 사실 말순의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다시 정주로 돌아온 창식은 친구들이 문화제 날 만세운동을 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지만, 누군가의 밀고로 창식과 말순은 감옥에 갇혀 고문을 받는 상황에 처하고 마는데...

다른 시대에 살지만 두 창식은 미술의 재능을 보인다. 매사가 부정적이고 귀찮았던 창식은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동시대의 친구들 소월, 백석, 중섭, 말순 등 때문에 조금씩 눈을 뜨고 변해간다.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창식은 자신과 바뀌었던 또 다른 창식이 벌여놓은 일을 보고 놀란다. 그리고 창식의 뜻을 이어가기로 결심한다. 걸개그림을 완성하던 중 창식은 과거 창식의 일이 궁금해져서 오산학교 역사가 담긴 책을 읽다가 뜻밖의 상황을 목격하게 되는데...

청소년 소설이지만 생각지 못한 반전이 숨겨져있다. 하...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씁쓸한 여운이 입안 가득 담긴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창식은 과연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늘 학기 말에 겹쳐 한국사 중 근. 현대사 부분은 제대로 배운 기억이 없다 보니, 지금에서 제일 가까운 시대를 살면서도 그 당시에 대해서는 까막눈이 되었다. 성인이 되고 한 번씩 관련 시대의 책을 읽긴 하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일제강점기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저항한 친구들을 통해 창식은 많은 것을 배운다. 그리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서 자신에게 남겨진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열심히 산다. 친일파에 대한 내용도 등장하는데, 과거에 봤던 밀정 속 이정재(염석진)의 모습이 책 안에 그대로 나온 것 같다. 영화 속 이정재(염석진)는 결국 벌을 받지만, 영일의 후손들은 여전히 잘 살고 있다. 그것도 독립운동을 했던 그 학교를 다니면서 말이다. 그래서 더 씁쓸했던 것 같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한 창식과 친구들의 이야기는 평민의 집안에서 태어난 아기장수 우투리의 이야기와 겹쳐지면서 이어진다. 현재와 과거 그리고 설화까지 이어지며 이들 이야기의 공통점이 하나하나 드러난다. 빠른 전개도 전개지만, 타임슬립을 통해 주인공인 창식의 변화되는 모습이 깊은 울림을 주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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