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
사이토 뎃초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내용이겠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에게 가장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단연 제목과 표지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때론 특징 없는) 표지의 책은 왠지 비주얼부터 별로인 음식을 먹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물론 그런 역경(?)을 이겨내고 읽은 책 중에 상당히 흥미롭고 기억에 남는 작품도 상당수 있다. 표지에서 이미 마음을 내려놨기에 기대가 낮아져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내용 자체가 훌륭했다는 데 한 표를 주고 싶다.)

장황하게 서두를 쓴 이유는 예상과 다른 내용에 적잖이 당황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에세이! 일 거라 생각했고, 용기를 주는 생활 에세이! 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이 책의 실제 제목은 단연! 소주제라고 강하게 말하고 싶다.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근데... 그 뭐가에 대한 이야기는 바로 소주제인 "루마니아 소설가가 된 (일본인) 히키코모리"이다. 방점은 일본인이지만, 루마니아 소설가가 된, 대놓고 E가 아닌 곧 죽어도 I인 작가에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이 책 안에는 "루마니아"이야기가 가득하다. 루마니아어도 중간중간 등장한다. 루마니아 하면 떠오르는 게 뭘까? 맞다. 저자 역시 우리가 어떤 대답을 할지 정확히 알고 있다. 바로 드라큘라. 물론 루마니아에 드라큘라성이 있긴 하지만, 드라큘라를 쓴 작가는 아일랜드인이라는 사실. 물론 루마니아에 대해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저자처럼) 또 다른 뭔가를 떠올리겠지만 내게는 딱 거기까지다. 그만큼 뭔가 알려진 게 없는 루마니아어를 공부해서 타국의 언어로 소설을 낸다는 게 과연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겠다. 거기에 자칭 히키코모리라면 어떨까? 물론 바깥출입을 안 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공부에 집중할 수는 있을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외국어를 포함해 언어라는 것이 타인과 소통을 하기 위해 배우는 것인데, 히키코모리가 굳이 외국어를 왜 배우고 그 언어로 책은 왜 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우선 저자는 언어를 익히는 데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영어에 대한 학창 시절에 아픈 기억들을 꺼내긴 했지만, 결국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대학에 다닐 때 영어를 어느 정도 능통하게 했다는 것. 흥미를 가져도, 외국어는 배우는 게 쉽지 않은데 동영상과 함께 (책조차 흔하지 않은... 저자 말로는 총 3권의 루마니아 어학 책 중 2권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어항 책의 도움을 받아 루마니아어를 배웠다는 것. 이것만 해도 놀랍지 않은가? 근데 저자는 루마니아어를 배우기 위해 활용한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SNS! 루마니아어를 어느 정도 익힌 후, 그는 SNS를 통해 루마니아 사람들을 대상으로 친구를 맺었다. 예상과 달리 상당수 루마니아 사람들은 친구를 맺었고(개중에 너 누구니?를 물은 사람은 정말 소수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중 절친이 된 사람도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 정도의 친화력을 가진 그가 왜 히키코모리가 된 것일까? 물론 지병 때문이기도 하지만, SNS였기에 가능했던 것도 있다. 그렇게 익힌 루마니아어를 실전에서 사용한 경험 또한 책 안에 들어있다. 루마니아의 영화감독인 아드리안 시타루 감독과의 대화, 작가인 랄루카 나지와의 만남 등은 루마니아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없던 나조차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한 대가로 그는 루마니아 소설가가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을 쓴 책이 한국에서도 출판된다. 특히 주목받지 못했지만 작품성 있는 작품들을 꾸준히 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록한 것이 여러 권이라고 하니(영화 한편 당 한 페이지 분량으로 썼다고 한다.), 정말 제목만 모아도 책 한 권이 나올 것 같다. 제목은 쉽게 썼지만, 책 안에도 루마니아어를 독학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재미"때문이었단다. 지금도 그는 또 다른 언어를 공부하고 있다. 그 언어들로 된 책도 꼭 내주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스트 인생 - 다정한 고집과 성실한 낭만에 대하여
문선욱 지음, 웨스트윤 그림 / 모모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 내 하루를 잘 보내는 것.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 나가는 것.

이제는 그런 것들에 능숙한 사람이 되었다.

P. 31

언제부터인가 에세이나 자기 계발에 대한 부담감이 생겼다. 20대에는 읽은 책의 2/3는 에세이와 자기 계발서였는데, 앞자리가 두 번 바뀐 지금은 안다.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보기에는 철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에도 한 번씩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를 읽는다. 가끔 밝은 시각이 필요할 때, 따뜻한 격려를 맛보고 싶을 때, 아니면 그와 완전히 반대일 때가 그때다.

이 책의 저자는 나보다 10살도 더 어림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많은 인생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매일을 툴툴거리고 살고 있지만, 참 편한 삶을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결혼 전까지 부모님 슬하에서 살다가 신혼여행을 마치고 신혼집에 입성했다. 알바라고 해 본 것은 미술 심사도우미와 미술학원 외부 견학 임시교사가 전부다. 당연히 대학 등록금부터 마지막 학기 등록금까지 FM 장학금으로 학교를 마쳤고(물론 대출받은 학기들은 취업 후 다 갚긴 했지만), 혼자 자취를 하거나 독립을 한 적도, 해외로 워킹홀리데이를 간 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취업이 빨랐던 것도 아니고, 휴학하고 1년 동안 공시 준비를 했었는데 그때 학원비도 부모님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결국, 나는 취업 전까지 제대로 된 알바나 돈을 버는 활동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카페 알바를 비롯하여 바쓰엔지니어, 음악인, 그리고 카페 사장에 이르기까지 젊은 나이의 그는 경험이 참 많았다. 이 책 안에는 저자의 삶의 순간순간이 참 잘 녹아있다. 그 이야기 중간중간 피식 웃을 만한 장면들과 그 부분을 유쾌하게 적어낼 수 있을 정도로 필력도 있다. 근데 또 음악적 재능도 있고, 실제로 앨범을 낸 적도 있단다.

여러 카페 알바를 했던 경험담이 책 초반에 등장하는데, 그가 알바자리를 옮겨 다녔던 가장 큰 이유는 음악 때문이었다. 타인이 돈을 벌기 위해서나 뭔가의 이유를 위해 일을 했다면, 저자는 음악 활동을 하기 위해 돈을 벌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포커스가 음악이었기에, 음악 활동을 하기 위한 필요성이 일을 하게 만든 것이다. 무언가 내 삶을 움직이는 큰 원동력이 있다는 것이 참 부러웠다. 내 삶을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일까? 글쎄... 잘 모르겠다. (가족을 제외하고) 독서와 통장에 찍히는 숫자? 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군대에서의 생활도 기억이 난다. 사랑하는 사람을 내 손으로 지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는 해병대에 지원한다. 하지만 해병대에서의 삶은 낭만적이지 않았다. 그가 경험한 군 생활은 구타가 일상이었고, 구타가 마치 해병대 정신인 듯한 분위기를 띄기도 했다고 한다. 맞선임은 이유도 없이 그를 때렸다. 결국 그는 맞선임에게 왜 맞아야 하는지를 물었다. 순간 분위기는 얼어붙었고, 선임은 그를 또 때렸다. 참던 그는 결국 부소대장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어른다운 어른의 부재를 경험하며, 그는 지금도 여전히 고민이 된다고 한다. 어른다운 어른은 과연 있을까? 이렇게 글을 쓰는 나조차도 어른다운 어른은 아닌 것 같다.

그 밖에도 3D 디자이너, 한샘 바쓰 엔지니어, 싱어송라이터, 제주 갈치구이 식당 종업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그의 삶 이야기와 그 삶 속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접하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경험이 또 다른 경험으로 이어지고, 그 경험을 통해 또 다른 삶의 기둥을 건실하게 세워가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모든 것을 좋아하는 것만으로 채울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고 세우려고 노력하는 삶이 주는 긍정적인 모습이 내게도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이먀콘 프로젝트 - 대한민국콘텐츠대상 우수상
허관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가슴속에 증오하는 사람 한 명쯤은 간직하고 있어.

그렇다고 누구나 복수하는 건 아니지.

증오의 칼날을 휘두르면, 가장 많은 상처를 입는 건 상대가 아닌 자신이기 때문이야.

증오를 가슴속에 묻어두지 말고 지금처럼 행동하며 자네의 삶을 살아.

그러다 보면 증오도 삶의 일부가 될 거야. 알았지?

p. 294

제목부터 낯설었다. 근데, 오이먀콘은 실제 지명 이름이었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추운 마을로 유명하다고 한다. 바로 시베리아의 오이먀콘. 책 속에도 영하 71.2도라는 말이 등장하고, 물을 뿌리면 떨어지기 전에 얼어버린다는 내용이 등장하는데, 실제 그를 기념(?) 하는 동판이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제목만큼이나 책 안에는 각종 뜻 모를 약자들이 등장한다. YDM, G-GAW, TS-112처럼 말이다. 그 의미를 찾아가다 보면 내용이 조금씩 이해가 된다. 그러니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한번 읽어보자.

첫 장부터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다.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구역에 침입한 암살자들이다. UN 산하의 지구대기감시를 위한 기구 GAW가 있다. 그곳에 속한 베커 박사는 암살자들의 음모를 눈치채고 미국 백악관에 도움을 요청한다. 그들을 돕기 위해 용병 5명이 온다. 겨우 탈출에 성공하지만, 늑대 무리의 습격으로 용병 5명은 사망하고, 베커 박사 역시 중상을 입고 겨우 건물 안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건물은 이미 암살자들의 손안에 있었다. 자신이 가진 자료를 겨우 업로드해서 빙하 전문가 빌 박사에게 보내는 베커 박사. 자신들을 호모 오비루나 사냥꾼이라 말하는 암살자들에게 결국 목숨을 잃는다.

지구상에 G-GAW 멤버가 있는 관측소는 총 6개가 있다. 그중 독일 알프스산맥 추크슈피체 제1관 측 속에 있던 엠마는 이상을 감지한다. 만년빙의 오염을 막기 위해 이곳은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 그런데 보안카드가 있어야 움직일 수 있는 케이블카가 움직였다. 누구일까?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온 그녀는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한다. 시베리아에 있어야 할 빌 박사가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암살자의 습격을 받았는 말을 하며, 시베리아 오이먀콘으로 부터 탈출하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손에 있던 메모리스틱을 받은 엠마는 암살자들을 피해 겨우 도망을 친다. 빌 박사의 마지막 말인 "다섯 개의 은하계가 태평양에 솟아오르면"이라는 말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겨우 도망친 엠마는 뉴스에서 자신이 마크 쉘 박사를 비롯한 3명을 살해하고 도망한 살해 용의자가 되었다는 소식에 경악한다. 하지만 정신을 놓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 시간 그를 돕기 위해 한 남자가 다가온다. 뭔가 부자연스러운 몸을 가진 그는 그 남자 KG1과 함께 시베리아 오이먀콘으로 향한다. 그리고 엠마의 계정으로 온 쉘 박사의 메일에는 스노우나라야라는 단어가 들어있었다.

빌과 같이 스노우나라야로가서 가이아의 숨결을 분석해라.

그 데이터가 아무리 터무니없어도,

그 데이터가 가리키는 것을 믿고 따라야 한다.

그러면 괴물의 실체가 보일 것이다.

엠마와 KG1, 제이콥 존스와 백악관의 에릭 국장, 널랜드 박사와 미국 대통령 더글러스. 이들의 시각이 교차되면서 살아남으려는 엠마와 그들을 죽이려는 검은 속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과호흡증후군을 앓고 있는 입양된 30대의 여 과학자, 살인 병기로 불렸지만 파킨슨병을 앓으며 약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용병. 이들은 암살자들로부터 연구결과를 지켜낼 수 있을까? 시베리아의 정령과 기후 위기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꽤 신선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물론 끔찍한 상황들 속에서 겨우겨우 헤쳐나가는 엠마와 KG1의 이야기는 가진 자들의 잔치와 대비된다. 원래 살고있던 500여명의 오이먀콘 주민들을 내쫓고 그들이 오이먀콘에 건설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권력과 자본으로 똘똘 뭉쳐 자신들의 아지트를 만들고자 하는 힘을 가진 그들의 횡포 속에서 과연 유일하게 남겨진 이들은 과연 제 몫을 해낼 수 있을까?

SF 소설이고, 기후 위기의 가속화된 상황이 배경이긴 하지만 여기저기 어지럽고 어려운 배경들이 번갈아가면서 등장해서 생각보다 이해가 쉽지 않았다. 결국 말미에 밝혀지는 중요한 장면을 마주해야 모든 퍼즐이 이해가 되며 맞추어지니, 조금 인내심을 가지고 읽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미술관에 갑니다 - 한이준 도슨트가 들려주는 화가 11인의 삶과 예술
한이준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도 미술관에 갑니다라는 문장이 부러움 반, 대단한 반으로 와닿았다. 언제가 되면 미술관과 그림들이 익숙해질까? 내 고민이다. 음악회는 가도, 미술관은 부담스럽다. 낯선 상황을 넘어서보기 위해 미술과 관련된 책을 자주 접하려고 노력한다. 과거에 비해 한결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명화를 감상하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계속 마주하면, 언젠가는 편안하게 다가갈 날이 있겠지!라는 생각이 있어서 손에서 놓지 않는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을 극찬하는 서평을 마주했다. 내가 읽을 책이어서 서평을 읽지는 않고, 제목만 봤는데도 충분히 동기부여가 되었다.

도슨트의 활용(?)에 대해 나 역시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술관에서 만나진 못했고, 미술관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 도슨트가 출연해서 미술관에 있는 그림들에 대해 차분히 설명을 해주었다. 설명에는 그림을 그린 화가의 생애나 특징에 대한 부분도 있었고, 미술관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작품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배경지식과 작가의 삶과 작품에 대한 설명을 같이 듣고 나니, 한결 편안하고 좀 더 깊이 있게 작품을 볼 수 있어서 그때부터 도슨트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서두가 장황했는데, 이 책 역시 현직 도슨트가 쓴 책이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총 11명의 화가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물론 화가와 연결되는 다른 작품들도 종종 등장하기에, 실제로는 11명의 화가 그 이상을 만나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의 저자와 나는 구면이었다. 홀리데이 인 뮤지엄을 통해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조금은 낯선 한국 작가를 소개해 줘서 꽤나 깊은 인상이 남아있었는데, 저자의 이름은 잊혔지만 책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서 전에 썼던 서평을 찾아봤더니 그 사람이 맞았다.

책 안에는 꽤 유명하고, 익숙한 이름들이 많았다. 모네나 클림트, 반 고흐처럼 말이다. 이 책에서 제일 낯선 사람을 꼽자면 툴루즈 로트렉이라는 화가였는데, 저자 역시 이 인물을 통해 도슨트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도슨트를 포기하려던 찰나에 만난 툴루즈 로트렉전을 통해 그는 도슨트로 계속 살 수 있었고, 전시 흥행과 더불어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사실 그의 그림은 내게 이름만큼이나 낯설긴 했다. 그럼에도 그의 삶은 그림만큼 매력적이었다. 부유한 남프랑스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로트렉은 어린시절 두 번의 사고를 당해 하반신의 성장이 멈춘다. 가까운 친족끼리 결혼을 하면서 유전적 결함으로 선천적으로 뼈가 약한 병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몸이 약한 로트렉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어려서부터 대상을 빠르게 파악하고 특징을 잡아내는 그림에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 좋아하지 않았고, 특히 장애를 가진 아들을 숨기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거나 주저앉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약점을 체화시켜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유머러스한 모습을 가졌다고 말한다. 그랬기에 그는 인싸로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특히 그는 반 고흐와도 함께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 아싸인 고흐와 인싸인 로트렉의 접점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는 고흐의 그림을 인정하고 좋은 평가를 해주었는데, 어머니와 주고받은 편지에 그런 부분이 드러난다. 로트렉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저자는 포스터라고 이야기한다. 그가 그린 물랭루주 카바레의 포스터 덕분에 가게는 물론 그의 명성도 상당히 높아졌다. 지금이야 익숙한 포스터지만, 인물과 상황이 그림에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여러 가지 효과를 나타내서 그에게 포스터를 의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빠르게 대상을 파악하는 능력을 지녔기에 포스터를 통해서도 그의 재능이 드러난 것 같다. 물론 그의 마지막은 가슴 아프게 끝났지만, 그의 그림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지금까지도 그의 그림은 여러 감정들을 품고 있다.

그림과 화가들의 삶, 그리고 같은 장면을 그린 다른 화가들의 그림이 비교되며 좀 더 편안하게 그림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화가들은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그림을 통해 표현한다. 낯선 그림 안에 살아있는 그들의 감정들을 찾아낸다면 좀 더 깊이 있는 감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 10분 초등 문해력 한자 어휘편 : 1단계 하루 10분 초등 문해력 한자 어휘편 1
이미선 지음, 은소시 그림 / 미래주니어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해력과 한자는 참 연관이 깊은 것 같다. 문해력은 책을 읽으면서 만들어진다고 하지만, 책에 등장하는 단어 중 상당수가 한자라는 사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쓰는 말의 상당수가 한자라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단어를 많이 알기 위해서는, 그 단어의 뜻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뜻을 알기 위해서는 단어에 쓰인 한자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결국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한자를 많이,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서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책이 등장한 이후로, 요즘은 한자에 관한 관심으로 포커스가 옮겨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시중에 한자와 관련된 책들이 자주 보인다.

그러고 보면 나도 유치원 때부터 한자를 접했다. 물론, 그때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무슨 글자인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외웠기에 막상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다 까먹긴 했지만 그럼에도 어린 시절부터 한자를 꾸준히 접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학교를 다닐 시절에는 한자에 대한 교육이 약해졌던 시대였던 것 같다. 한자가 필수교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내가 다녔던 중, 고등학교에서는 매 학년 한자수업이 있었다. 덕분에 대학에 입학해서 한자로 쓰인 책을 해석(?) 하는 과제를 하면서 아주 막막하지는 않았다.(물론 완전 한 자세 대인 아버지의 도움을 상당히 받긴 했다.) 오히려 내게는 영어 보다 한자가 좀 더 익숙한 글자긴 하지만, 역시 학교를 졸업하고는 한자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는데 막상 아이가 입학을 하고 나니 영어만큼 한자 공부도 같이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아직 1학년이고(우리 때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구구단과 한글을 다 떼고 들어갔는데, 요즘은 학교에서 한글을 가르친다. 물론 상당수 아이들은 그럼에도 한글을 떼고 들어온다.), 이제 받아쓰기를 막 시작한 시점이지만 방학 때 돌봄교실에서 특별활동으로 접했던 한자 때문인지 아이가 먼저 배운 한자를 자랑하면서 관심을 가졌다. 역시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하고 있는 학습지에서도 담당 선생님께서 한자 수업을 추가해 주셨다. 덕분에 조금씩 한자에 관심을 가지 시작했다. 문제는, 눈으로만 살짝 익숙해져 있다 보니 약간 찍는 느낌으로 한자를 맞춘다는 느낌이다. 조금 더 체계적으로 한자를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그런 엄마의 마음을 제대로 담고 있는 책을 만났다. 우선 매일 한 글자의 한자어가 나온다. 처음부터 따라 쓰거나 외우면 어른들도 금방 실증이 나기에, 처음에는 게임을 통해 오늘 배울 한자를 찾아본다. 이렇게 여러 번 눈도장을 찍은 한자를 이번에는 직접 써본다. 한자 역시 필순이 중요한데, 쓰는 순서가 나오기 때문에 순서에 맞게 써보고, 뜻과 음을 써보면서 한 번 더 익혀본다. 다음은 응용이다. 해당 단어가 들어간 한자어를 배우면서 한자가 익숙해지는 방식으로 문해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교과서에 등장하는 예제 단어들을 통해 어휘를 익히고, 문장 속에서 해당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한 번 더 점검할 수 있다. 여기 등장하는 단어는 국어뿐 아니라 각 과목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일석이조 이상의 효과도 거둘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교과서에서 만나본 익숙한 단어들에 사용되는 한자들을 만나고 나면, 한자도 익숙해지고, 단어의 뜻도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어휘력도 늘고 문해력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학년에 따라 책이 단계로 나누어져 있기에, 해당 학년에 맞는 단계를 활용하면 더욱 도움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