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
사이토 뎃초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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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내용이겠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에게 가장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단연 제목과 표지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때론 특징 없는) 표지의 책은 왠지 비주얼부터 별로인 음식을 먹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물론 그런 역경(?)을 이겨내고 읽은 책 중에 상당히 흥미롭고 기억에 남는 작품도 상당수 있다. 표지에서 이미 마음을 내려놨기에 기대가 낮아져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내용 자체가 훌륭했다는 데 한 표를 주고 싶다.)

장황하게 서두를 쓴 이유는 예상과 다른 내용에 적잖이 당황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에세이! 일 거라 생각했고, 용기를 주는 생활 에세이! 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이 책의 실제 제목은 단연! 소주제라고 강하게 말하고 싶다.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근데... 그 뭐가에 대한 이야기는 바로 소주제인 "루마니아 소설가가 된 (일본인) 히키코모리"이다. 방점은 일본인이지만, 루마니아 소설가가 된, 대놓고 E가 아닌 곧 죽어도 I인 작가에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이 책 안에는 "루마니아"이야기가 가득하다. 루마니아어도 중간중간 등장한다. 루마니아 하면 떠오르는 게 뭘까? 맞다. 저자 역시 우리가 어떤 대답을 할지 정확히 알고 있다. 바로 드라큘라. 물론 루마니아에 드라큘라성이 있긴 하지만, 드라큘라를 쓴 작가는 아일랜드인이라는 사실. 물론 루마니아에 대해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저자처럼) 또 다른 뭔가를 떠올리겠지만 내게는 딱 거기까지다. 그만큼 뭔가 알려진 게 없는 루마니아어를 공부해서 타국의 언어로 소설을 낸다는 게 과연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겠다. 거기에 자칭 히키코모리라면 어떨까? 물론 바깥출입을 안 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공부에 집중할 수는 있을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외국어를 포함해 언어라는 것이 타인과 소통을 하기 위해 배우는 것인데, 히키코모리가 굳이 외국어를 왜 배우고 그 언어로 책은 왜 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우선 저자는 언어를 익히는 데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영어에 대한 학창 시절에 아픈 기억들을 꺼내긴 했지만, 결국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대학에 다닐 때 영어를 어느 정도 능통하게 했다는 것. 흥미를 가져도, 외국어는 배우는 게 쉽지 않은데 동영상과 함께 (책조차 흔하지 않은... 저자 말로는 총 3권의 루마니아 어학 책 중 2권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어항 책의 도움을 받아 루마니아어를 배웠다는 것. 이것만 해도 놀랍지 않은가? 근데 저자는 루마니아어를 배우기 위해 활용한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SNS! 루마니아어를 어느 정도 익힌 후, 그는 SNS를 통해 루마니아 사람들을 대상으로 친구를 맺었다. 예상과 달리 상당수 루마니아 사람들은 친구를 맺었고(개중에 너 누구니?를 물은 사람은 정말 소수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중 절친이 된 사람도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 정도의 친화력을 가진 그가 왜 히키코모리가 된 것일까? 물론 지병 때문이기도 하지만, SNS였기에 가능했던 것도 있다. 그렇게 익힌 루마니아어를 실전에서 사용한 경험 또한 책 안에 들어있다. 루마니아의 영화감독인 아드리안 시타루 감독과의 대화, 작가인 랄루카 나지와의 만남 등은 루마니아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없던 나조차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한 대가로 그는 루마니아 소설가가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을 쓴 책이 한국에서도 출판된다. 특히 주목받지 못했지만 작품성 있는 작품들을 꾸준히 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록한 것이 여러 권이라고 하니(영화 한편 당 한 페이지 분량으로 썼다고 한다.), 정말 제목만 모아도 책 한 권이 나올 것 같다. 제목은 쉽게 썼지만, 책 안에도 루마니아어를 독학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재미"때문이었단다. 지금도 그는 또 다른 언어를 공부하고 있다. 그 언어들로 된 책도 꼭 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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