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에세이나 자기 계발에 대한 부담감이 생겼다. 20대에는 읽은 책의 2/3는 에세이와 자기 계발서였는데, 앞자리가 두 번 바뀐 지금은 안다.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보기에는 철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에도 한 번씩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를 읽는다. 가끔 밝은 시각이 필요할 때, 따뜻한 격려를 맛보고 싶을 때, 아니면 그와 완전히 반대일 때가 그때다.
이 책의 저자는 나보다 10살도 더 어림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많은 인생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매일을 툴툴거리고 살고 있지만, 참 편한 삶을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결혼 전까지 부모님 슬하에서 살다가 신혼여행을 마치고 신혼집에 입성했다. 알바라고 해 본 것은 미술 심사도우미와 미술학원 외부 견학 임시교사가 전부다. 당연히 대학 등록금부터 마지막 학기 등록금까지 FM 장학금으로 학교를 마쳤고(물론 대출받은 학기들은 취업 후 다 갚긴 했지만), 혼자 자취를 하거나 독립을 한 적도, 해외로 워킹홀리데이를 간 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취업이 빨랐던 것도 아니고, 휴학하고 1년 동안 공시 준비를 했었는데 그때 학원비도 부모님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결국, 나는 취업 전까지 제대로 된 알바나 돈을 버는 활동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카페 알바를 비롯하여 바쓰엔지니어, 음악인, 그리고 카페 사장에 이르기까지 젊은 나이의 그는 경험이 참 많았다. 이 책 안에는 저자의 삶의 순간순간이 참 잘 녹아있다. 그 이야기 중간중간 피식 웃을 만한 장면들과 그 부분을 유쾌하게 적어낼 수 있을 정도로 필력도 있다. 근데 또 음악적 재능도 있고, 실제로 앨범을 낸 적도 있단다.
여러 카페 알바를 했던 경험담이 책 초반에 등장하는데, 그가 알바자리를 옮겨 다녔던 가장 큰 이유는 음악 때문이었다. 타인이 돈을 벌기 위해서나 뭔가의 이유를 위해 일을 했다면, 저자는 음악 활동을 하기 위해 돈을 벌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포커스가 음악이었기에, 음악 활동을 하기 위한 필요성이 일을 하게 만든 것이다. 무언가 내 삶을 움직이는 큰 원동력이 있다는 것이 참 부러웠다. 내 삶을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일까? 글쎄... 잘 모르겠다. (가족을 제외하고) 독서와 통장에 찍히는 숫자? 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군대에서의 생활도 기억이 난다. 사랑하는 사람을 내 손으로 지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는 해병대에 지원한다. 하지만 해병대에서의 삶은 낭만적이지 않았다. 그가 경험한 군 생활은 구타가 일상이었고, 구타가 마치 해병대 정신인 듯한 분위기를 띄기도 했다고 한다. 맞선임은 이유도 없이 그를 때렸다. 결국 그는 맞선임에게 왜 맞아야 하는지를 물었다. 순간 분위기는 얼어붙었고, 선임은 그를 또 때렸다. 참던 그는 결국 부소대장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어른다운 어른의 부재를 경험하며, 그는 지금도 여전히 고민이 된다고 한다. 어른다운 어른은 과연 있을까? 이렇게 글을 쓰는 나조차도 어른다운 어른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