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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세계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곤충들의 비밀스러운 삶
조지 맥개빈 지음, 이한음 옮김 / 알레 / 2024년 12월
평점 :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과학의 4영역 중 물리를 제외한 다른 과목에는 관심도 흥미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성인이 되어서도 과학에 대한 부담이 적은 편이고 오히려 시집보다 과학 관련 서적을 더 자주 읽는 편이다. 이 책은 여러 생물군 중에서 곤충에 초점을 맞추어 기록된 책이다.
곤충 하면 으레 나오는 반응들처럼, 나 역시 곤충을 좋아하지 않는다.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곤충을 만지지 못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굳이 곁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그림에는 상당히 미화되어 있지만, 나비도 멀리서 봐야 예쁘지 가까이서 보면 생각보다 혐오감이 들 수 있다. 어린 시절 자주 잡던 메뚜기나 방아깨비, 잠자리를 비롯하여 요 몇 년 사이 여름이면 너무 자주 출몰하는 매미, 수시로 만날 수 있는 개미, 파리, 모기 등도 다 곤충군인걸 보면 생각보다 곤충은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처럼 곤충을 비롯한 절지동물의 종 수가 800~1,200만 사이로 추정된다. 인간보다 훨씬 먼저 지구상에 출현하여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가는 곤충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여러 흥미로운 내용들 중 몇 개만 추려보자면, 현재 가장 큰 곤충과 가장 작은 곤충은 어느 정도의 크기일까? 사실 곤충 하면 작은 크기의 미니미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대부분이라 생각이 될 텐데, 곤충종 중 가장 큰 곤충은 동남아시아에 사는 대벌레로 길이가 32cm로 사람의 아래팔 길이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가장 작은 곤충종은 무엇일까? 머리부터 꼬리까지 길이가 0.2mm에 불과한 기생성 말벌종으로 이름처럼 이 곤충은 다른 곤충의 알 속의 자신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곤충은 지구상에 처음 출현했을 때부터, 이렇게 작은 크기였을까? 석탄기 후기에 화석을 토대로 연구한 결과, 몸길이가 2m가 넘는 노래기부터, 6cm가량 되는 좀도 있었다고 한다. 하늘을 나는 원시 잠자리의 날개폭만 75cm였다고 하니, 지금 생각하면 정말 괴기 영화 속에 출연하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다면 노래기부터 좀, 잠자리는 지금도 현존하는 곤충종인데 왜 과거에 비해 몸이 이렇게 작아진 걸까? 저자는 그 이유를 바로 대기 중 산소량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몸집이 클수록 산소를 더 많이 요구하는데, 석탄기에 비해 현재 산소량은 35%에서 21%로 줄었다. 살기 위해서 곤충종도 몸집을 줄일 수밖에 없었단다.
몇 년 전 꿀벌과 인류의 멸종에 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너무 과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안에도 뒤영벌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벌이 생태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벌이 없다면 꽃이나 열매가 맺기 힘들다. (실제 벌의 멸종은 생물 다양성 위기를 촉발해 육상생물 1/4의 생존 위기, 인류 1/6의 굶주림의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책 안에는 인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생태계가 심각하게 망가진 사례를 무수히 마주할 수 있다. 단지, 연어를 많이 먹기 위한 인간의 무지가 결국 끔찍한 사태로 연결되는 사례뿐 아니라 진딧물을 없애기 위해 활용한 무당벌레(당연히 환경친화적인 방법이라 생각했는데)의 다수 출연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통해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결국 인간이라는 종은 생태계에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인간의 이익을 위해 벌인 일이 부메랑이 되어 결국 인간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돌아온 여러 사례들을 통해 생태계를 위해 우리가 진짜 해야 할 일이 무엇인 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전문서적임에도 어려운 용어들이 자주 보이지 않았기에,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모르는 곤충들의 세계와 그들의 꾸준한 역할 덕분에 오늘도 지구 속 생태계는 꾸준히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제 곤충을 마주할 때, 전보다는 덜 혐오스러워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