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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에 읽는 재클린의 가르침 - 다시 태어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지적인 대화
임하연 지음 / 블레어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재클린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인물이 한 명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이름뿐이었다. 아마 이 책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내 기억 속의 재클린은 영부인 2년 만에 남편을 잃은 안타까운 여성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통해 만난 재클린은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미국의 35대 대통령이자, 최연소 대통령. 그리고 2년 만에 총격으로 사망한 존 F. 케네디의 아내 그리고 선박왕 오나시스와 재혼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주인공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처음에는 상속자가 재클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재클린의 사상을 물려받은 상속자라는 인물과 학생의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미움받을 용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 미천했는데, 책을 통해 만난 재클린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 당찬 여성이었다. 남편의 죽음 앞에서 몸을 사리기보다는 먼저 전면에 나서는 용기 있는 여성이었으며, 훗날 영부인이 되는 힐러리 로댐 클린턴에게 "당신은 당신 자신이어야 해요"라는 조언을 건넨 모습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물론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재력 있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고 들었는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집안 형편이 좋았던 것은 맞지만,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계속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가톨릭 신자였던 부모의 이혼은 주변 사람들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주었다. 여러 가지로 이유로 사실 재클린은 어렸을 때 왕따 아닌 왕따를 당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재클린의 사상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주변의 판단이 아닌 자신의 판단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갈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재클린이었다. 소위 상대적 박탈감, 주위에 반응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의 생각으로 자기의 삶을 지켜나갈 줄 알았기에, 그녀는 재클린일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 줄 알았다. 그랬기에 힐러리에게도 그런 조언을 건넬 수 있었던 것 같다.
책 안에는 상속자라는 단어가 상당히 자주(학생과 상속자의 대화긴 하다.) 등장하는데, 그렇다면 이 상속자는 재클린으로부터 무엇을 상속받았을까? 사실 책 안에 이야기는 현실과 동떨어지게 느껴지기도 한다. 소위 금수저 무용론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을 비롯하여 부모의 재력이 아닌 자신의 성취를 이끄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글쎄... 이론적으로는 맞을 수 있겠지만, 현실에 대입하기에 너무 팍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재클린의 사상은 현재는 쓸모가 없는 것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녀의 생각의 차이, 관점의 차이는 여전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충분히 울림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졸부 같은 가짜 상속자가 아닌, 성취를 통해 나뿐 아니라 사회와 타인을 포용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그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진짜 상속자의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바로 재클린의 사상이다. 나 자신만을 위한 닫힌 꿈이 아닌, 주변을 향한 열린 꿈을 계속 꾸고 실천해가는 것이 바로 재클린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