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리 퀴즈 백과 100 - 풀수록 똑똑해지는 바이킹 어린이 퀴즈 백과 시리즈
은옥 지음 / 바이킹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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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를 좋아하는 큰 아이. 과거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동물 백과 100을 통해 꽤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성인이 나조차 낯선(하마의 땀이 피처럼 붉다는 사실 등) 내용을 통해 재미와 상식 그리고 아이와 함께 보내는 즐거운 시간을 가져서 일석삼조의 효과를 봤기에 이번에도 기대가 컸다. 어린이집 때부터 갈고닦은 수도 퀴즈의 영향으로 큰 자신감을 보였던 터라, 동물 퀴즈에 비해서 어렵긴 하지만 그럼에도 여러모로 상식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서 함께 읽게 되었다.

사실 나 역시 나름 갈고닦은(?) 역사와 지리 지식이 꽤 된다고 자부하는 사람 중 하나였는데, 생각보다 아리송 한 문제가 상당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대결에서 충분히 이길 거라 생각했는데, 아뿔싸! 생각보다 잘 모르는 내 상식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책이라고 얕잡아 보기에는 생각보다 아리송하거나, 낯선 문제들이 있으니 이참에 책을 통해 내 세계지리의 상식도 함께 키워볼 수 있어서 더 뜻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우선 전 작도 흥미로웠던 이유 중 하나가, 전체가 올 칼라에 그림이나 사진이 풍부하게 담겨있어서 아이들이 집중하며 퀴즈를 맞히기에 좋다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양쪽의 문제 뒤에 장에 그 문제에 대한 답과 배경지식과 설명이 잘 담겨있기에 그저 문제은행식이 아닌 정말 풍부한 지리의 상식을 키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각 문제의 오른쪽에는 별로 난이도가 체크되어 있으므로, 퀴즈를 맞히는 아이의 지식수준에 맞춰서 퀴즈를 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한 페이지 분량의 해설이 담겨있기에 흥미를 가지고 지식을 채울 수 있게 구성되어 있기에 여러모로 공부 아닌 공부 효과를 제대로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와 함께 퀴즈를 풀면서 세계 지리의 지식뿐 아니라 가족 간의 즐거운 시간도 보낼 수 있다. 더 관심이 생긴다면, 해당 나라와 내용으로 지식을 쌓아갈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에는 한국사를 비롯한 세계역사에 관한 퀴즈 백과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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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채우는 하루지식습관 2 : 나아가기 - 1일 10분, 술술 읽히는 이야기 교양 나를 채우는 하루지식습관 2
박선영 외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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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 있는 것을 하나 고르자면 단연 숏폼(Short-form)이 아닐까 싶다. 바쁘고, 기다리는 것을 힘들어하는 현대인의 성향을 잘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영상뿐 아니라 우리의 식생활을 들여다봐도 간편하게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자주 눈에 띈다. 패스트푸드를 비롯하여 컵밥이나 편의점 음식 등은 물론이고, 포케나 샐러드 역시 간편하지만 영양을 고려하여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든 걸 보면 현대인의 관심사가 실생활에서 보인다 할 수 있다. 독서는 어떨까? 지식이나 상식, 교양을 넓히고 싶지만 짧은 시간에 핵심만 얻을 수 있는 건 없을까?에 대한 고민이 바로 이 책을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하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포케나 숏폼처럼 하루 10분가량의 시간으로 지식의 깊이와 넓이를 채울 수 있으니 독서에 대한 부담을 가지는 독자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겠다 싶다.

나를 채우는 하루 지식 습관 2는 홀로서기에서 한 걸음 나아간 나아가기다. 그래서일까? 1권이 원론적이고 광범위한 주제, 철학에 가까운 생각할 여지를 던지는 주제들을 주로 다루었다면, 2권은 한걸음 더 나아가 과학과 경제, 기술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한 분야만 다루어지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소주제 안에서 다양한 내용들을 접할 수 있다. 가령 좌우라는 주제 안에는 어떤 글이 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와 평등은 모두 중요한 가치이다.

시장의 자율성과 경쟁의 자유를 중시하는 우파(보수)나

복지와 분배를 통한 평등을 중시한 좌파(진보) 모두 지향할만하다.

거듭 말하지만, 두 개의 개념은 상대적인 개념이며

자신이 현재 지향하는 가치는 언제나 상황과 환경 변화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어떤 정치적 태도를 가질 것인가?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

p.107

요즘 더욱더 심해지는 극단의 정치 상황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에 대한 내용이 책안에 들어있는데, 한번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글이어서 옮겨보았다. 자유와 평등,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극단을 달리게 되고, 결국 그에 대한 피해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 좌도 우도 어느 것도 진리는 없다. 그저 둘이 잘 융합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둘의 개념은 상보적인 것이지, 절대적이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좌우라는 소주제 안에는 꽃이나 나무 같은 생물에 관한 내용도 담겨있었고, 유물변증법에 대한 내용도 있다. 이만하면 정말 다방면의 지식을 쌓을 수 있지 않은가?

또 관심이 가는 내용 중에는 가성비와 가심비에 대한 부분이 있었다. 앞에서도 현대의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요즘 세대는 가심비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에 나도 공감한다. 그런 면에서 욜로도, 힐링도 내 마음이 만족스럽기에 유행하는 단어들이 아니었나 싶다.

가심비 트렌드는 일상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고

한 번 사는 소중한 인생을 만족감 높은 소비로 즐겁게 살자는 생각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힘들고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세대에게 이러한 소비는 공허한 마음을 달래주는 기능을 한다.

p.174

이렇게 두 권으로 마무리하기에는 아직 다루어야 할 교양과 상식이 무궁무진한 것 같다. 그래서 기대한다. 홀로 섰고, 나아갔으니 다음은 어떤 주제로 돌아올까? 너무 기대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와 평등은 모두 중요한 가치이다.

시장의 자율성과 경쟁의 자유를 중시하는 우파(보수)나

복지와 분배를 통한 평등을 중시한 좌파(진보) 모두 지향할만하다.

거듭 말하지만, 두 개의 개념은 상대적인 개념이며

자신이 현재 지향하는 가치는 언제나 상황과 환경 변화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어떤 정치적 태도를 가질 것인가?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 - P107

가심비 트렌드는 일상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고

한 번 사는 소중한 인생을 만족감 높은 소비로 즐겁게 살자는 생각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힘들고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세대에게 이러한 소비는 공허한 마음을 달래주는 기능을 한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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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채우는 하루지식습관 1 : 홀로서기 - 1일 10분, 술술 읽히는 이야기 교양 나를 채우는 하루지식습관 1
박선영 외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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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시리즈를 좋아한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 중에 내돈내산한 첫 번째 책은 한빛비즈에서 나온 퇴근길 인문학 수업 시리즈다. 총 6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년부터 한 권씩 책장 파먹기를 하고 있다. 마치 강의처럼 일주일(월~금) 분량의 주제가 주어진다. 그리고 매주 하나의 주제가 마무리되고 나면, 또 다른 주제가 등장한다. 그렇게 몇 주를 마치면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사실 하루에 읽을 분량이 길지는 않아서 정말 퇴근길에 십여 분만 투자하면 오늘의 내용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덕분에 전권을 소장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책이었다. 한빛비즈는 시리즈물이 여러 개 있는데(그중 하나는 앞에서 말한 퇴근길 시리즈고 다른 시리즈는 만화로 배우는 교양 튼 이 있다.) 그에 필적할 만한 새로운 시리즈가 등장했다. 이번 책의 제목은 "나를 채우는 하루 지식 습관"이다. (책 읽는 걸 좋아하는 활자 중독 수준의 독자들을 제외하고는) 사실 독서에 대한 중요성은 알지만 실천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어렵고, 내용이 많아서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짧은 챕터(2장 분량)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흥미 있고, 다양한 주제를 마주할 수 있다면 어떨까? 마치 하루 먹을 견과류나 비타민처럼 포장된(?) 오늘의 지식을 섭취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퇴근길 인문학 시리즈는 전문분야의 내용들도 담겨있다 보니 조금 어렵거나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었는데, 이 책은 담고 있는 소챕터 주제 속에 담긴 내용이 무척 신선하다. 그 이유는 주제어 자체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가령 인간, 균형, 편향, 빛처럼 유추가 되는 주제가 아니다. 각 소챕터 안에 철학, 과학, 문화, 사회 등 다양한 주제가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어제 읽은 내용과 오늘 읽은 내용이 같은 주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색다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더 흥미로웠던 것 같다.

여러 문장들이 눈에 띄었는데, 역시 내게 가장 핸디캡인 자존감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사실 이 문장 전에 있었던 내용 때문에 더 와닿았는데, 부모의 입장에서 내 낮은 자존감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까 봐 괴롭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상당수 책에서 엄마의 자존감을 이야기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스트레스를 내려놓으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 보라고 조언한다.

단순히 자존감 하나만 높이려고 하는 것은 사실 별 의미가 없고,

우선 더 넓은 의미에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너그러워지자. 비교적 정확하게 현실 인식을 하자.

항상 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 또한 인정하고

또 자신을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인간이 완벽해지는 것은 불가능해. 멋지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스스로 너그러운 태도를 갖자.

늘 멋지게 보이려고 노력하기보다 지금의 자기 모습을 감싸 안으려는 태도도 중요하다.

이것이 건강하게 자존감을 지키며 사회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p. 79~80

그 밖에도 강추하고 싶은 부분은 14장에 편향이었는데, 짧지만 임팩트 있는 내용이었다. 시작은 "코끼리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했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바로 "코끼리"를 떠올리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편향성에 대한 이야기가 첫 번째 주제로 등장한다. 두 번째 주제는 믿는 것만 보인다는 사실이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이 다 진실일까? 과연 그럴까? 세 번째 주제는 칵테일파티 효과가 등장했는데(이번에 처음 들었다.), 여기서 또 자존감이 뿜뿜 되는 내용이 등장한다. 바로 전지전능한(?) 스마트폰과 인간 중 누가 승자일까?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 요즘 시중에 참 많은데, 우리의 몸은 이미 이런 기능을 태어날 때부터 탑재하고 있다는 사실!

그 밖에도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가 가득 담겨 있으니 꼭 시간을 내서(하루 10분이라지만, 5분이면 충분하다!!) 오늘의 지식을 채워보자.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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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청춘 청춘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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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인간실격. 몇 년 전에 인간실격을 읽었는데, 덕분에 그의 생애에 대해, 그의 작품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이번 책은 다자이 오사무와 청춘이라는 단어의 공통점을 마주할 수 있는 작품들이 담겨있다. 참고로 인간실격은 빠졌다. 인간실격 외에는 만난 작품이 없던 터라, 다른 작품들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과 청춘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어울릴 자기가 더 궁금했다. 우선 책 속에 등장하는 작품들의 주인공은 "청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들이다. 각자가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방황하고, 고민하고, 극복하고자, 때론 좌절하고 포기하고자 하는 모습들이 각각의 주인공을 통해 펼쳐진다. 우선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품들을 읽으며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은 "순수"였다. 물론 순수하지 않은 인물들도 있긴 하지만, 적어도 틀에 박혀있거나 변화를 꾀하지 않고 안주하려는 모습이 덜 보였던 것 같다. 자신의 것이 답인 양 답정너의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갈대처럼 주위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 생각 등을 마주했을 때 흔들리기도 하고 변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아직은 자신만의 것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 청춘들의 모습을 여기저기에서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자면,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라는 작품과 "우바스테"라는 작품이었다. 어린 나이에 소위 금수저로 부모로부터 받은 부동산 덕분에 별다른 직업을 가지지 않고 살고 있는 나는 기노시타 세이센이라는 세입자를 들인다. 그와의 만남은 처음부터 특이했다. 자유천재류 서예 교수라는 직업이 담긴 명함을 받은 나는 "천재"라는 단어에 설렘을 느낀다. 계약 당시 보증금 오십 엔을 먼저 언급하는 세이센은 이사오는 날 보증금을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이사를 오고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달랑 오 엔짜리 식당 상품권이 들어있었다. 이에 불쾌감을 느낀 나는 상품권을 돌려주러 세이센의 집으로 가지만 그와 아내는 집에 없었다. 과연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궁금하던 나는 세이센과 몇 번 식사 자리를 갖는다. 그리고 처음 받았던 명함에 자유천재류 서예 교수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그가 풍기는 뭔가 특별한 모습에 나는 세이센에게 관심을 가진다. 문제는, 그가 이사를 들어온 후 한 번도 월세를 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결국 참다 세이센을 찾아간 나는 갈 때마다 바뀌어 있는 아내들과 몸이 멀쩡하면서도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세이센에게 의아함을 느낀다. 소설을 쓰겠다고 하지만, 10페이지를 쓰고 접고 있는 모습이나 몸만 들어온다는 아내들이 빌려온 돈으로 끼니를 연명하면서 비싼 담배를 사서 피는 걸 보면서 나 같으면 당장 큰소리를 내거나 쫓아냈을 텐데, 이들 둘은 은근히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꿋꿋하게 지낸다. 나 역시 일을 하는 처지가 아니기에, 세이센에게 직업을 구하라고 어깃장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 답답하기는 하기도 하고 의욕이 없어 보이기도 해서 뭔가 안타까웠다.

우바스테 역시 앞에서 소개한 작품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기시치와 가즈에는 결혼한 지 8년 된 부부로 이 둘은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 수중에 있는 돈과 가즈에가 겨우 융통한 돈을 합치니 30엔 정도 되었다. 이 돈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둘은 우선 자살에 쓰기 위해 약국을 돌며 수면제를 구입한다. 마지막이니 영화도 보고, 초밥도 먹은 둘은 과거 여행을 했던 곳으로 가기 위해 기차표를 끊는다.

어떻게든 평범한 사람처럼 살고 싶어서

지금까지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당신도 조금을 알잖아.

지푸라기 하나에 매달려 살아왔지.

약간의 무게에도 그 지푸라기가 끊어질 것 같아서 나는 필사적이었는데 말이야.

당신도 알지? 내가 나약한 게 아니라, 괴로움이 너무 무거운 거야.

p. 184

여관 주인 부부와 인사를 하고 하룻밤을 지낸 둘은 자살을 하기 위한 장소로 떠난다. 사실 기시치는 가즈에가 죽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아내는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수면제를 입에 털어 넣고, 혹시나 실패할 것을 대비해 기시치는 목에 줄까지 맨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둘은 잠에 빠진다. 과연 둘의 자살은 성공했을까?

젊은 나이에 애인과 동반자살을 택한 사실을 미리 알고 책을 읽어서일까? 책 속 여러 작품에서 자살에 대한 부분이 등장한다. 봄을 닮은 청춘들의 이야기지만, 푸릇푸릇하고 신선하기보다는 봄날 오후의 아지랑이나 점심 식사 후 노곤한 식곤증이 연상되는 청춘이라는 느낌이 든다. 왠지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속 청춘들은 우리의 모습을 닮은 것 같다. 힘겹고, 괴로움의 무거움이 중첩되어 젊음을 있는 그대로 누리지 못하는 이 시대의 청춘들을 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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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음 앞에 매번 우는 의사입니다 - 작고 여린 생의 반짝임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스텔라 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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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 전, 아는 언니가 세쌍둥이를 출산했는데, 출산 관련 이야기가 신문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특이한 케이스라 서라기보다는, 이 책의 저자처럼 신생아 중환자실 의사에 관한 기사였기 때문인데 지인의 이야기를 기사로 접하니 참 신기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잘 커서 퇴원을 했다.

엄마가 되고 보니, 임신과 출산은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르다처럼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체감했다. 한 생명을 품고 뱃속에서 고생을 하며 키워서, 세상으로 내 보내는 일은 정말 많은 희생이 따른다. 내 주변에도 뱃속에서 아이가 사산되어서 수술한 친구도 있고, 너무 이른 조산으로 결국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돼서 별이 된 친구도 있다. 아이를 품고 낳는 일은 의학이 발전되어도 여전히 위험하고,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아니 태어나서도 예상치 못한 많은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 특히 난임도 많고, 결혼 연령도 높아지면서 노산도 많다 보니 과거에 비해 일찍 세상으로 나오는 초미숙아의 이야기들도 많다 보니 아이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가슴이 아프고 안쓰럽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부분은, 신생아 중환자실(그동안 많이 들었던 니큐가 신생아 중환자실을 말하는 걸 이번에 알았다.)에 있는 아이들을 담당하는 의료진들이 "내"아이, "너의"아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이었다. 그만큼 내가 낳은 내 아이처럼 보살핀다는 뜻인지라 읽는 내내 뭉클했다. 상태가 좋다가도 갑자기 악화되어 세상을 떠나는 경우도 있고, 여러 위기를 잘 넘기고 졸업(퇴원이 아닌 졸업이라 칭하고 아이가 퇴원하는 날, 졸업식도 해준다고 한다. 얼마나 뜻깊은 날인가!)을 하게 되면 정말 행복해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많이 고마웠다.

최선을 다하지만, 아이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담당하던 의료진들 역시 깊이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이라면, 서로의 감정과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혹시나 있었을지 모르는 실수들을 대비해서 더 정확하게 시스템을 갖추어 나간다는 사실이다. 특히 의료진들의 리더 역할을 하는 저자는 아이를 잃고 나면, 누구보다 자책이 심해진다고 한다. 책의 내용 중에는 30시간 가까이를 잠도 못 자고 아이 옆에 붙어서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치료가 무엇인지를 체크하고 또 체크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이게 진짜 전문가이자 진정한 의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특히 두 아이의 엄마이기에 누구보다 부모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읽어주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또 하나는 어느 누구도 고통을 받을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도 적용하고 치료한다는 사실이다. 말 못 하고 표현할 수 없는 아이이기에 더 세심히 관찰하고, 아이에게 최선의 치료를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곳곳에 담겨있어서 감동적이었다.

암으로 고통받다가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그녀에게 의사라는 꿈을 꾸게 만들어주었다. 또한 마지막에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던 안타까움을 또 겪고 싶지 않아 가족들에게 더 많이 사랑한다고 표현한다는 사실이 기억에 남는다. 죽음 앞에서 매번 우는 의사, 하지만 그 죽음에 매몰되지 않고, 그 아픔을 성장으로 변화시키는 의사인 그녀의 모습이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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