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청춘 청춘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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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인간실격. 몇 년 전에 인간실격을 읽었는데, 덕분에 그의 생애에 대해, 그의 작품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이번 책은 다자이 오사무와 청춘이라는 단어의 공통점을 마주할 수 있는 작품들이 담겨있다. 참고로 인간실격은 빠졌다. 인간실격 외에는 만난 작품이 없던 터라, 다른 작품들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과 청춘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어울릴 자기가 더 궁금했다. 우선 책 속에 등장하는 작품들의 주인공은 "청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들이다. 각자가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방황하고, 고민하고, 극복하고자, 때론 좌절하고 포기하고자 하는 모습들이 각각의 주인공을 통해 펼쳐진다. 우선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품들을 읽으며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은 "순수"였다. 물론 순수하지 않은 인물들도 있긴 하지만, 적어도 틀에 박혀있거나 변화를 꾀하지 않고 안주하려는 모습이 덜 보였던 것 같다. 자신의 것이 답인 양 답정너의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갈대처럼 주위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 생각 등을 마주했을 때 흔들리기도 하고 변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아직은 자신만의 것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 청춘들의 모습을 여기저기에서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자면,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라는 작품과 "우바스테"라는 작품이었다. 어린 나이에 소위 금수저로 부모로부터 받은 부동산 덕분에 별다른 직업을 가지지 않고 살고 있는 나는 기노시타 세이센이라는 세입자를 들인다. 그와의 만남은 처음부터 특이했다. 자유천재류 서예 교수라는 직업이 담긴 명함을 받은 나는 "천재"라는 단어에 설렘을 느낀다. 계약 당시 보증금 오십 엔을 먼저 언급하는 세이센은 이사오는 날 보증금을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이사를 오고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달랑 오 엔짜리 식당 상품권이 들어있었다. 이에 불쾌감을 느낀 나는 상품권을 돌려주러 세이센의 집으로 가지만 그와 아내는 집에 없었다. 과연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궁금하던 나는 세이센과 몇 번 식사 자리를 갖는다. 그리고 처음 받았던 명함에 자유천재류 서예 교수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그가 풍기는 뭔가 특별한 모습에 나는 세이센에게 관심을 가진다. 문제는, 그가 이사를 들어온 후 한 번도 월세를 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결국 참다 세이센을 찾아간 나는 갈 때마다 바뀌어 있는 아내들과 몸이 멀쩡하면서도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세이센에게 의아함을 느낀다. 소설을 쓰겠다고 하지만, 10페이지를 쓰고 접고 있는 모습이나 몸만 들어온다는 아내들이 빌려온 돈으로 끼니를 연명하면서 비싼 담배를 사서 피는 걸 보면서 나 같으면 당장 큰소리를 내거나 쫓아냈을 텐데, 이들 둘은 은근히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꿋꿋하게 지낸다. 나 역시 일을 하는 처지가 아니기에, 세이센에게 직업을 구하라고 어깃장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 답답하기는 하기도 하고 의욕이 없어 보이기도 해서 뭔가 안타까웠다.

우바스테 역시 앞에서 소개한 작품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기시치와 가즈에는 결혼한 지 8년 된 부부로 이 둘은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 수중에 있는 돈과 가즈에가 겨우 융통한 돈을 합치니 30엔 정도 되었다. 이 돈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둘은 우선 자살에 쓰기 위해 약국을 돌며 수면제를 구입한다. 마지막이니 영화도 보고, 초밥도 먹은 둘은 과거 여행을 했던 곳으로 가기 위해 기차표를 끊는다.

어떻게든 평범한 사람처럼 살고 싶어서

지금까지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당신도 조금을 알잖아.

지푸라기 하나에 매달려 살아왔지.

약간의 무게에도 그 지푸라기가 끊어질 것 같아서 나는 필사적이었는데 말이야.

당신도 알지? 내가 나약한 게 아니라, 괴로움이 너무 무거운 거야.

p. 184

여관 주인 부부와 인사를 하고 하룻밤을 지낸 둘은 자살을 하기 위한 장소로 떠난다. 사실 기시치는 가즈에가 죽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아내는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수면제를 입에 털어 넣고, 혹시나 실패할 것을 대비해 기시치는 목에 줄까지 맨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둘은 잠에 빠진다. 과연 둘의 자살은 성공했을까?

젊은 나이에 애인과 동반자살을 택한 사실을 미리 알고 책을 읽어서일까? 책 속 여러 작품에서 자살에 대한 부분이 등장한다. 봄을 닮은 청춘들의 이야기지만, 푸릇푸릇하고 신선하기보다는 봄날 오후의 아지랑이나 점심 식사 후 노곤한 식곤증이 연상되는 청춘이라는 느낌이 든다. 왠지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속 청춘들은 우리의 모습을 닮은 것 같다. 힘겹고, 괴로움의 무거움이 중첩되어 젊음을 있는 그대로 누리지 못하는 이 시대의 청춘들을 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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