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아내 그리고 딸이 같이 여행을 떠났다. 베트남의 푸꾸옥이다. 아쉽게도 나는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 궁금했던 여행기. 피가 섞인 가족이라 해도,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녹록지 않은 법인가보다. 저자 역시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고 한다. 낯선 곳에서 서로 예민해져 있는데,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게 되면 결국 서로의 마음이 상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란다. 한 달간 세 가족은 푸꾸옥에서 시간을 보낸다. 여러 곳을 다니며 이곳저곳을 둘러본 이야기라기보다는, 마치 제주도 한 달 살이 같은 느낌이 가득 들었던 그들이 여행기는 그래서 더 따뜻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덕분에, 저자와 가족들은 마음에 드는 가게를 매일 드나들면서 마음껏 식도락을 즐길 수 있었다. 매일 가는 가게에서 먹는 망고 스무디는 어디와도 비길 수 없을 정도로 천상의 맛이라고 한다. 세 가족이 한 잔씩 먹어도 3,500원으로 해결이 된다는 사실 또한 그 만족감을 증폭시켰던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반미와 반쎄오, 쌀국수 등 익숙한 음식들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사진이 없음에도 눈앞에 그려졌다. 책 안에는 풍경에 대한 이야기 보다 식도락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베트남의 식재료(오이, 토마토, 망고, 두리안 등)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푸짐하고 저렴한 가격에 만족감을 내뱉는다.
특히 한곳에 오래 머물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주 만나게 되는 베트남 사람들과 정이 들어 헤어질 때는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매일 가는 망고 스무디 가게 주인, 그들이 머무는 리조트의 직원들, 분짜 식당 주인을 비롯해서 야시장과 킹콩 마트, 17번 빈버스 등 매일 반복되는 다양한 일상 속에서 나 역시 그들과 동화되어 마치 그곳에서 만난 베트남 사람들을 나 또한 만난 것 같은 느낌이 가득 들었다. 안면을 트고 인사를 하다 결국 나이도, 이름도 알게 되는 사이. 여행임에도 그런 사이가 된다는 것은 꽤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20대 시절 여름마다 한 지역으로 봉사활동을 갔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매년 가다 보니 마치 할머니 집에 가는 것처럼 들러서 점심도 먹고, 가지고 온 간식 꾸러미나 과일도 사다 드리고, 사진을 찍어서 우편으로 보내드리기도 하다 보니 할머니가 손자며느리를 삼고 싶다는 말씀(?)까지 하실 정도로 친해졌다. 아쉽게도 매년 갔었기에 갑작스럽게 다음 해부터 더 이상 가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지 못했던 것이 늘 아쉬움으로 가슴 한 편에 남아있다.
이 가족 역시 푸꾸옥과 그곳에서 만난 인연들을 떠올리면 그렇지 않을까? 언젠가 다시 푸꾸옥에 가게 되어도 여전히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인연을 만들었다는 것이 여행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고 보니, 과거에 재미있게 봤던 여행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그 여행기에 출연한 사람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해당 지역을 여행하며 과거의 인연들을 다시 재회하고 반가워하는 장면이 등장했는데, 그들의 멘트를 들어보면 과거 이 지역을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이라는 내용이 나왔다. 당시에는 잠깐 들른 곳에서 그런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게 생각되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이 가족과 같이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들과의 인연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이런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일정에 쫓겨가며 많은 것을 보고 와야 한다는 책임감(?)에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때론 정해지지 않고, 마음이 가는 대로, 서로에게 소중한 기억을 남기는 여행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