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류노스케×청춘 청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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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후련한 표정으로 기쁜 듯 미소 지었다.

이것이 무명의 예술가가- 우리 중 하나가 제 목숨을 희생해 세상으로부터 조금이나마 얻어 낸 유일한 보수였다......

"걸작입니다."

P.55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라는 이름은 무척 낯설었다. 먼저 읽은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실격을 통해 안면은 있는 작가였던데 비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왜 이 두 작가는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었을까? 이 시리즈를 읽으며 한번은 궁금증이 생겼을 법 하다. 우선 두 작가 모두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안타깝게도 둘 다 자살이었다.) 35살에 세상을 떠난 저자는 사망 후 8년 뒤인 1935년 그의 친구에 의해 상이 제정되어 현재까지도 일본 최고의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의 작품 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기에 사망한 지 9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그의 이름이 잊히지 않는지 궁금증이 더 커졌다. 이 책은 특히 그의 작품 중에서 청춘과 연결고리가 있는 작품들만 수록되어 있다고 하고, 앞에 읽었던 다자이 오사무 X 청춘에 비해 분량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책에 수록된 작품은 거의 단편소설이 많고, 생각보다 분량이 길지 않다.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중에는 자살에 관한 작품이 꽤 있었는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 중에는 정신병을 앓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나중에 옮긴이의 말을 읽어보니, 그중 점귀부라는 소설(어머니가 정신병을 앓다 사망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은 작가 자신의 자전적 소설로 어머니와 큰 누이의 사망에 대한 부분이 등장한다.

이 책에 담긴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귤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이등 객차를 타고 가는 내가 겪은 일이었다. 유난히 승객이 없어 보였던 객차 안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나는 한 비루한 소녀가 맞은편 자리에 타고 있는 걸 보고 선잠이 든다. 잠깐 졸고 깨니 맞은편에 앉아있던 소녀가 내 옆에 와 앉아있었다. 그리고 소녀는 창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겨우 소녀가 창문을 열자마자 기차는 터널로 들어서고, 덕분에 매캐한 공기가 차 안으로 들어와 나는 죽을 듯 기침을 해댄다. 소녀의 행동에 반감이 강하게 든다. 왜 하필 그 시점에 문을 열어서 나쁜 공기가 차 안으로 들어오게 한 건지 화가 난다. 하지만 소녀는 차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무언가를 던지기 시작한다. 과연 소녀는 무엇은 던진 것일까? 소녀의 행동을 보고 난 후, 화자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고개가 끄덕여졌고 소녀의 행동이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 추리한 옷차림의 소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몇 개의 귤이나마 동생들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다른 행동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책 안에 담긴 작품들에는 왠지 모를 공기가 떠다닌다. 불안하기도 하고, 현실을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공기 말이다. 한편으로는 작품 속 이야기가 곧이곧대로 가 아닌 반전처럼 비틀어서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동안 화자가 관찰한 것과 다른 뜻이 담겨있었다는 마지막 여운들이나, 열린 결말같이 뭔가 석연치 않게 마무리되는 작품들이 여럿 있어서 그런지, 바로 그런 모습 또한 청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자는 후련한 표정으로 기쁜 듯 미소 지었다.

이것이 무명의 예술가가- 우리 중 하나가 제 목숨을 희생해 세상으로부터 조금이나마 얻어 낸 유일한 보수였다......

"걸작입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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