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대지 - 간도, 찾아야 할 우리 땅
오세영 지음 / 델피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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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 중국을 다녀왔었다. 당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함께 여행한 일행 중에 나를 비롯하여 2명의 지인이 공부 중이었고, 백두산과 연변의 용정중학교와 일송정 정자, 광개토대왕릉비와 장수왕릉 등을 다녀왔다. 우리의 가이드는 조선족이었는데, 바로 이 문구를 놓고 격론 아닌 격론이 벌어졌다.

서위압록(西爲鴨綠) 동위토문(東爲土門)

동위 토문의 토문강이 어디일까? 당시 공시생 3명뿐 아니라, 우리 일행 중에는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사를 가르쳤던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우리는 당연히 토문강이 송화강의 지류라고 이야기했지만, 가이드는 토문강이 두만강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가이드는 끝까지 두만강이라고 주장했지만, 우리의 역사 선생님은 그에 대해 정확한 표현과 역사 자료를 가지고 토문강이 송화강의 지류이며, 간도는 조선의 땅이라고 강하게 말씀을 하셨다.(물론 가이드는 탐탁지 않아 했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책의 초반에 서위 압록 동위 토문이라는 이 여덟 자를 읽는 순간, 순식간의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더 감정이입이 되어서 이번에도 빠르게 책을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책은 조선시대와 현대를 오가며 같은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며 이루어진다. 조선의 대동여지도의 제작자인 고산자 김정호는 백두산을 비롯한 그 주변지역을 답사하고 대동지지의 마지막 장 변방고를 완성해간다. 고산자는 제자인 양기문과 함께 지금은 물길이 사라진 토문강의 지류를 찾기 위해 산을 오르고, 물길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물길이었다는 중요한 사실을 확인하는 증거를 찾게 된다. 바로 백두산정계비에 적힌 토문이 두만강이 아닌, 송화강의 지류라는 사실을 찾게 된 것이다. 하지만, 대원군에 의해 실각한 안동 김씨 중 권력을 잡았던 사영 김병기는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이일을 청에게 일러 대원군을 끌어내리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 사실을 알게 되는 대원군은 우선 대동지지의 변방고를 숨기기로 한다.

지도는 지형을 기록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자연이 새긴 흔적들을 더듬고, 선인(先人)들이 남긴 자취를 찾아서

사람과 자연이 어떻게 어우러져서 역사를 이어왔는지를 전달해야 한다.

한편, 박사과정 마지막 논문을 준비 중인 윤성욱은 잠깐의 시간이 나마 귀국을 하게 되고, 은사인 최성식 교수에게 인사를 갔다가 논문을 마치고 돌아오면 본교의 교 수 자리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사실에 흥분한다. 물론 최성식이 성욱에게 자리를 주려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리학자인 베른하르트 교수 밑에서 박사학위를 받기 때문이다. 한편, 성욱은 방송사 PD인 동기 안철준을 만나러 갔다가 함윤희와 심병준을 만나게 되고, 그들이 우리 땅 찾기 본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고대사 연구재단의 강윤배(전직 외교관 출신), 최성식과 과거사 문제로 껄끄러운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성욱은 몸을 사리게 되지만, 윤희가 철준에게 준 고문서 중에 외국의 지리학자가 백두산 지역을 탐방하는 일행과 마주한 문건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외국의 지리학자가 독일의 페르디난트 폰 리히트호펜이고, 그가 만난 일행이 김정호라는 사실을 깨닫고 과거의 역사를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저자의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소설임에도 무척 흥미롭다. 그는 장영실의 제자와 구텐베르크, 홍경래의 난과 프랑스혁명 등 한국사와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을 연결해 재조명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이번에는, 독일 지리학자 리히트호펜과 고산자 김정호가 이어지면서 동북공정과 탐원공정을 통해 간도를 빼앗고자 하는 중국의 야심과 독도와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를 놓고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일본의 이야기가 곁들여지며 실제 영유권 문제의 갈등을 드러낸다. 처음부터 잘못된 간도협약을 통해 빼앗긴 간도는 과연 중국이 주장하는 대로 중국의 영토인가? 읽는 내내 씁쓸함을 떨쳐낼 수 없었다. 외교라는 이름으로 과거사조차 제대로 바로잡지 못하는 무능한 인물들이 이야기에 울분을 느끼기도 했다. 국제법상 100년이 지나면 실제 점유하고 있는 나라에 귀속된다고 하는데(실제 국제법이 강제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남과 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태에서 북한 역시 간도의 귀속권에 대해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 않은 상태인지라 안타까움이 더 컸던 것 같다.


서위압록(西爲鴨綠) 동위토문(東爲土門)

지도는 지형을 기록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자연이 새긴 흔적들을 더듬고, 선인(先人)들이 남긴 자취를 찾아서

사람과 자연이 어떻게 어우러져서 역사를 이어왔는지를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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