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지키는 아이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김정화 옮김 / 꿈꾸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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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지키는 아이 치요. 그리고 그 아이를 지키는 신 아구리코. 신과 인간이지만 특별한 우정을 다룬 작품이다. 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으로 유명한 작가 히로시마 레이코. 그의 손에서 펼쳐지는 또 다른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부모를 잃은 고아 소녀 치요는 마을 촌장에 의해 한 집안으로 팔리듯 들어온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치요는 누구에게도 애정 어린 손길을 겪어보지 못했다. 겨우 연명하듯 끼니를 때우던 치요를 돌보기 귀찮아진 마을 촌장은 아고 집안에 치요를 팔아버린다. 혼자 몸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인내심이 강하고 꺾일 줄 모르는 아이 치요. 그녀는 아고 집안의 보호신의 시중을 드는 역할을 한다. 아고 집안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신이 있다는 별채는 왠지 으슥하다. 금줄이 쳐져 있는 별채 안으로 한 발자국 내딛자 답답함이 치요를 덮친다. 치요가 할 일은 보호신의 보필하고 술을 마시게 하는 일이었다. 보호신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보호신은 치요를 거부한다. 술을 마시게 하지 못한 치요를 때리는 헤이하치로. 그는 아고 집안의 둘째 아들이다. 헤이하치로와 당주이자 아버지인 유사이에 의해 다친 치요는 또다시 자신의 임무를 위해 별채로 향하고, 치요가 다친 것을 본 보호신은 치요를 위해 술을 마신다. 조금씩 보호신과 가까워지는 치요. 보호신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아구리산에 살던 아구리코는 가난하지만, 착했던 아고 집안의 아이와 친해지게 된다. 아이에게 산나물을 비롯하여 여러 손길을 베푸는 신과 조금씩 가까워지자, 아고 집안은 조금씩 형편이 펴진다. 그렇게 10년의 우정을 쌓게 되는 어느 날. 조금씩 부유해진 아고 집안은 신을 사로잡기 위해 잔치를 벌이고 아구리코에게 술을 준다. 깜짝 선물을 핑계로 아구리코의 눈을 가린 아고 집안사람들은 아구리코에게 결계를 씌워 사로잡는다. 자신과 우정을 쌓았던 소년이 궁금했던 아구리코는 아이가 자신을 풀어주려다 집안사람들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집안사람들을 저주하며 갇힌 지 90년이 된다.

아구리코 덕분에 집안을 부유해졌지만, 집안사람들은 저주로 죽어가고, 큰 아들인 요이치로의 아내 와카사는 계속 유산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아구리코는 놔주지 않는 아고 집안사람들. 치요 역시 그런 아구리코의 저주를 줄이기 위해 팔려온 것이었다. 아구리코가 풀려나길 원하는 치요는 아구리코를 별채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데...

사람의 탐욕은 어디까지일까? 먹고 살 만해지니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어 하는 아고 집안의 욕심은 결국 화를 부른다. 아구리코 덕분에 부유해진 것에 감사하기보다는,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놨더니 봇짐 내놓으라 한다는 말이 이 책에 등장하는 아고 집안사람들을 설명하는 한 줄이 아닐까 싶다. 책 속에 등장한 인물 중 건강이 안 좋지만, 똑똑해서 차기 당주로 손색이 없다고 말하는 큰아들 요이치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목숨 정도는 쉽게 여긴다. 아들의 의견이 집안을 망치는 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유사이. 그 사이에서 결국 마음 따뜻했던 차남 헤이하치로 조차 아버지와 형으로부터 책망들을 것이 두려워 그들과 똑같은 인간이 되어버린다. 그럼에도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옳은 길을 찾기 위해 자신의 희생조차 감수하는 인물들과 욕심만을 찾아 살았던 사람들이 비교되며 더 진한 여운을 남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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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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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읽었던 책 속에서 만나게 된 심령주의와 교령회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표지를 보는 순간, 여러 가지 궁금증이 솟아났다. 첫째, 표지 속 여인들의 존재 유무였고(당연히 100% 픽션이라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는데, 왠지 옛 사진 같은 모습에 초상권? 을 생각했으니...), 두 번째 심령님과 "딱" 소리의 뜻이었고(마치 분신사바가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 그리고 또 다른 베르베르(우리나라에서 특히 유명하다는 그 베르베르 작가?)라는 이름이었다. 표지의 의미를 잠깐 풀어보자면, 첫 번째 사진의 등장하는 세 여인은 실제 존재했었던 폭스 3자매가 맞다. 역시 이목구비가 닮은 듯했는데, 역시나 자매였다. 이 소설 속 이야기는 픽션과 논픽션이 섞여있는 실화를 기반으로 해서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소설이다. 사건의 중심의 있는 폭스 자매를 비롯하여 탐정 앨런 핑커턴도 실존 인물이니 말이다. 두 번째 궁금증은 구체적인 책 줄거리에서 다루어 보기로 하자.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의 그 베르베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아들이었다. 책 소개 글에는 언급이 없지만, 역시 대단한 한국인들! 검색 몇 번에 바로 등장해 준다. 과거 인터뷰에서 아버지 베르베르가 아들도 글을 쓰는데, 영적인 것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는 게 바로 이 책인 것 같다.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태어난 거리의 마술사 제니 마턴. 아버지인 구스타프 마턴은 과거 남북전쟁 당시 북군으로 전쟁에 참여한 군인이었으며, 아버지가 남긴 유품인 마술의 길이라는 책을 통해 독학으로 마술을 접하고 어머니와 생계를 유지하는 20대의 여성이다. 마술사지만, 양심 있는 마술사로 토끼와 비둘기 등에게 약을 먹여서 사람을 속이는 마술을 혐오하는 관계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같이 지내는 토끼와 비둘기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따뜻한 여인이다. 그런 그녀에게 갑자기 거액을 제시하며, 마술의 트릭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온다. 마술을 보고 단숨에 방법을 알아내는 제니는 그렇게 핑커턴 탐정회사의 일원이 된다. 유명한 탐정이었던 앨런 핑커턴의 대를 이어 큰 아들 로버트(밥)와 둘째 윌리엄(윌)은 탐정회사를 경영하지만, 아버지 사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다 사사 건건 부딪치는 둘은 급기야 폭스 자매 사건의 진실을 찾아내는 사람이 회사의 경영권을 갖기로 한다.

제니는 교령회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폭스 자매가 거짓이라는 증거를 찾으라는 로버트의 의뢰를 받게 된다. 폭스 자매는 이미 심령주의로 유명한 자매들이었다. 언니인 리아와 둘째 마거릿 그리고 셋째 케이트. 몇 년 전부터 케이트가 사라지고, 두 자매가 교령회를 이끌어간다. 교령회에 참석하게 된 제니는 윌리엄 측 사람의 성추행으로부터 마거릿을 구하게 되고, 이 일로 마거릿과 가까워진다. 폭스 자매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가짜 신분인 헤이즐 바월로 위장하고 접근하여 죽은 남편을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마거릿이 불러낸 심령은 제니의 죽은 아버지인데... 과연 폭스 자매는 사람들을 현혹하여 돈을 벌어들이는 가짜일까, 아니면 정말 영혼과 소통하는 진짜 영매인 걸까? 영혼이 나타났을 때마다 내는 "딱"소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각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제니의 아버지가 쓴 "마술의 길"과 탐정 앨런 핑커턴이 쓴 "완벽한 요원을 위한 핑커턴 지침서"나 그 밖에 요원을 위한 책들이 번갈아 등장하며, 책의 내용을 이끌어간다. 처음에는 가볍게 넘겼지만, 이어지는 사건과 관련되어 있는 이야기가 배치되어 있으니 함께 읽으면 재미를 배가시킬 것이다. (마치 아버지 베르베르의 매 소설에 등장하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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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 박미경 옮김, 아리 폴먼 각색 / 흐름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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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쩔 수 없지. 혼자 있는 밤에도, 

견디기 힘든 사람이나 내 의도를 곡해하는 사람을

억지로 참아내야 하는 낮에도 

마음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그래서 결국엔 늘 이 일기장으로 돌아오는 거야. 

키티 넌 늘 참고 들어주니까.

좋을 때나 힘들 때나 한결같이 대해주니까.

약속할게.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나아가겠다고.

눈물을 삼키며 내 길을 꼭 찾아내겠다고.

그 노력의 결과를 지금 확인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단 한 번만이라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격려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디 날 비난하지 말고 때로는 

나도 폭발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줘!

초등학교 재학 시절, 매일 써야 하는 일기 숙제가 너무 지겨웠다. 쓸 말도 없는데 한 페이지를 채워야 했기에 머리를 짜내야 할 정도 고역이었다. 한편으론 비밀일기라는 이름으로 일기장에 열쇠를 걸어놓는 게 유행이었어서, 남의 일기를 읽는 것에 대해 반발이 생기기도 했다.(감정이입이라고 할까?) 당시 안네의 일기라는 제목의 책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남의 일기를 읽는다는 게 나쁜 짓같이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 이후 안네의 일기가 나치 정권하에 숨어 살던 한 유대인 가정의 아이인 안네가 쓴 실제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실제 안네의 일기의 내용을 읽어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만화로 나온(그것도 안네 프랑크 재단이 공인한 단 한 권이라는) 안네의 일기를 먼저 만나게 되었다. 만화로 되어 있다 하지만, 내용은 참 숙연하고 수준이 높다. 13살의 아이가 쓴 글이라기에는 무척 성숙해 보이기도 하다. 우선 안네의 가족을 비롯하여 함께 숨어사는 판 단씨 가족, 치과의사 뒤셀씨 그리고 안네의 아빠인 오토 프랑크의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자 조력자들에 대한 안내가 첫 장에 등장한다.

 

 

 

유복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던 안네의 가족은 유대인에 대해 강압적이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서슴지 않는 나치 정권하의 독일에서 목숨의 위협을 받는다. 처음에는 별종 정도로 취급하던 나치들은 수영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더니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은 물론 자전거를 타는 것도, 공원에 나가는 것도, 친구의 집에 놀러 가는 것마저도 금지시킨다. 언니인 마르고의 징집 명령서를 받은 날, 급하게 떠난 것처럼 집안을 어지럽힌 가족들은 탁자 위에 스위스로 도망간다는 쪽지를 남긴 채 아버지 오토 프랑크가 운영하는 오페크타의 사무실로 피신한다. 책장 뒤쪽의 은신처에서 그렇게 안네의 가족은 삶을 이어간다. 점점 악랄해지는 나치 정권 때문에, 가족들은 늘 숨 조리며 겨우겨우 연명하듯 하루하루를 보낸다. 물론 궁금한 것도 많고, 바깥출입을 좋아하는 13살의 안네에게는 지옥 같은 생활이다. 그나마 숨 쉴 구멍은 안네가 키티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일기장 뿐이다. 안네는 그 일기장의 자신의 모든 것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모든 것을 그저 묵묵히 해내는 언니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함께 살게 된 판 단씨 가족의 이야기, 치과의사인 뒤셀씨의 이야기도 일기 속에 등장한다. 물론 누구도 긍정적인 인물로 그려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좁은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오래 살다 보니, 이기적인 모습들이 하나 둘 튀어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되지만 말이다. 은신처에 함께 거주하는 판 단씨 부부의 아들인 페터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물론 초반의 페터는 엄살쟁이에 옥상에서 내려오기 싫어하는 이상한 아이로 그려지긴 했다.

안네가 13살이던 1942년 6월 12일부터 시작해서 1944년 8월 1일로 끝을 맺는다. 아무래도 좁은 곳에 갇혀 지내다 보니 안네가 생각할 수 있는 것과 마주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키티에게 털어놓는 안네의 일기 속 이야기들은 오히려 더 그 나이의 아이가 고민하는 것 이상의 것들도 보인다. 물론 학교에 가고 싶다는 것,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는 것, 자신을 좋아했었던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하는 걸 보면 또래 아이의 이야기스럽기도 하지만 말이다. 안네는 은신처에서 나오게 될 날을 기대했다. 조력자들로부터 전해지는 바깥세상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나치 정권으로부터 목숨을 건지게 될 날들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그날을 맛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안네의 일기 이후의 이야기는 안네의 아버지인 오토 프랑크에 의해 전해지고, 출판되었다. 가족들과 함께 머물렀던 사람들과 조력자들의 최후까지 말이다. 짧다면 짧은 생을 살고 갔던 안네는 일기를 통해 여전히 그녀의 일기를 접하는 세계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녀가 직접 겪었던 끔찍한 생활들까지도 말이다. 그럼에도 이 어린 소녀는 미래를 꿈꾸었다. 다시 예전과 같은 생활을 하며, 나이 든 부인이 될 때까지의 미래를 말이다. 과연 그녀가 그곳에서 살아남아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면, 어떤 성인으로 성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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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2-04 2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네가 살아남았다면 훌륭한 작품을 더 남기지 않았을까요? ㅜㅜ

어렸을때 읽어보고 완전판은 안읽어봤었는데 다시 읽으면 좀 더 색다를거 같아요~!!

명랑걸우네 2023-02-04 21:45   좋아요 3 | URL
좋은 작가나 비평가가 되었을 수도 있을것 같아요 그래픽노블 만났더니 원작이 궁금해지더라구요~~
 
자녀를 위한 축복 일력 (스프링)
설창석 지음 / 아르누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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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주일학교 교사로 오래 봉사를 했다. 결혼 전부터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당연히 내가 결혼해서 자녀를 낳는다면 매일 안고 기도해줄 거라 생각했다. 새벽 기도까지는 아니어도, 매일 내 아이를 마음껏 축복하며 기도하는 게 쉬울 줄 알았다.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그 모든 게 내 욕심이고 교만이었구나! 싶었다. 맞벌이 워킹맘이다 보니, 매일 아침부터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드는 시간까지 여유가 없다. 사실 핑계일 테지만... 식사 기도가 습관인 것처럼, 매일의 자녀를 위한 축복 기도 역시 습관이 아닐까 싶다.

365일 자녀를 위해 매일 꾸준히 기도할 수 있는 이 기도문은 탁상 캘린더 형태기 때문에 자리도 많이 안 차지하고 무엇보다 한 장씩 넘기는 와이어식이어서 침대 머리맡에 두기 딱 좋다. 각 달별로 주제가 달라진다. 1월은 정체성이었고, 2월은 비전이다. 기도를 하다 보면 특별한 뭔가가 있지 않는 한 정형적이고 똑같은 기도를 하게 된다. 특히 식사 기도의 경우 이제는 큰 아이가 내 기도를 암기해서 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 다행이라면,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각 달이 구성되어 있다 보니 활용도 뿐 아니라 좀 더 깊이 있는 기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도문의 구성은 왼쪽 상단에는 달과 날짜가, 오른쪽 상단에는 각 달의 주제에 걸맞은 한 줄의 주제가 담겨있다. 1월의 주제인 정체성에 맞춰 주제문은 "우리는 그리스도인입니다!"이다. 매일의 기도는 다 다르다. 같은 주제지만, 기도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매일 새로운 기도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말씀에 기초해서 이루어진 기도문이다 보니, 함께 기도하고 나서 마지막 말씀 한 줄을 읽어주는 것으로 축복기도를 마친다. 기왕이면 우리 아이들에게 맞는 기도가 좋겠다 싶어서, "우리"나 "나"라고 쓰여있는 부분을 아이들의 이름으로 바꾸어서 기도해 줬더니, 아이들이 더 좋아했다. 글자를 아는 큰 아이는 기도문에 내 이름이 없는데? 하며 웃기도 했지만 말이다.

 

 

 

사실 오래 신앙생활을 했지만,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단편적이고 당장 내 앞에 급한 기도만 하기 바빴는데, 아이들과 함께 축복 기도문을 읽으면서 내 기도의 지경도 조금씩 넓어지는 기분이다. 한 가지 주제가 아닌, 일생에 걸친 다양하고 방대한 삶의 모든 문제와 방향성을 기억하며 기도할 수 있기 때문에 자녀들을 위해 축복기도를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기도의 습관을 들일 수 있을 것 같다. 하루에 한 번, 하나의 기도문이고, 날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매년 활용하며 함께 기도하는 것도 좋겠다. 다시 한번 기도는 습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쁜 아침 각자의 일정을 나가기 전에도 좋지만, 아이들의 잠자리에서 부모가 함께 읽으며 기도해 주는 것도 좋겠고,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잠든 이후라도 매일 기도해 주면 좋겠다. 올 한 해는 이 기도문을 한 장 한 장 읽어가며, 좀 더 성장하는 우리 모두가 되길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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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2041 - 10개의 결정적 장면으로 읽는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
리카이푸.천치우판 지음, 이현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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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선생은 이 경험을 계기로 새로운 디지털 사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대부분 사회적 취약 집단, 즉 노인, 장애인, 이주 노동자, 단기 체류자들이었다.

그들은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받았다.

그런 만큼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도 커졌다.

소셜 머신이 엄격함과 무관심으로 무장한 거대한 괴물로 계속 진화하는 동안 불평등이 낳은 격차는 점점 더 커졌다.

벽돌 두께에 어려워 보이는 제목에 책을 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막상 책을 펼쳐보니 진작 읽을 걸 그랬다는 생각과 함께 이런 형식으로 접근하면 재미와 지식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겠다 싶어서 무척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저자에 대한 설명을 안 하는 편인데, 이 책은 필요할 듯싶다. 이 책의 두 저자 리카이프와 천치우판 말이다. 저자에 대한 설명은 곧 책의 구성이니 말이다. AI 2041은 2041년의 도래할 인공지능 사회를 담고 있다. 아직은 20년가량 남은 미래의 이야기지만, 저자 리카이프는 최대한 실제적이고 활용 가능할 미래를 책에 담고 싶었다. 물론 그는 AI를 전공하고 관련 분야의 특허를 10개 가지고 있을 정도의 AI 전문가다. MS 리서치 아시아 창립이사와 구글 차이나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딱딱하고 어려운 미래의 AI를 독자들이 한결 편안하게 접하길 원했던지라 SF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천치우판과 협업하여 이 책을 펴낸다. 책 속에는 10개의 미래 사회 속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일본, 인도 등 다양한 나라의 이야기 속에 분야별 발전한 미래의 AI를 소설을 통해 만날 수 있고, 소설 속에 등장한 AI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각 장에 담겨있다.

과학의 발전을 기대하지만, 그만큼 득과 실이 있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좀 더 편해지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은 과학의 발전을 불러오긴 했지만, 과학의 발전은 또 다른 피해와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1장에 등장한 미래의 보험에 대한 부분과 몇 년째 분투 중인 코로나와 관련된 의료과학에 대한 부분이었다. 인도에 사는 나야나는 전학 온 사헤지에게 관심이 있다. 스마트스트림(미래의 스마트폰)으로 페이트리프 라는 앱에 접속해 지혜를 구하지만, 속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한다. 그러던 중, 엄마로부터 나야나의 가족이 가네샤 보험에 가입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가네샤 보험은 요즘 뜨는 보험으로, 개인정보 등에 동의하면 개인에게 필요한 생활 밀접형 정보(가령 근방에 저렴한 쇼핑정보나 날씨 등)를 제공해 준다고 한다. 처음에는 개인정보를 빼간 보험에 대해 불만이 있었지만, 종종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에 조금씩 보험회사 정보에 익숙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가족의 건강을 챙겨주는 상황 덕분에 식생활 개선 및 운동효과도 맛보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보험료가 내리는 결과까지 얻게 된다. 나야나는 사헤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심이 있는데, 사헤지가 불가촉천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사헤지와 가까워지려 할수록 집의 보험료가 자꾸 올라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왜 가네샤 보험은 나야나의 연애에까지 관심을 갖는 것일까?

2041년 인도를 배경으로 등장한 보험은 상당한 정보를 취득하고 있다. 물론 지금도 과거 병력을 이유로 보험 가입이 거부되거나 위험한 직종 종사자의 경우나 초보 운전의 경우 보험료가 높게 책정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유튜브나 넷플릭스에 관심 있는 영상을 검색하게 되면 비슷한 작품들이 자연스레 추천되기도 하고, 인터넷 서점의 경우 내가 검색하거나 과거의 구입한 책과 비슷한 책을 추천해 주기도 한다. 이 모든 기능이 AI의 딥러닝을 통해 등장하게 되었다고 한다.(딥러닝은 과거 우리나라 이세돌 구단과 AI 알파고의 바둑대결에서 등장했던 개념이다.) 보험회사의 딥러닝 기능을 통해 수집하게 되는 빅데이터는 미래에는 더욱 많아져서 수시로 보험료가 조정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보험료를 청구할 상황이 많이 발생할수록 보험료는 올라가는 것이고, 그렇기에 보험회사는 각종 생활 편의 및 건강 정보를 통해 가입자가 보험료를 청구하지 않을 상황으로 이끌어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와 함께 불가촉천민인 사헤지에 대한 보험회사의 판단이 눈길을 끌었다. 인간이 아닌 기계가 차별을 한다? 인공지능이 차별 기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 모든 정보를 입력하고 만든 것은 인간이다. 미래사회 속 AI 조차 인간처럼 차별과 불공평을 답습하는 상황을 보니 몸서리가 쳐졌다. 이 상황은 비단 1장뿐 아니라 4장이나 다른 장에서도 마주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천난은 지금도 코로나 트라우마로 인한 질병공포증에 시달리며 3년 넘게 집 밖 출입을 하지 않고 있다. 게임을 통해 만나게 된 브라질 남친인 가르시아 로자스와 사귄 지 2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들은 가상공간에서만 만났지 실제 만남을 가진 적이 없다. 아침이 되면 자연스레 화면을 통해 연락이 되는 가르시아가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는다. 급하게 브라질의 코로나 발생 현황을 검색해 보지만 특이사항은 없다. 그와 마지막으로 나눈 이야기가 스치고 지나간다. 마지막 문자가 헤어지자는 것이었나? 천난은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걸려온 통화를 듣는 순간 천난은 경악한다. 2주년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가르시아가 연락도 없이 천난을 만나러 브라질에서 중국으로 들어왔는데 코로나 ar41에 감염되어 격리 중인데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3년 동안 바깥출입을 안 했던 천난은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가르시아를 만나러 길을 나서지만, 생체인 증 정보가 3년이나 없는 터라 쉽지 않다. 그 와중에 가르시아는 더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되는데...

물론 이 작품에는 반전이 숨어있다. 가르시아의 의학 생체정보를 판단할 수 있는 천난. 의사가 아니라도, 자연스레 정보를 해석이 가능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AI가 발전된 세계는 상당수 기계화되어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인증 칩을 통해 개인정보를 식별한다. 이 정보에는 면역 및 항체 정보 등도 포함되어 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이 정보를 취득하지 못한 소위 취약집단들은 사회에서 배제되고 기본적인 기술조차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인간은 편한 것을 찾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인간의 편의 위주로 과학이 발전하게 된다. 과학의 발전은 편리를 주는 대신, 또 다른 불편함 들을 야기한다. 기술에서조차 도태되고 배제되는 현상이 더 심화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과학의 발전의 주된 키는 우리에게 있다. 차별과 배제처럼 문제가 될 것이라 예상되는 부분의 경우 법령 및 윤리 수준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을 돕고 사랑하는 것을 그만둔다면 기계와 다를 게 뭐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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