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선생은 이 경험을 계기로 새로운 디지털 사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대부분 사회적 취약 집단, 즉 노인, 장애인, 이주 노동자, 단기 체류자들이었다.
그들은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받았다.
그런 만큼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도 커졌다.
소셜 머신이 엄격함과 무관심으로 무장한 거대한 괴물로 계속 진화하는 동안 불평등이 낳은 격차는 점점 더 커졌다.
벽돌 두께에 어려워 보이는 제목에 책을 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막상 책을 펼쳐보니 진작 읽을 걸 그랬다는 생각과 함께 이런 형식으로 접근하면 재미와 지식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겠다 싶어서 무척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저자에 대한 설명을 안 하는 편인데, 이 책은 필요할 듯싶다. 이 책의 두 저자 리카이프와 천치우판 말이다. 저자에 대한 설명은 곧 책의 구성이니 말이다. AI 2041은 2041년의 도래할 인공지능 사회를 담고 있다. 아직은 20년가량 남은 미래의 이야기지만, 저자 리카이프는 최대한 실제적이고 활용 가능할 미래를 책에 담고 싶었다. 물론 그는 AI를 전공하고 관련 분야의 특허를 10개 가지고 있을 정도의 AI 전문가다. MS 리서치 아시아 창립이사와 구글 차이나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딱딱하고 어려운 미래의 AI를 독자들이 한결 편안하게 접하길 원했던지라 SF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천치우판과 협업하여 이 책을 펴낸다. 책 속에는 10개의 미래 사회 속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일본, 인도 등 다양한 나라의 이야기 속에 분야별 발전한 미래의 AI를 소설을 통해 만날 수 있고, 소설 속에 등장한 AI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각 장에 담겨있다.
과학의 발전을 기대하지만, 그만큼 득과 실이 있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좀 더 편해지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은 과학의 발전을 불러오긴 했지만, 과학의 발전은 또 다른 피해와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1장에 등장한 미래의 보험에 대한 부분과 몇 년째 분투 중인 코로나와 관련된 의료과학에 대한 부분이었다. 인도에 사는 나야나는 전학 온 사헤지에게 관심이 있다. 스마트스트림(미래의 스마트폰)으로 페이트리프 라는 앱에 접속해 지혜를 구하지만, 속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한다. 그러던 중, 엄마로부터 나야나의 가족이 가네샤 보험에 가입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가네샤 보험은 요즘 뜨는 보험으로, 개인정보 등에 동의하면 개인에게 필요한 생활 밀접형 정보(가령 근방에 저렴한 쇼핑정보나 날씨 등)를 제공해 준다고 한다. 처음에는 개인정보를 빼간 보험에 대해 불만이 있었지만, 종종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에 조금씩 보험회사 정보에 익숙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가족의 건강을 챙겨주는 상황 덕분에 식생활 개선 및 운동효과도 맛보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보험료가 내리는 결과까지 얻게 된다. 나야나는 사헤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심이 있는데, 사헤지가 불가촉천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사헤지와 가까워지려 할수록 집의 보험료가 자꾸 올라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왜 가네샤 보험은 나야나의 연애에까지 관심을 갖는 것일까?
2041년 인도를 배경으로 등장한 보험은 상당한 정보를 취득하고 있다. 물론 지금도 과거 병력을 이유로 보험 가입이 거부되거나 위험한 직종 종사자의 경우나 초보 운전의 경우 보험료가 높게 책정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유튜브나 넷플릭스에 관심 있는 영상을 검색하게 되면 비슷한 작품들이 자연스레 추천되기도 하고, 인터넷 서점의 경우 내가 검색하거나 과거의 구입한 책과 비슷한 책을 추천해 주기도 한다. 이 모든 기능이 AI의 딥러닝을 통해 등장하게 되었다고 한다.(딥러닝은 과거 우리나라 이세돌 구단과 AI 알파고의 바둑대결에서 등장했던 개념이다.) 보험회사의 딥러닝 기능을 통해 수집하게 되는 빅데이터는 미래에는 더욱 많아져서 수시로 보험료가 조정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보험료를 청구할 상황이 많이 발생할수록 보험료는 올라가는 것이고, 그렇기에 보험회사는 각종 생활 편의 및 건강 정보를 통해 가입자가 보험료를 청구하지 않을 상황으로 이끌어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와 함께 불가촉천민인 사헤지에 대한 보험회사의 판단이 눈길을 끌었다. 인간이 아닌 기계가 차별을 한다? 인공지능이 차별 기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 모든 정보를 입력하고 만든 것은 인간이다. 미래사회 속 AI 조차 인간처럼 차별과 불공평을 답습하는 상황을 보니 몸서리가 쳐졌다. 이 상황은 비단 1장뿐 아니라 4장이나 다른 장에서도 마주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천난은 지금도 코로나 트라우마로 인한 질병공포증에 시달리며 3년 넘게 집 밖 출입을 하지 않고 있다. 게임을 통해 만나게 된 브라질 남친인 가르시아 로자스와 사귄 지 2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들은 가상공간에서만 만났지 실제 만남을 가진 적이 없다. 아침이 되면 자연스레 화면을 통해 연락이 되는 가르시아가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는다. 급하게 브라질의 코로나 발생 현황을 검색해 보지만 특이사항은 없다. 그와 마지막으로 나눈 이야기가 스치고 지나간다. 마지막 문자가 헤어지자는 것이었나? 천난은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걸려온 통화를 듣는 순간 천난은 경악한다. 2주년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가르시아가 연락도 없이 천난을 만나러 브라질에서 중국으로 들어왔는데 코로나 ar41에 감염되어 격리 중인데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3년 동안 바깥출입을 안 했던 천난은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가르시아를 만나러 길을 나서지만, 생체인 증 정보가 3년이나 없는 터라 쉽지 않다. 그 와중에 가르시아는 더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되는데...
물론 이 작품에는 반전이 숨어있다. 가르시아의 의학 생체정보를 판단할 수 있는 천난. 의사가 아니라도, 자연스레 정보를 해석이 가능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AI가 발전된 세계는 상당수 기계화되어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인증 칩을 통해 개인정보를 식별한다. 이 정보에는 면역 및 항체 정보 등도 포함되어 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이 정보를 취득하지 못한 소위 취약집단들은 사회에서 배제되고 기본적인 기술조차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인간은 편한 것을 찾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인간의 편의 위주로 과학이 발전하게 된다. 과학의 발전은 편리를 주는 대신, 또 다른 불편함 들을 야기한다. 기술에서조차 도태되고 배제되는 현상이 더 심화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과학의 발전의 주된 키는 우리에게 있다. 차별과 배제처럼 문제가 될 것이라 예상되는 부분의 경우 법령 및 윤리 수준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