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지키는 아이 치요. 그리고 그 아이를 지키는 신 아구리코. 신과 인간이지만 특별한 우정을 다룬 작품이다. 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으로 유명한 작가 히로시마 레이코. 그의 손에서 펼쳐지는 또 다른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부모를 잃은 고아 소녀 치요는 마을 촌장에 의해 한 집안으로 팔리듯 들어온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치요는 누구에게도 애정 어린 손길을 겪어보지 못했다. 겨우 연명하듯 끼니를 때우던 치요를 돌보기 귀찮아진 마을 촌장은 아고 집안에 치요를 팔아버린다. 혼자 몸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인내심이 강하고 꺾일 줄 모르는 아이 치요. 그녀는 아고 집안의 보호신의 시중을 드는 역할을 한다. 아고 집안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신이 있다는 별채는 왠지 으슥하다. 금줄이 쳐져 있는 별채 안으로 한 발자국 내딛자 답답함이 치요를 덮친다. 치요가 할 일은 보호신의 보필하고 술을 마시게 하는 일이었다. 보호신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보호신은 치요를 거부한다. 술을 마시게 하지 못한 치요를 때리는 헤이하치로. 그는 아고 집안의 둘째 아들이다. 헤이하치로와 당주이자 아버지인 유사이에 의해 다친 치요는 또다시 자신의 임무를 위해 별채로 향하고, 치요가 다친 것을 본 보호신은 치요를 위해 술을 마신다. 조금씩 보호신과 가까워지는 치요. 보호신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아구리산에 살던 아구리코는 가난하지만, 착했던 아고 집안의 아이와 친해지게 된다. 아이에게 산나물을 비롯하여 여러 손길을 베푸는 신과 조금씩 가까워지자, 아고 집안은 조금씩 형편이 펴진다. 그렇게 10년의 우정을 쌓게 되는 어느 날. 조금씩 부유해진 아고 집안은 신을 사로잡기 위해 잔치를 벌이고 아구리코에게 술을 준다. 깜짝 선물을 핑계로 아구리코의 눈을 가린 아고 집안사람들은 아구리코에게 결계를 씌워 사로잡는다. 자신과 우정을 쌓았던 소년이 궁금했던 아구리코는 아이가 자신을 풀어주려다 집안사람들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집안사람들을 저주하며 갇힌 지 90년이 된다.
아구리코 덕분에 집안을 부유해졌지만, 집안사람들은 저주로 죽어가고, 큰 아들인 요이치로의 아내 와카사는 계속 유산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아구리코는 놔주지 않는 아고 집안사람들. 치요 역시 그런 아구리코의 저주를 줄이기 위해 팔려온 것이었다. 아구리코가 풀려나길 원하는 치요는 아구리코를 별채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데...
사람의 탐욕은 어디까지일까? 먹고 살 만해지니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어 하는 아고 집안의 욕심은 결국 화를 부른다. 아구리코 덕분에 부유해진 것에 감사하기보다는,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놨더니 봇짐 내놓으라 한다는 말이 이 책에 등장하는 아고 집안사람들을 설명하는 한 줄이 아닐까 싶다. 책 속에 등장한 인물 중 건강이 안 좋지만, 똑똑해서 차기 당주로 손색이 없다고 말하는 큰아들 요이치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목숨 정도는 쉽게 여긴다. 아들의 의견이 집안을 망치는 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유사이. 그 사이에서 결국 마음 따뜻했던 차남 헤이하치로 조차 아버지와 형으로부터 책망들을 것이 두려워 그들과 똑같은 인간이 되어버린다. 그럼에도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옳은 길을 찾기 위해 자신의 희생조차 감수하는 인물들과 욕심만을 찾아 살았던 사람들이 비교되며 더 진한 여운을 남긴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