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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하나님과 함께
야누쉬 코르착 지음, 송순재.김신애 옮김 / 내일을여는책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코르착이 지었다고 적혀 있으나 정말 코르착이 지었는지, 아니면 엮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기도들은 어떤 거룩한 자들이 남긴 기도가 아니라 우리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이 남긴 기도로 마음을 울린다.
아이를 위한 어머니의 기도, 그리고 그 아이의 죽음 앞에서 다시금 드리는 어머니의 애절한 기도, 아저씨가 시계 주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소년의 기도나, 자기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경박한 여인의 기도, 그리고 가난하고 소외받아 결국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게 되는 이들의 기도는 거룩함과 겸손함뿐 아니라 거만함과 욕심도 가득하다.
그러나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기도는 살아가면서 던지는, 거룩함과는 거리가 먼, 그래서 더 솔직하고 아름다운 기도들. 이들은 내가 느끼는 비애가 하나님 때문이라고도 이야기 하고, 하나님께 ‘우습다’고 이야기하기도 하는 너무나 솔직한 기도들이다.
그래서 하나님을 찬양하면서도 부담스러워하고, 거룩함을 노래하면서도 하나님께 다가가지 못하는 우리에게 더 큰 울림을 준다. 경박하여 오히려 더 하나님과 가까운 기도이리라.
이들은 상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없을 때는 분노하여
“그러므로 나는 당신이 나를 창조하셨고
당신을 모독할 수 있도록 인도하신다고 믿습니다.”(반항의 기도 중)
라고 이야기 했다가도
“‘나’의 하나님
저는 당신을 찾았고 마치 길 잃은 아이가 멀리서부터
신뢰할 만한 사람을 발견했을 때처럼 그렇게 기뻐합니다.” (화해의 기도 중)
라고 이야기 하는 등 오만함과 겸손함, 평화와 분노를 수시로 오가는 우리의 기도와 닮아 있다. 그래서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
소박한 일과들과 중대한 버려짐. 그 사이에서 올리는 가식 없는 기도들.
이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기도한다. 과학자 또는 기술자 같은 학자들도, 예술가도, 혹은 젊은이나 노인, 창부까지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하나님과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가 가식적인 모습을 이기고 기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말 거룩하고 마음을 울리는 기도문들도 좋지만 때로는 이렇게 정말 내가 처한 낮은 상황에 있는, 그리고 나와 같이 거룩하지 않은 사람들의 기도를 나누는 것이 더 큰 울림을 준다.
그중 독특한 기도는 ‘교사의 기도’인데 여기 나온 기도문들 중 타인을 위한 몇 안 되는 기도로, 아마도 코르착 본인이 가장 하고 싶었던 기도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기도를 이루기 위해 아이들과 마지막까지 같이한 코르착을 생각하며...
아무튼 이런 기도를 하고 싶다. 거룩한 표현 없이, 있는 그대로를 드릴 수 있는 기도.
기도하지 않는, 그래서 꾸밈없고 솔직한 자들의 기도...
한 교사의 기도 (이 책 119쪽)
하나님, 저는 길게 기도하지 않겠습니다.
장탄식을 하지도 않겠습니다. 허리를 굽히지도 않겠고,
영광을 받으시기에 합당할 만큼 예물을 가져오지도 않았습니다.
당신의 위대하신 은혜를 훔칠 생각도 없고,
내리시는 굉장한 선물도 갈망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하는 생각에는 하늘에 날아오르는 노래를 실어다 줄
날개 같은 것은 없습니다.
제가 하는 말은 색채도 없고 향기도 없고 꽃잎도 없습니다.
피곤하고 졸릴 뿐입니다.
제 눈은 침침해졌고, 등은 일을 하도 많이 하여 휘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주님게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람을 의지하지 않으려는 제게는 찬송이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이 찬송을 이해하지 못하고 하찮게 여기고
조소할까봐 두렵습니다. 제가 당신의 존전에서 겸허하게
있으면서 당신께 드리는 불타는 소청이 있습니다.
저는 이 기도를 나지막이 속삭이면서도 불굴의 의지를 담아
말씀드립니다.
내 눈길에 명령을 내려 구름 위로 겨누어 쏘아 보냅니다.
저는 저 자신을 위해서 하는 기도가 아니기 때문에
똑바로 서서 간청합니다.
아이들에게 선한 의지를 주시고, 그들의 힘을 북돋워 주시고,
그들의 수고에 복을 내려 주시옵소서.
아이들을 편한 길로 인도하지는 마옵소서. 그렇지만 아름다운 길로 인도하옵소서.
제가 드리는 간청에 대해 단 한번 드리는 불입금으로
저의 하나뿐인 찬송을 받아주시옵소서.
그것은 슬픔입니다.
저의 슬픔과 노동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