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의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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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경험을 담은 소설이지만,

세상에 처음 발을 내미는, 아직 자라나는 아이들과, 역시 사회에 첫 걸음을 떼는, 성장해야할 교사가 함께 자라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처음의 떨림과 두려움, 그리고 그 아름다움 (빈센토)

누구나 초등학교(요즘은 유치원)에 처음 가는 날, 어머니와 떨어지는 일이, 또는 낯선 상황 자체가 두려워서 화내거나 울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물론 이 이야기의 아르튀르처럼 학교에 오고싶어 안달이었던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에게 낯선 환경이나 만남은 (일부분이라도) 두려움일 수 밖에 없다. 처음 맞는 단절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빈센토처럼...

 

 

물론 세상에 대한 그 두려움과 긴장이 계속되진 않는다. 아이도 어른도, 결국은 적응해야 하니까.

그러나 그...다음에... 그 광란의 하루가 지나자... 내 어린 빈센토에 대해서 별로 기억나는 것이 없다. 아마도 그 나머지는 모두 다 한결같은 감미로움 속에 녹아들었기 때문일 터이다.(22)

 

빈센토로 이후의 이야기들은 앞의 이야기를 따라 아이들과 관련된 소박하지만 감미로운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어린아이의 순수한 사랑을 그리는 성탄절의 아이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장 좋은 선물을 주고 싶은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잘 그려진다. 줄 수 없는 이의 슬픔. 물론 다른 아이들의 애정이 결코 더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줄 수 없는 자의 슬픔과 기쁨.

 

희망을 주는 아름다움. 종달새, 어수선한 학급을 안정시키고 낙심한 환자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로, 그러나 ‘그 새가 노래하면 누구나 무거운 가슴이 가벼워지는 걸 느끼게 되는(56p)’ 나이.  그러나 그 시기 역시 너무나 짧고 아름다운, 꿈같은 시절이다.

 

다른 일에는 재능이 없으나 글씨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막내 드미트리오프와 그 아버지 사이에서 처음 이루어지는 교감, 그리고 인정을 다루는 드미트리오프나 집안 사정으로 다시 학교에 돌아오지 못할 아이와의 작별이 나오는 집 보는 아이 이야기는 안타까움 속에서 애잔한 정을 느끼게 한다.

 

사실 여기까지의 이야기로 끝났다면 그저 아름다운 단편 모음집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작별 이야기인 찬물 속의 송어를 통해 이야기 전체는 성장 이야기로 완성된다.

 

사람이 잡아도 도망가지 않는 물고기들을 보며 둘은 이야기 한다.

물고기 잡기가 이렇게 쉬우니 저녁 반찬거리는 충분하겠네” ...중략...

아 선새미, 죄받아요!”

?”

아니, 그건지금이 녀석들이 우리를 꽉 미믿고 있는데.”

(중략)

아니, 저 아래 물고기들은 우리를 꽉 미믿고 있지 않잖아요. 그 물고기들은 도도망갈 수라도 있으니까요. 그건 다르죠.”

(207~208)

 

이렇게 아름다운, ' 믿음이라는 이름의 순수'는 언젠가 깨질 수밖에 없다. 그게 성장인지 모른다.

 

마니투까지! 큰 강까지!”

(중략)

스완 레이크로! 미네아폴리스로!”

그가 받았다.

뉴욕으로! 필라델피아로!” (239)

 

이렇게 꿈꾸는 듯한 시간을 보낸 이들에게도 작별의 시간이 찾아온다.

 

어린 생명들 가운데서도 가장 연약하고 가장 위태로운 생명으로 인간의 가슴속에 이제 막 피어나, 아직 제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기쁨과 욕망으로 떨고 있는 첫사랑의 놀라움, 황홀, 고통이 번지고 있는 것을 나는 보았다. (257)

성장이란, 아마도  이 아름다운 사랑과도, 순수와도 작별하고 세상에 대한 믿음이 한풀 꺾인 채, 그동안 받은 상처를 묻어두고 살아가는 것. 그리고 이것이 어른이 된다는 말의 의미인지도 모른다. 모른다. 순수라는 그 아름다움조차 뒤에 남겨두고 말이다.

 

 

 

결국 이 단편들은 모두, 사라져가는 시절. 결국은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그리는 것이다

 

빈센토처럼 세상에 두렵고도 떨리는 첫 걸음을 디딘 후,

짧고 아름다운 만남과 경험들을 거친 뒤,

결국 순수라는 이름의 짧은 시간 뒤 사그라지는,

 그 젊고 연약한 아름다움들은 아련함 속에 남겨둔 채 떠나오는 것.

그것이 성장인지도 모른다.

태어나자 마자 죽어가는 것, 그게 성장이고, 성숙일 게다.


그것은 태어나자마자 벌써 죽어가기 시작하는 젊고 연약한 여름을 말해주고 있었다.”(271)


"그것은 태어나자마자 벌써 죽어가기 시작하는 젊고 연약한 여름을 말해주고 있었다."(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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