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이해
김흥규 지음 / 민음사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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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가능한 넓은 범위의 독자들에게 우리문학의 전체적 윤곽을 살피기 위한 ‘입문적 약도’.”라 말하는 이 책은 한국문학을 이루는 작은 부분들은 물론이고, 그 부분들이 이루어온 ‘국문학’이란 큰 흐름과 함께, 한국문학이 나아가야할 방향까지 제시한다.

 

구비문학을 국문학의 영역에 포함시키거나 한문문학 역시 국문학에 속한다는 말은 당연하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이후 내용들을 통해 한국문학사와 연결시켜 각 영역들의 발전상을 자세히 부연한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내용을 담고 있으며 가장 유익한 장인 갈래론은 주로 4분법을 토대로 하지만, 그 사이의 중간적 입장도 인정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 각 개념들은 다른 것으로 대치될 수 있는 개념의 장치들이기에, 유연한 시각으로 봐야한다. 귀족이나 지배층의 정신세계를 반영한다는 ‘10구체 향가’의 성격이나, 고려속요 연구의 한계(이미 조선 초 정리 괴정을 거친 작품들만 남아 있음) 등 연구에 필요한 배경지식도 풍부한 편이고, 초,중장이 보이는 ‘소(평)-평-소(평)-평’구조와 종장의 ‘과음보’로 긴장을 주었다 해소하는 시조의 구조처럼 문학사적 배경 외에도 가능한 자세히 설명해주기 때문에 비전공자들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다. 게다가 사설시조의 기원 논쟁처럼 학계의 이견들을 볼 수도 있고 ‘창극, 허두가 등처럼 비교적 생소한 장르 소개로 문학 이해에 큰 도움을 준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등 ‘현대시’가 행 단위 율격을 버리고, 전통적 제약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역사적 배경과 문학사적 흐름 속에서 설명하고, ‘현대 소설’에서도 암울한 시대상 때문에 형이상학적, 심미적 관심보다 사회적 도덕적 관심에 치중했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현대문학의 변화상 중 현대시에서 외재율이 사라지는 과정은 자세하지 않아 아쉽기도 하다. (양성우 시인의 시 등에 남아 있는 건 알지만 현대시에서는 대부분 사라졌다.) 하지만 각 영역에 속한 장르들에 대한 설명이 충실해서 국문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가 ‘국문학에는 어떤 분야들이 있으며, 각 영역의 특징과 과제는 무엇인가?’를 알기에는 충분하다.’

 

 

 

국어의 특질이나 문체, 율격 등을 다루는 4장 역시 국어학 등 전문서적들처럼 자세하지는 않지만, 시대 순서에 따라 큰 그림을 그리며 설명한다. 문체보다는 율격에 대한 설명이 자세한데, 전통적인 율격과 현대 문학을 조화시키려는 시도도 잊지 않고 설명하는데, 저자가 전통적 율격을 살린 예시로 들고 있는 작가들이 조지훈, 박두진, 김영랑, 김지하 등이라, 지금 이 시대에 전통적 율격이 얼마나 살아있는지는 더 자세히 연구해야 한다. (김지하 시인은 아직 활동하고, 양성우 시인 등 많은 예시가 있지만, 일반인이 보기에는 전통적 율격을 지기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저자는 전반적으로 국문학의 발전 양상을 시대에 따라 설명하는데, 한국문학 전반을 살피고자 하는 저자의 목적을 이루기에는 적합하지만, 문학비평에서는 시대별 비평 기준의 차이만을 다루기보다, 비교적 최근의 비평 방법들 (작품 분석에 서양의 정신분석학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듯하다.)에 대한 설명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한다. 그러나 책의 목적이 ‘소개’이기에 저자는 보다 깊은 공부를 독자들에게 맡기는 듯하다.

 

7장은 한국문학이 나아가야 할 길을 살핀다. 고전문학과 연대문학을 ‘역동적 전입’ 과정으로 보며 ‘문제적 연속성’을 강조하며 한국문학이란 개별문학 역시 ‘세계문학’을 이루고 있는 층위임을 말하는데, 비록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으로부터 수용해야 할 점들은 나와 있지 않았지만, 이렇게 좁은 범위의 기야기에도 불구하고 “민족문학적 과제에 충실함이 곧 세계문학적 이상의 보편성에 로 나아가는 길”(214p)이라 외치는 저자의 외침은 던져주는 의의가 크다.

 

 

 

책의 내용은 (저술 시기를 생각할 때), 새로운 연구들을 비교적 많이 담고 있으며, 필요한 설명을 때론 자세히, 때론 간략하게 잘 조절했다. 그러므로 비전공자라도 읽는데 어려움이 없으며, 한국문학에 어떤 영역들이 있는지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첫판이 1986에 나왔기 때문에 한자를 과하게 사용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그리고 한자 때문에 이 책이 정말 널은 범위의 독자를 위해 나왔는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난 한자를 찾으며 읽다보니 첫 일독은 찾기 바빠서 내용 파악도 못하고 읽었다.]) 하지만 이 작은 책에서 독학사 국문학 개론 등 큰 책에 있는 내용 상당량이 들어 있을 정도로 알찬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문학에 기반을 둔 세계문학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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