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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 언니 - 개정판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 창비 / 2012년 4월
평점 :
권정생 선생님의 글들은 일반 동화들과는 달리 어른이 되어 읽는데도 조금 어려운 감이 없지 않다. 단편은 단편대로 생각할 것이 많지만 이번 장편은 동화를 읽는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주인공이 아이일 뿐, 오히려 "소설"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이제 이 책을 읽고나니 둘의 차이를 구별하는건 너무 어려운 문제가 되어버렸다.)
우리내 식민시절의 끝자락과 6.25를 살아오신 우리의 할머니(할아버지 포함)들의 모습을 글로 그려낸 몽실언니는 어떤 고상한 개념이나 주제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그저 주인공이 겪는 가난과 고통, 이별과 방황, 그리고 개인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을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그 주인공은 어떤 고상한 관념이나 이상향을 보여주진 않는다. 다만 저는 다리로, 누군가를 용서해가거나, 선한이들의 고통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일들보며 울 수 있는, 그런 작은 존재일 뿐.
동화에서 주인공은 어찌보면 무능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당시 삶의 모습이었으며, 주인공이 느끼는 울분과 슬픔, 그리고 그 속에 있던 작은 기쁨은 자신들의 잘못 없이 어떤 흐름에, 물결에 쓸려서 '막막할 수밖에 없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일 것이다..
동화가 외부의 압력으로 단절 되어서인지 이야기의 결말 부분은 조금 모호하다. '희생을 통한 자기 존재 가치 발견'이라는 주제가 보이는 '강아지 똥'이나 그외 다른 동화들에 비해서도 이 책이 가지는 확실한 주제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작가가 그려내는 몽실이의 사회(시대)는 정말 암울 했으며, 그런 삶 앞에서의 막막한 감정에도 소녀는(몽실이는) 이겨왔고, 동생들을 지키고, 자녀들을 돌보면서 살아왔다. 그리고 그 동생들 역시 어려움은 있었으나 결국은 버림받음과 이별 등 여러 어려움을 거치며, 여기(지금, 오늘)까지 살아왔다.
이것이 우리의 할머니,할아버지들 삶의 모습이었고, 힘든 걸음으로 그 시대를 살아간 몽실이와 난남이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삶을 버텨왔을 모습으로 생각하면 한편으론 그들의 삶 자체를 두고서도 고개가 숙여진다.
[6.25당시에도 돈 많은 사람들은 의료 혜택을 받는데 우선권이 있었던 점이 동화 속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상위1%의 사람들은 이런 세월을 겪지 않았을 확률이 높지만, 당장 우리의 할머니들만 봐도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동화가 그리는 이 사회의 문제는, 각 단체를 구성하는 개인이 악해서도 아니며, 그들 모두가 나쁜 것은 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 어디서부터 살펴야 할까.......
그 전에, 몽실이와는 다른 조건이고 훨씬 편한 세상이이지만, 나 역시 서로에게 열린 마음을 가지고, 끝까지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야겠지..... 참 어렵다..
저자의 말이 생각난다.
"동화가 왜 그렇게 어둡냐고요? 그게 진실이기에 아이들에게 감추는 것만이 대수가 아니지요. 좋은 글은 읽고 나면 불편한 느낌이 드는 글입니다." -권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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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이런 내용의 서평을 썼었다. 하지만 다시 읽어서인지, 아니면 개정판(내용에는 변화 없음)에서 변한 그림들 때문인지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묘한 느낌이 든다. 이전의 내용과 그림들이 오래된 흑백 사진이나, 남의 이야기 같은 '먼 과거의 어떤 사건'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면 이번 개정판은 조금 더 생생하다. '회상'이라는 느낌이 난달까?
아니면 그림의 차이 외에도, 옛날 책의 표지 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는 세상의 모든 폭력'이 변하여 찾아오기 때문일까?
아니면 몽실이가 말했던 "사람들을 나쁘게 만들고, 서로 죽고 죽이게 하는 진짜 나쁜 것"이서 비롯된 사회의 문제는 언제나 모습을 바꾸어 찾아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몽실이처럼 그저 인내하며 살아가는 것이 최선의 저항일까?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이 의미 있어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개인이 무능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개정판에 맞추어 이 소설(동화이나 소설같은 느낌이 든다)을 세 번 이상 읽고 난 후, 얻게된 가장 큰 소득은 '세상의 부조리함을 새롭게 알기'보다, '그런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에 대한 따스한 시각'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