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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 이야기
김재진 지음 / 책만드는집 / 2003년 5월
평점 :
"누군가의 가슴에 남아 있는 한 아무것도 사라지는 것은 없어. 돌아갈 뿐이야.......
......
마음속에 기다림이 있는 한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아...
[본문 중에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역설적인 표현을 담고있는 이 책은, 표현대로 전반적으로 아이들이 읽고 느끼기에는 조금 어렵거나 추상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 전반에 흐르는 잔잔함과 깊은 내용들은 독서를 하는 도중에 잠시나마 세상의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 생각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시인의 말처럼 '눈을 감고, 하늘을 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여러가지 깊은 생각들과 함께,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하고 있는 이 책은, 잔잔함 뒤에 싶은 울림을 준다. 게다가 소설과 이어지는 그림들은 손으로 그려져 좀 더 따스해 보인다. 독서 이후 독자들은 '과연 세상은 삭막하기만 한 곳인가?'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가지는 가장 큰 단점은, 작가가 다루는 많은 이야기들이 어떤 주제로 연결되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예상되는 주제들을 뽑아보면
첫째로, 결말 부분에서 잠자리가 보여준 '자기 희생'을 통한 사랑의 완성?[이 부분은 마치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 똥' 이야기를 주제만 사랑으로 바꾼 것 같다]
아니면 사랑 하는 존재(오랜지 코스모스)의 특별함? [이건 어린 왕자와도 유사성이 있을 듯 하다.]
혹은 우리가 관심 없이 보낸 수많은 자연, 그 속에 있는 생명을 가진 존재들의 아름다움?
그것도 아니라면 계절과 시간 이 순환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아름다움?
"어느 시인과 잠자리의 이야기" 라는 한 이야기에 너무 많은 주제들을 연결시켜서, 독자가 책을 덮은 뒤에, 작가가 진짜 하고 싶던 말이 이 모든 것이었는지 아니면 그 중 몇 개인지 알기 힘들다.
게다가 본문 중 잠시 나오는 특정 종교의 교리 자체에 대한(아마도 기독교)에 대한 비판까지 더하면 이 소설을 '잘 쓰여진 작품'이라 평할 수는 있겠으나,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라 평가하기는 어렵다.
특정 종교에 대한 비판이 있는 곳은, "아이가 잠자리에게 '어머니'의 모습을 묘사하는 단락"이었는데 이런 단락을 특정 종교의 교리에 대한 비판으로 연걸시킨 것은 이야기의 큰 흐름에도 맞지 않고 억지스럽다.
따스한 작품에 이런 점까지 지적하게 된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이 책을 모두에게 선뜻 추천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