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의 에세이 29편을 묶은 책. 오랜 세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생계를 꾸려간 조지 오웰은 엄청난 분량의 에세이와 칼럼, 서평을 썼다. 그간 소문으로만, 혹은 일부 발췌 번역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좀더 풍부한 조지 오웰의 명문들을 한국어 텍스트로 만날 수 있다. 모두 29편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21편이 국내 초역이다.

이번 에세이 선집은 조지 오웰이 맨처음 발표한 글인 부랑생활 체험기 '스파이크'에서부터 마지막 집필 원고인 '간디에 대한 소견'까지 오웰이 글을 쓴 순서대로 엮었으며 29편의 에세이를 통해 오웰 삶의 각 국면에 대한 세세한 이해, 정치적 입장, 현실에 대한 작가로서의 태도 등 인간 오웰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수록된 적잖은 에세이들이 자전적 요소를 띠고 있는데, 인간에 대한 남다른 깨달음을 얻게 된 사건들, 오웰 자신이 삶의 전환적 순간이라 했던 사건들이 책 곳곳에 담겨져 있다.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를 통해 오웰은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으며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라고 자신의 명확한 작가적 입장을 밝힌다. 

  

 조지 레이코프 <도덕, 정치를 말하다> 

조지 레이코프의 핵심사상이 집약된 정치철학의 역작. 왜 서민들이 부자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정당에 투표하는 걸까? 진보주의자들이 중산층의 설득에 실패하고 선거에서 패배하고 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학자들조차 미처 대답한지 못한 이런 질문에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답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투표를 한다는 것.
 

 

 

 

스티븐 호킹 <위대한 설계> 

우주와 생명에 관한 궁극적인 질문은 과거에는 철학과 신학의 영역이었으나 현대에는 '과학'의 영역이 되었다. <위대한 설계>에서 21세기 최고의 '과학자'라고 '공인되는' 스티븐 호킹은 이 문제에 대한 최근의 과학적 성취를 보통 사람들도 충분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쾌하고 단순하게 설명하고 있다.

우주에 대한 최근의 이론들을 깊이 탐구하고 종합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가득 찬 이 책의 미덕은 호킹의 도전적 논리는 물론이고 현대 물리학을 이해하는 데에 최상의 도구가 될 것이다.
 

 

이현우(로쟈) <책을 읽을 자유> 

제50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 부문 수상작인 <로쟈의 인문학 서재>의 이현우의 두 번째 책.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로쟈 본색을 담은 서평집으로 그의 경이로운 독서 편력과 제 스타일로 해석하고 비평한 리뷰를 가려 그러모은 ‘로쟈의 도서관’이다.

문체는 발표 지면 매체에 따라 근엄한 격식을 갖추기도 하지만 때로 로쟈식으로 자유분방하게 가로지르고 겹치고 비틀고 해체된다. 모두 147편의 리뷰를 가깝거나 관련된 키워드 혹은 주제별로 3~5편씩 묶어 30개의 책꽂이에 꽂고, 8개의 서가로 가려 배치한 이 책은 책 읽는 자유와 기쁨을 최대한 배려한 동선을 꾀하였다.

지면에 발표한 이후의 덧붙임 말을 보태거나, 책꽂이 사이사이에 불현듯 뽑아든 키워드로 가려낸 ‘로쟈의 리스트’를 두거나, 서가 사이에 그의 일상과 독서 행적을 슬쩍 소개하는 ‘로쟈의 페이퍼’를 끼워 넣어 서가를 어슬렁어슬렁 걷는 즐거움까지 더했다. 책 말미에 덧붙인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발문은 유쾌하게 로쟈의 ‘공덕’ 혹은 ‘빚’을 기리고 있는데, 로쟈식 글쓰기의 의의와 핵심을 파악하는데 요긴하다.  

로버트 미지크 <좌파들의 반항> 

로버트 미지크의 신작. 21세기 글로벌시대에 다시 고개를 든 신좌파의 물결을 하나의 증후군으로 파악, 좌파란 과연 무엇이며, 어떤 의미인지를 날카롭게 해체하여 보여준다. 저자는 문제를 제기하고, 반대를 표명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좌파적인 삶의 방식을 택하는 것만이 한 개인이나 사회가 가장 ‘똑똑하게 존재’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체제전복을 꿈꾸었던 지난 세기의 좌파와 달리 신좌파는 맹목적인 글로벌주의와 상업주의에 매몰된 신자유주의 세력을 비판하고 견제한다. 즉, 자본주의를 ‘어딘지 모르게 삶을 불편하게 만드는’ 체제로 받아들이면서 현실에 불만을 느끼고 이에 정치적 대안을 동경하며 노력한다는 것이다.

물론 ‘참된 것’과 ‘진실한 삶’을 동경하면서 상업주의라는 거대한 눈사태로부터 벗어나고자 한 반항아들 역시 자본주의와 마케팅 전략가들의 덫에 걸리기는 마찬가지다. 제 마음 대로 말하고 생동하는 사람들이 곧 상품이 되는 것이다. 래디컬 시크, 새로운 좌파는 이렇게 탄생한다.

사상가는 물론 영화감독, 팝가수, 운동가 모두를 아우르면서 그들의 사고와 행동이 사회에 미친 영향들을 살피면서 글로벌 좌파 트렌드의 원인을 밝히고 미래를 전망한다. 특히 90년대 글로벌 좌파의 경향의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는 아탁, 안티글로벌리제이션, 마이클 무어, 토니 네그리, 슬라보예 지젝뿐 아니라 르네 폴레쉬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의 연극을 예리하게 해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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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0-04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호킹의 신작을 추천도서 후보에 넣으려다가.. 제가 이번 평가단이 처음이라
다른 평가단원분들의 추천도서와 동떨어질까봐 안 넣었는데 이제 막 후회감이 드네요^^;;
지금 시기 때 읽어볼 만한 책들도 많이 있는 것도 있구요ㅎㅎ
일목요연하게 잘 작성된 각각 5권의 책에 대한 교고쿠도님의 소개글을 보니
더욱 더 이 책들이 읽고 싶어지네요ㅠㅠ

교고쿠 2010-10-04 21:22   좋아요 0 | URL
으음, 페이퍼는 지금이라도 고치실 수 있어요. ^^저 소개글은 제가 쓴 것이 아니라 알라딘에서 퍼온것이긴 하지만...아무래도 조지 오웰 에세이나 조지 레이코프의 <도덕, 정치를 말하다>가 유력한듯 합니다. 그래도 호킹 역시 욕심이 나요.
8기부터 방식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7기에 활동한 저도 역시 좀 낯선 면이 있지만서도...새로운 8기 참 기대하고 있습니다. ^^

cyrus 2010-10-06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고쿠도님 말씀대로 그런거 같습니다.
확실한 것은 조지 레이코프의 신간은 될 거 같구요...
만약에 또 한 권의 임무가 주어진다는 가정 하에
또 다른 한 권은 예측할 수가 없네요.
요네하라 마리 여사의 신간도 눈에 띄는 거 같구요^^

교고쿠 2010-10-06 19:56   좋아요 0 | URL
으음...요네하라 마리의 <팬티 인문학>과 조지 레이코프의 <도덕, 정치를 말하다> 중에 하나를 굳이 고르자면 후자가 더 읽고 싶습니다 저는 ^^
이번달에 책 한권이 아닌 두권을 받게 되기를! ^^(지난 7기때 인문사회팀은 매주 한권씩 책을 주셨는데, 경영경제나 유아어린이는 2권씩인데 우리 인문사회만 소외(?)당한다고 극구 주장해서 그 다음부터 두권씩 왔습니다. ㅋ)

알라딘신간평가단 2010-10-12 17:09   좋아요 0 | URL
앗, 주, 주장하셔서 그랬던 건 아니고요....;;;;

도서 수급이 잘 안되는 때는 한권, 많은 때는 두권...씩 드렸었어요~
늘 좋은 책으로 많이 드리고픈 담당자 마음~

(취합하러 왔다가 정정하는 담당자 올림)

/ 그리고 안타깝게도 팬티 인문학과 도덕 정치를 말하다는 모두 10월 출간도서로 11월에 추천해주셔야 하는 대상도서입니다...

교고쿠 2010-10-12 20:05   좋아요 0 | URL
헙 ㅋ 그랬군요! 묘하게 제가 두권 달라고 떼쓴 시기와 맞아떨어져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ㅋ
9월에 출간된 도서만 10월에 써야 되는건가봐요, 흑.

cyrus 2010-10-07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실 두 권 받았으면하는 생각이 듭니다^^;;
7기 활동 중에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요ㅎㅎ
 
<하찮은 인간 호모라피엔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존 그레이 지음, 김승진 옮김 / 이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자신이 믿고 있는 진실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는다. 인간의 우월성에 대한 관념이나 유일신에 대한 관념 같은, 오랜 세월 동안 일종의 도그마로서 작용해 온 이론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인류는 언어와 문자, 도구 등을 이용하여 문명을 발전시켜 왔고 이러한 인간이 지구상의 다른 종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화 되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철학자 존 그레이는 이 책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원제 Straw Dogs: Thoughts on Humans and Other Animals)>에서 그러한 인간 종 중심주의(Anthropocentrism)에 반기를 들고 직설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어찌 보면 꽤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원제의 '지푸라기 개 Straw Dogs'는 노자의 도덕경에 등장한 개념으로 고대 중국인들이 제사를 지낼 때 신에게 바치기 위해 만든 희생물이다. 제사가 끝날 때까지는 최고의 예우를 받았지만 제사가 끝나면 내팽개져쳤다. 저자는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인간의 오만과 편견이 지구를 위협하고 있고 인간이 스스로를 자정하지 않으면 지구가 자정 능력으로 인간을 '지푸라기 개'처럼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인간 종 중심주의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한편, 서구 문명의 핵심에 자리한 휴머니즘과 '진보에 대한 확신'의 약점에 대해서 파헤친다. 

지금까지 과학과 철학, 종교와 도덕에서는 인간은 동물과 달리 주어진 본성을 초월하여 자신이 가진 것을 통제함으로서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일종의 진보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발상 자체가 위선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가이아 가설을 창조한 러브록은 지구를 자기 조절이 가능한 거대한 생명체로 보고 있고, 그래서 인간의 삶이라고 해서 세균의 삶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지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지구 전체에 파종성 질환을 퍼뜨리는 병리조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확실히 그런 면이 있는 것이, 인간 때문에 지구의 환경이 오염되고 자원이 고갈되고 있으며 다른 동식물 종들이 하나씩 멸종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전개될 미래는 인류의 멸망, 지구의 파괴, 지구의 만성적 감염(지금과 같은 형태로 근근히 사는 것), 공존(인류와 지구가 서로 도와가며 사는) 의 4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식으로 앞으로도 살아간다면 전쟁이나 기아, 질병 등으로 암울한 미래가 찾아올 것이고, 그러면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는 '진보에 대한 확신' 역시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저자는 도덕에 대해서도 희망적인 입장을 갖지 않는다. 비정상적인 상황에 직면하면 도덕이라는 가치를 실현할 수 없는 예들을 들고, 도덕을 정상적인 상황에서만 적용되는 것으로 정의해 버린다. 사실 인간이 극한 상황에 몰리면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폭력이나 살인, 심지어는 식인까지도 하지 않는가. 물론 모든 인간이 다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도덕도 예의도 최소한의 조건이 갖춰졌을 때만 지켜진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인간들이 왜 만물의 영장이며 특별한 존재인가, 그러한 인간 중심의 철학은 일종의 기만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 우리 인간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행동하는 인간에서 관상(Contemplation, 觀想)하는 인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놀이하는 인간(호모 루덴스)이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의 마지막 문단이 참 인상깊다. '동물들은 삶의 목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기모순적이게도, 인간이라는 동물은 삶의 목적 없이는 살 수가 없다. 그냥 바라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삶은 생각할 수 없는 것일까?' 이 문장들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들을 압축하여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둥바둥 애쓰며 살기보다 그저 바라보며 성찰하고 지금을 누리며 사는 것, 확실히 매력적이다. 이 책을 읽으며 여러 학자들의 이론들을 짧게나마 접해볼 수 있었던 것과 꽤 어려운 내용인데도 마치 에세이나 독서 노트처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게 쓰여진 점이 꽤 마음에 들었다. 때로는 가벼운 책보다 이런 무거운 내용의 책이 참 끌린다. 사실 읽으며 시니컬한 느낌에 좀 불편하기도 했지만 기존의 권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러한 주장들이 많이 나와야 일종의 균형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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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수학>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범죄 수학 범죄 수학 시리즈 1
리스 하스아우트 지음, 오혜정 옮김, 남호영 감수 / Gbrain(지브레인)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말하자면, 순수 문과계 인간인 나는 수학을 증오한다.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수학이 나의 발목을 잡거나 나를 아주 갖고 논 적이 몇 번이었던가. 수학으로 인해 당한 괴로움은 이루 말할수 없다. 그런 내가 이 나이를 먹고 수학 책을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천재 고등학생 리스 하스아우트의 <범죄 수학>은 추리물에 등장할 법한 사건들과 수학을 결합시킨 꽤 기묘한 책이다. 이 책에서 주인공 라비는 경찰에서 풀지 못한 사건이나 미심쩍은 사건들을 멋진 수식으로 해결한다. 마치 히가시노 게이고의 갈릴레오 시리즈에 등장하는 유카와 교수같다. 특유의 BGM이 흐르고, 수식을 칠판이나 유리창 등에 갈겨 쓰며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는 유카와의 모습에 나는 열광했다.

하지만 갈릴레오 시리즈가 수학적인 것보다는 실제 사건에 더 비중을 둔 반면, 이 책은 추리와 수학 중 어떤 쪽의 비중이 더 높으냐면 당연히 수학이다(나로서는 별로 달갑지 않지만). 각 사건의 뒤쪽에 설명된 수식들은 나를 좌절시켰다. 미적분, 수학적 귀납법, 순열조합, 교란순열, 블리히펠트의 보조정리(Blichfeldt's lemma), 민코프스키의 정리(Minkowski's Theorem), 팽창변환(dilatation) 등 절대 만만하지 않은 개념들이 등장한다. 고등학교 수학에서 다루고 있는 것들도 있지만 그것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의 내용들도 꽤 된다. 졸업한지 오래 되어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나는 분명히 수학2까지 배웠는데, 교란순열이니 팽창변환이니 블리히펠트의 정리 같은 것은 처음 본다. 이런 것들을 알아야만 탐정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나는 포기했을 것 같다. 

추리물과 수학을 결합시키려는 시도는 참 신선하고 좋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책이 쓰여진 의도처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좀 무리가 따르지 않나 싶다. 웬만큼 수학을 좋아하거나 잘하지 않고서는 저런 어려운 내용들을 즐겁게 읽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성인 대상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한 것이, 이공계 전공자가 보기에는 좀 싱거울 듯 하고 수학과 친하지 않은 사람이 보면 내가 그랬던 것처럼 좌절할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을 읽으며 간혹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감상은 역시 수학은 나를 괴롭게 한다는 것과 그 어떤 추리물이나 호러물보다도 내게 공포와 절망을 선사해 주었다는 느낌이다. 멘사 회원인 내게 말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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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건축>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자연스러운 건축
쿠마 켄고 지음, 임태희 옮김 / 안그라픽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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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있어서 20세기는 콘크리트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하나의 기술로 세계를 덮어버리고, 세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국제화와 세계화가 이 시대의 주제였다. 건축의 영역에서 그것을 가능하게 한 주역은 바로 콘크리트였다. 일본이든 유럽이든 아프리카든 상관없이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고, 형태 또한 자유로우며 내구성도 강하다. 하지만 그 보편성은 장소와 소재와의 관계성을 단절하고 다양한 장소, 다양한 자연이 콘크리트라는 단일 기술의 힘으로 파괴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 책 <자연스러운 건축>에서 저자이자 주목받는 건축가인 쿠마 켄고는 브루노 타우트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작품에서 방법론을 찾아내어 물, 돌, 나무, 대나무, 흙, 종이 등의 소재를 각각의 장소에 맞게 디자인하고 고안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건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관계성이다. 타우트는 형태의 아름다움만 중시하는 모더니즘과 형식주의(formalism)를 비판하고, 자기 자신이라고 하는 주체가 건축이라는 매개를 통하여 자연과 어떻게 접속하며, 우주나 세계라고 하는 영역과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밀도 있게 설명하고 있다. 쿠마 켄고 역시 이러한 관계성에 충실한 설계를 하고 있다. 고객의 의뢰에 따라 쌀 창고를 돌 미술관으로 재건축하는 프로젝트에서, 아시노 마을 뒷산에서 얻을 수 있는 아시노석을 이용해 벽돌이나 돌을 쌓아 올리는 조적조 방식을 이용해서 풍부하고 부드러운 질감을 얻는다. 20세기 건축에서 흔히 보이는 강렬한 대비가 아닌 점진적인 그라데이션을 통하여 건축물을 주변 환경과 완만하게 연결하기도 한다. 쵸쿠라 광장 프로젝트에서는 오타니석과 철판을 조합시켜 마치 직물을 짜듯이 만들어나가는 아이디어를 사용해 견고함과 동시에 소재의 장점을 살렸다. 

우키요에 화가 안도 히로시게의 미술관 설계에서는 일본의 삼목을 불연성으로 가공해서 활용하고 마치 신사의 토리이와 같은 이미지로 안과 밖을 연결하는 느낌을 주었다. 이런것이 바로 라이트가 말한 공간의 연속성이 아닐까. 흥미로운 것은 와시(일본 전통 종이)로 만든 벽인데 파손을 우려하는 의견이 많아 뒤쪽에 강도가 센 인공 종이를 덧대었고 그 뒤로 파손 없이 건재하다고 한다. 그러한 자연 소재는 결함을 가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결함을 인정하고 결함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외에 대나무를 가공해 만든 중국의 그레이트 윌 코민, 안요지의 흙벽돌 담, 보통의 전망대와 달리 산 안쪽으로 파고 들어간 기로잔의 전망대, 다카야나기의 와시로 만든 벽 등 다양한 설계와 결과물을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참 인상적이었던 것이, 저자가 설계를 하면서 의뢰인이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최대한 예산이나 기한 등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자연 소재가 갖는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해결 방법을 모색한 점이다. 예술가들은 대부분 자기 주장이 강해서 타협할 줄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 모습은 꽤 따뜻하게 비춰졌다. 또한 20세기의 모더니즘을 추구하는 건축물들이 사실은 획일적이고 주변 풍경과 동떨어져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참 차가운 느낌이 드는데 쿠마 켄고의 건축물들은 굉장히 주변과 잘 어울리면서 재료 특유의 아름다움을 살릴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여담이지만 책의 디자인도 저자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어판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한국어 번역본의 겉 커버는 잔무늬가 새겨졌고 촉감이 꽤 부들부들한 하얀 종이로 되어 있고, 그 커버를 벗겨보면 나무결 무늬의 책이 나온다. 역시 쿠마 켄고답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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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시간에 잠기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피렌체, 시간에 잠기다 - 한 인문주의자의 피렌체 역사.문화 기행 깊은 여행 시리즈 2
고형욱 지음 / 사월의책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피렌체, 수많은 예술가들이 활동한 르네상스의 중심지로서 꽃의 도시라는 뜻의 이름을 갖고 있지만 내게는 아직 머나먼 곳으로 느껴진다. 하긴 너무 유명한 곳이라 유럽여행 패키지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듯 하다. 하지만 그러한 단체 관광으로는 피렌체의 참맛을 느낄 수 없다고, <피렌체, 시간에 잠기다>의 저자는 말한다. 관광객이 적은 겨울쯤에 피렌체를 방문하여, 우피치 미술관에서 그 유명한 비너스와 처음으로, 그것도 혼자서 대면했던 강렬한 경험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고 있다. 

이 책의 전반부는 우피치 미술관과 그 안의 작품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봄을 묘사한 <프리마베라>, 그리고 그 유명한 다빈치의 <수태고지> 등 유명한 작품들과 그 그림에 얽힌 이야기와 해석을 읽는 것이 꽤 즐거웠다. 꽤 흥미로웠던 것은 퇴폐주의의 시조로 불리는 카라바조의 작품 <바쿠스>였는데, 몽환적인 눈빛을 하고 있는 젊은 청년의 모습으로 주신(酒神)을 표현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너무 유명한 것들이라 미술에 대해 특별히 배경지식이 많지 않아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점이 좋고, 깊고 진지한 저자의 이야기는 마치 실제로 그 곳에 있는듯한 느낌을 주었다.

후반부에서는 피렌체의 거리를 다니면서 건물과 풍경, 여러가지 볼거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피렌체의 문화유산이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피렌체의 거리 자체가 문화유산인 것이다. 어딜 가나 거장의 작품들이 있고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집에서 살고 있는 피렌체 시민들이 갑자기 부러워졌다. 600년 전의 모습이나 지금의 모습이나 거의 변화가 없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진정한 여행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쉽게도 대부분의 단체 여행은 일정에 쫓겨 서둘러 많은 곳을 둘러보고 떠들썩하게 몰려다니며 사진을 찍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혼자서 가면, 이 책에서처럼 그 도시에 녹아들어 진정한 맛을 느끼고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 한 곳에 오래 머물러도 되고 별로 유명하지 않은 곳에 가도 된다. 언젠가 꼭 유럽을 혼자서 여행해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단 하나 아쉬웠던 것은, 컬러 도판들이 앞쪽에 모여 있어서 매번 찾아보기가 번거로웠던 점이다. 차라리 책 전체를 컬러로 해서 중간중간 삽입된 흑백 도판들도 모두 컬러로 나오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그러면 단가가 더 올라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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