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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수학 범죄 수학 시리즈 1
리스 하스아우트 지음, 오혜정 옮김, 남호영 감수 / Gbrain(지브레인)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말하자면, 순수 문과계 인간인 나는 수학을 증오한다.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수학이 나의 발목을 잡거나 나를 아주 갖고 논 적이 몇 번이었던가. 수학으로 인해 당한 괴로움은 이루 말할수 없다. 그런 내가 이 나이를 먹고 수학 책을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천재 고등학생 리스 하스아우트의 <범죄 수학>은 추리물에 등장할 법한 사건들과 수학을 결합시킨 꽤 기묘한 책이다. 이 책에서 주인공 라비는 경찰에서 풀지 못한 사건이나 미심쩍은 사건들을 멋진 수식으로 해결한다. 마치 히가시노 게이고의 갈릴레오 시리즈에 등장하는 유카와 교수같다. 특유의 BGM이 흐르고, 수식을 칠판이나 유리창 등에 갈겨 쓰며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는 유카와의 모습에 나는 열광했다.

하지만 갈릴레오 시리즈가 수학적인 것보다는 실제 사건에 더 비중을 둔 반면, 이 책은 추리와 수학 중 어떤 쪽의 비중이 더 높으냐면 당연히 수학이다(나로서는 별로 달갑지 않지만). 각 사건의 뒤쪽에 설명된 수식들은 나를 좌절시켰다. 미적분, 수학적 귀납법, 순열조합, 교란순열, 블리히펠트의 보조정리(Blichfeldt's lemma), 민코프스키의 정리(Minkowski's Theorem), 팽창변환(dilatation) 등 절대 만만하지 않은 개념들이 등장한다. 고등학교 수학에서 다루고 있는 것들도 있지만 그것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의 내용들도 꽤 된다. 졸업한지 오래 되어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나는 분명히 수학2까지 배웠는데, 교란순열이니 팽창변환이니 블리히펠트의 정리 같은 것은 처음 본다. 이런 것들을 알아야만 탐정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나는 포기했을 것 같다. 

추리물과 수학을 결합시키려는 시도는 참 신선하고 좋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책이 쓰여진 의도처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좀 무리가 따르지 않나 싶다. 웬만큼 수학을 좋아하거나 잘하지 않고서는 저런 어려운 내용들을 즐겁게 읽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성인 대상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한 것이, 이공계 전공자가 보기에는 좀 싱거울 듯 하고 수학과 친하지 않은 사람이 보면 내가 그랬던 것처럼 좌절할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을 읽으며 간혹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감상은 역시 수학은 나를 괴롭게 한다는 것과 그 어떤 추리물이나 호러물보다도 내게 공포와 절망을 선사해 주었다는 느낌이다. 멘사 회원인 내게 말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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