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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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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노 에쓰코의 <20세의 원점>을 읽으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몇십 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봐도 세상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듯 하다. 그때 유럽에서는 68혁명이 일어났으며 일본에서는 전공투가 한창이었다. 당시의 학생들과 지식인들은 굉장히 깊은 사유와 성찰을 했고 자신의 사상이 확고했다. 그 당시에 불의에 항거하며 수업과 시험을 보이콧했던 학생들이 있었다면 지금의 학생들은 토익책과 공무원 수험서를 들고 도서관에 틀어박힌다. 하지만 누가 그들을 탓할 것인가. 팍팍하기 짝이 없는 현실은 사람들로 하여금 당장 먹고 사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하기 힘들게 한다. 오연호와 조국의 <진보집권플랜>을 읽으며, 68혁명을 주도한 지식인들의 모습이 떠오른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7개월 동안 나눈 심층 대담을 정리하여 펴낸 이 책은,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진보가 집권해야 하는 이유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날카로운 지적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조국 교수는 진보의 가치를 이렇게 말한다. "대중의 고통이 어디에 있고, 그 고통을 풀려먼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가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삼아야 하는지,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믿음직한 사람,조직,세력을 대중의 눈앞에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진보가 밥 먹여준다'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정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생각이다. 대중의 고통은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킬까 하는 궁리만 하는 보수 정치인들이 이 말을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실 조국 교수도 '강남 좌파'라는 비난을 종종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대 나오고 미국 유학을 하면 권력과 돈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지 그는 반문한다. 지식인으로서, 가진 자의 자유만 중시하는 천민자본주의와 같은 상황을 직시하면 진보의 편에 서지 않을 수 없다고 또한 그는 말한다. 아주 속이 시원하지 않을 수 없다. 브라보!   

또한 지나친 경쟁과 OECD국가중 가장 긴 노동시간, 청년실업, 대기업의 세습경영 등을 그는 비판한다. 고용의 유연성만 강조하고 안정성을 무시해서는 안되며 이는 OECE에서도 걱정할 정도다. 비정규직 차별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원칙을 어기는 것이고, 법철학적으로 보더라도 정의의 원칙에 반한다고 그는 말한다. 또한 김예슬 선언을 언급하며 교육의 문제점 역시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더 이상 학문의 요람이 아닌, 취업만을 위한 곳이 되어버린 대학과 주 목적인 외국어 공부보다 명문대 진학의 통로로 변질된 외고를 비판하며 어느 정도는 affirmative action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이는 마이클 샌델의 책에서도 등장했던 개념이다.) 예전에는 가난한 집의 자녀들도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서울 지역 대학에 강남 출신 학생의 비율이 높아졌고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지방 출신, 혹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은 이미 출발선부터가 같을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으로 인해 이미 자신의 위치가 고착되어 버리는 것은 신분제 사회와 다를 것이 없다.  

그리고 천안함, 연평도 사태로 인하여 들끓고 있는 남북문제와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검찰의 권력에 대해서도 그는 이야기한다. 통일 문제에 있어서도 민족주의적 측면을 넘어선 접근이 필요하고, 이는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있다. 민족의식이 희박한 편인 나로서는 역시 크게 공감한 부분이다. 또한 검찰을 개혁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필수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력형 부패,범죄를 단호하게 수사하기 위해서, 또 검찰이 독점하는 기소권을 분할하고 수사권은 경찰과 나눠 갖게 해서 검찰이 권력을 남용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참 흥미로운 부분은, 마지막 장에서 유시민, 정동영, 송영길, 노회찬 등의 진보 정치인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그들에 대한 일종의 평가를 제시한 점이다. 진보 정권이 대중의 열기를 제대로 담아내려면, 현재 난립해 있는 정당들의 '소통합'이 필요하다며 그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도 꽤 좋은 대안이라는 생각이다. 항상 선거 때마다 아쉬웠던 것이 진보 후보들의 표가 갈라져서 승산이 없었던 것인데 스위스에서 네 개의 정당이 연합해서 공동정부를 구성한 것처럼 진보 진영도 꼭 하나로 합치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인 것처럼 연대해서 힘을 키우고 다져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읽으면서 정말로 속이 시원한 부분이 많았다. 또한 진보를 무조건 찬양하는 것이 아닌, 지금까지 진보 진영이 왜 집권하지 못했으며 어떤 문제점들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 점 역시 바람직하게 여겨졌다. 내가 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보수와 달리 그들은 민중의 고통을 알고 덜어주려 노력하기 때문인데, 오연호 기자와 조국 교수의 대담을 읽으며 그러한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그들과 동시대를 살아온 386세대의 옆구리를 꾹 찌르고 불안한 미래에 시달리는 2,30대에게 손을 내미는 그들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과, 또한 나 자신부터 민중의 고통을 알고 항상 약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고 싶다는 생각을 새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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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 - 대한민국을 위해 최전방에 설 젊은이들에게
김현종 지음 / 홍성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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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는 항상 민감한 화두로 다뤄져 왔다. 2년 전,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것에도 FTA로 인한 미국산 소고기 문제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러면 FTA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으며 어떻게 추진되어 온 것일까.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책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는 한미 FTA와 세계통상의 흐름, 그리고 참여정부가 시행한 통상정책에 대해 마치 한편의 정치 드라마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 물론 어떤 책을 읽을 때나 그렇지만, 저자의 의견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설득을 당하고 당하지 않고는 어디까지나 읽는 자의 몫이다. 

사실 자유무역에 대해서 나는 약간 비판적인 입장에 있다. 장하준의 책 <사다리 걷어차기>와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처럼, 아직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개도국들에게는 자유무역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선진국들도 그들이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는 보호무역을 고수했고, 그로 인해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상태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개도국들에게 자유무역을 강제한다면, 그들의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결과가 된다. 또한 무역에서의 협상은,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쪽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한국은 항상 불리한 입장에 있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 역시 그렇다. 일본에서도 30개월 미만의 소만 수입하기로 했는데, 왜 다른 나라들도 모두 거부한 30개월 이상의 소를 한국에 강제적으로 떠넘기는 것인가? 위험하고 위험하지 않고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니 접어두고라도, 왜 원하지 않는 것까지 강제적으로 개방해야 하는 것인지 항상 의문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개성공단과 남북 FTA 제안에 대한 이야기는 참 신선하게 느껴졌다.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보다 인건비 절약이나 생산성 차원에서도 더 낫고 언어적인 문제도 없다고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북조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나, 그것이 이익이 된다면 해도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스크린쿼터를 다룬 부분에서는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아직은 국내 영화의 자본력으로 헐리우드 영화와 대적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일정한 상영일수를 정해 놓은 것이 스크린쿼터다. 플라이급 선수와 헤비급 선수가 싸우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저자는 그 스크린쿼터를 말 한마디로 축소시켜 버렸다. 또한 '국익에 배치된다면 안 해도 된다'라는 신념으로 그는 FTA를 추진했다고 하는데, 소수의 기득권층에게만 이득이 되고 대다수의 서민들에게는 결코 유리하지 못한 것이 과연 진정한 국익인 것일까. 명백히 불공정한 결과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 국익에 배치되는 세력이라는 조중동의 기사에 그저 쓴웃음만 나올 뿐이다. 

그럼에도 국제통상과 협상 과정 등의 결코 쉽지 않은 주제를 읽기 쉽게 쓴 점은 높이 사고 싶다. 하지만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아쉬웠던게 반대측의 주장이나 언론의 보도 상황 등, 다른 관점에서 본 내용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여담이지만 그는 미국에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로 활동했고 인생의 목표가 돈과 직업적 성취인 세계에서, 또 그렇게 살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세계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통상교섭본부장의 임기를 마친 후 삼성전자로 갔다. 타인의 결정에 대해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왠지 씁쓸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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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26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미 FTA에 관한 신간이 나왔었군요. 그런데 마지막 부분을 보면서
맥빠졌어요... ^^;; 저자가 반대측의 주장에 대한 논증을 펼쳤다면
더 좋은 책이 되었을텐데 말이죠.

교고쿠 2011-01-26 16:32   좋아요 0 | URL
에휴, 사실은 이 서평의 제목을 '그리고 그는 삼성전자로 갔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라고 하려고 했다가...아무래도 주제는 FTA니깐, 지금의 제목으로 해버렸습니다.
삼성반도체에서 백혈병으로 죽은 꽃다운 나이의 근로자들을 생각하면, 그저 가슴이 아플 뿐입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1-01-26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인데, 저자의 이력이 맘에 들지 않네요.
왜 저 출판사에서 꼭 저 책을 출간했는지도 의문이구요.

교고쿠 2011-01-27 01:39   좋아요 0 | URL
홍성사는 원래 개신교 관련 서적들을 주로 출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왜 거기서 그 책을 냈는지 생뚱맞다는 느낌이...
후우. 소수의 가진자들에게만 유리한 것이 어찌 국익을 위한 것인지...그에게 있어서 '국민'이란 그 사람들만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파고세운닥나무 2011-01-26 16:54   좋아요 0 | URL
기독교 서적을 출간하는 곳인데, 근래 변화를 꾀하고 있어요. 박홍규 교수의 책도 냈구요. 박홍규 교수의 책이야 소수자인 인디언을 다룬 내용이긴 한데, 김현종의 책은 엉뚱하다는 생각입니다.

교고쿠 2011-01-26 17:14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자 같아서...다국적 기업의 배만 불리고 제3세계와 약자들을 짓밟는 신자유주의적 관점의 책을 종교계열 출판사에서 왜 내는건지 이해가 안 됩니다.
저는 천주교 신자인데, 만약 바오로딸이나 분도출판사 같은 천주교 출판사에서 그런 책을 낸다면 성당 다니기 싫어질 것 같습니다.
 
삼나무 원목 친환경 공간박스(CA-100)
에이스독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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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리나 수납 같은걸 잘 하지 못한다. 거기다가 현재 쓰는 방 자체도 꽤 작아서, 책상과 침대를 놓고 나니 수많은 책들을 놓을 공간이 없어서 결국 다른 방에 서재를 두고 있다. 하지만 그 방 역시 별로 크지 않고, 온 가족이 옷 등의 물건을 수납하는 일종의 창고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책꽂이를 들여놓거나 책들을 꽂을 공간이 없다. 서가의 책 위쪽 빈 공간마다 책들을 끼워넣고도 공간이 부족해서, 이제는 박스에 담아서 침대 밑이나 어딘가의 공간에 넣어야 하나 하는 고민까지 하고 있다. 책이 채 천권도 되지 않는데도 그렇다. 그런데 '에이스독서대'라는, 주로 독서대 종류를 판매하는 업체에서 판매하는 '삼나무원목 친환경 공간박스'를 우연찮은 기회에 사용해보게 되었다. 사실 공간박스 하나로 나의 수많은 책들의 거처를 마련해줄 수는 없지만, 저런 류의 아이템을 사용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꽤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위쪽에 Country Ace라는 상표명이 적혀 있다. 삼나무 원목으로 제조한 것으로 완제품 형태로 배송되어서, 별다른 추가 작업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삼나무향이 진하게 나서 이 박스를 방에 들여놓은 처음 며칠간은 아주 좋은 향기가 났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진한 향기가 나지는 않는데 가까이 가면 약간의 삼나무향이 난다. 또한 나무의 결이나 옹이와 같은 무늬들이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리고 있다.  


 

사진을 영 예쁘게 못 찍어서 예시로 나와있는 사진을 퍼왔다. 사이즈는 38cm*40cm로 넉넉한 편이다. 그래서 보통 사이즈의 책들을 꽂으면 위쪽이 꽤 많이 남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굳이 책만을 넣는 용도는 아니고, 다른 것들을 정리해서 넣어도 좋다. 그 위쪽에 뭔가를 올려놓아도 된다. 나무 두께가 18mm라 꽤 튼튼한 편이다.   

 

책들을 넣고 사진을 찍어 보았다. 빽빽하게 꽂는 것보다 어느 정도 공간을 남기고 꽂는 편이 더 보기가 좋은듯 하다. 깊이도 꽤 깊어서 책들을 꽂고도 앞쪽에 꽤 공간이 남는다. 높이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양의 책이 들어가지는 않고, 빽빽하게 꽂더라도 20권이 채 안되게 들어가는 듯 하다. 하지만 공간박스의 결정적 강점은 자체 사이즈가 크지 않기 때문에 책상 밑이나 문 뒤쪽 등의, 죽은 공간(dead space)에 두기가 좋다는 것이다. 외관상으로도 참 깔끔하고 모양이 예쁘고, 같은 공간박스 몇 개를 세로로 쌓거나 4개를 2*2 형태로 배열해도 서재나 수납장의 용도로서 실용적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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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26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목 책장 좋은데요. 항상 볼 때마다 기분이 좋으실거 같아요.
마지막 사진들에 있는 책들을 보니, 요즘에 구할 수 없는 책들인거 같은데,
디드로의 <수녀>, 싸드의 <사랑의 죄악>에다가 일본 작가 소설들까지,,
은근히 잘 어울려요. 외람된 말이지만, 싸드의 <미덕의 불운>이라는 소설이
열린책들에서 번역되어 나왔어요. <사랑의 죄악>이랑 같은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혹시 시간이 되시면 읽어보시면 좋을거 같아서 소개해봅니다. ^^

교고쿠 2011-01-26 16:38   좋아요 0 | URL
이 원목 책장을 테스터...로 받았습니다. ^^운이 좋았지요.
사실은 저의 서가에, 절판된 책들만 모아놓은 코너가 있습니다. 구하기 힘든 책들...(20세기 일문학 시리즈는 볼 때마다 뿌듯하지요. 정말로 희귀해진 미야자와 겐지의 <봄과 아수라>라니!!)
사드의 <미덕의 불운(원제 Les infortunes de la vertu)>과 <사랑의 죄악(원제 Les crimes de l'amour)>는 같은 작품은 아닙니다. <미덕의 불운>은 확실치는 않지만 아주 오래 전에 나왔고 지금은 헌책 사이트 등에서 비싸게 팔리는, <신부님의 금지된 장난>이라는 번역본과 같은 책이 아닐지 추정됩니다. ^^
갑자기 <미덕의 불운>이 지르고 싶어집니다.

굿바이 2011-01-27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진정, 박스는 안보이고 책만 보입니다.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서>를 여기서 보다니요. 말로만 들었었는데 참으로....탐납니다 :)

교고쿠 2011-01-27 11:40   좋아요 0 | URL
사카구치 안고의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서>...이 역시 굉장히 레어한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20세기 일문학 시리즈 전권을 소장하고 있는데 아아, 이런 책을 왜 절판시켰는지! 흑.

karan 2011-08-25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제가 봄과 아수라를 정말 애타게 찾고 있었는데요. 어떻게 구할 방법이 없을까요? 구할수없다면 복사라도 하고싶은데...ㅠㅠㅠ

교고쿠 2011-08-25 01:20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 제게 매우 소중한 자료라 다른 분께 양도할 수는 없습니다..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 세상을 조종해온 세 가지 논리
앨버트 O. 허시먼 지음, 이근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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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 혹은 진보주의자와 반동(reaction : 어떤 움직임이 일어나려는 것을 막는 것)주의자의 싸움은 여러가지 형태로 지속되어 왔다. 18세기에 프랑스혁명이 성공하고, 19세기에 보통선거권이 도입되고(재산이나 성별에 따른 제한이 없어지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세기에 많은 복지국가들이 수립되기까지 이 모든 과정에서 끊임없이 반동의 논리가 반복되어 왔다. 이러한 보수주의자들은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인류의 진보를 언제나 방해하고 좌절시켜 왔고, 그 결과 대다수의 사람들을 억압하고 불행하게 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소통을 그 어떤 가치보다 우위에 두지만, 진보와 보수 사이의 소통은 여전히 요원하다. 서로 전혀 말이 통하지 않고, 마치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듯 하다. 앨버트 O.허시먼은 이 책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원제 The Rhetoric of Reaction)>에서 이러한 반동주의자들의 수사학이 지닌 정형화된 패턴을 밝혀내고 그 실체를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보수주의자들의 세 가지 논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첫번째로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것이다'라는, 역효과 명제가 있다. 프랑스 혁명이 오히려 유럽의 상당 부분을 야만과 노예 상태로 되돌렸다는 프리드리히 실러의 주장이나, 보통선거권을 반대하며 군중은 생각하는데에 전혀 소질이 없고 행동에만 몰두한다는 귀스타브 르봉의 주장이 이에 해당한다. 좀더 가까운 예를 들면, 복지를 확충하면 오히려 가난한 사람이 늘어나고 국가재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보수 정치인들의 주장이 있다. 그들이 꽤 자주 사용하는 논리다. 두번째로는 '그래 봐야 기존의 체제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라는, 무용 명제가 있다. 토크빌은 <앙시앵 레짐과 프랑스 혁명>이라는 책에서, 프랑스혁명은 구체제와 단절된 것도 아니고 도대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그의 분석을 받아들이면 프랑스혁명의 거대한 투쟁과 격변은 그 의미를 잃게 된다. '20:80의 법칙'의 파레토 역시 보통선거권이 주어진 뒤에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주장을 한다. 여담이지만 그는 사회주의를 혐오하는, 골수 보수주의자였다. 가까운 예로, "투표를 하나 안하나 마찬가지다, 어차피 누구를 뽑으나 결과는 다 똑같다"는 말 역시 역효과 명제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명제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노예가 되는지, 그저 통탄할 노릇이다. 또한 부도덕한 기업의 상품을 불매해봤자 어차피 쓸 사람들은 다 쓰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는 말 역시 역효과 명제로 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세번째로는 '그렇게 하면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무너질 것이다'라는, 위험 명제가 있다. 어쩌면 가장 잘 먹힐지도 모르는 논리다. 민주주의는 자유를 위험한다, 혹은 복지국가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등의 주장이 실제로 제기되었고, 이는 일종의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영국에서는 1832년과 1867년 투표권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대개혁법안이 통과되자, 로버트 로는 연설에서 이 법안은 영국의 행복과 번영을 파괴할 것이라고 외쳤다. 독일에서는 하이에크가 <노예의 길>이라는 책을 통해, 정부가 특정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독점적 권한을 가지게 될 때 자유가 치명적으로 위협받는다고 주장하며 사회보장에 대해 비난했다. 가까운 예로,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무너지면 국가 경제도 같이 무너진다는 주장이나 무상급식을 추진하면 나라 망한다고 주장하는 보수 정치인들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보수의 레토릭을 비판하면서 진보의 레토릭 역시 비판하고 있다. 결국 이들의 레토릭은 비타협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양비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닌, 극단적이고 비타협적인 자세에서 벗어난 좀 더 민주주의 친화적인 논의를 그는 제시하고 있다. 치열하게 싸워온 적대 집단들 사이의 균형에서 다원적 민주주의가 성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항상 피터지게 싸우던 사람들이 하룻밤 사이에 그런 건설적인 토론을 주고받는 모드가 될 리가 없다는 점이 참 아쉽다. 이 책을 읽으며, 서문에 언급되었던 어떤 소설의 인용 부분처럼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 있지?" 라는 말을 수없이 한 것 같다. (마치 조지 레이코프의 <도덕, 정치를 말하다>를 읽었을 때의 반응과 같다). 보수주의자들의 행태에 극심한 분노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나 역시 보수주의자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집단이든 진보와 보수가 모두 있어야 건강한 집단이라 말할 수 있다. 이는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수성향의 집단 안에도 극보수(혹은 극우)인 구성원과 약간 진보에 가까운 구성원이 공존하고 있고, 진보성향의 집단 안에도 극좌파인 구성원과 약간 보수에 가까운 구성원이 있다. 이처럼 진보와 보수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서로 물고 뜯을 궁리만 할게 아니라, 건전한 보수 혹은 진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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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26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읽으려고 하는데,, 구입할까 고민중이에요, 조국의 책도 가지고 있는데
이욍에 보수에 관한 책 한 권 살까 생각중입니다 ^^

교고쿠 2011-01-26 16:39   좋아요 0 | URL
이 책도 괜찮고, 조지 레이코프의 <도덕, 정치를 말하다> 역시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를 중립적인 관점에서 비교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레이코프의 책은 주로 미국의 진보와 보수를 다루고 있습니다.
 
Home Cafe : 한.중.일 가정식 집에서 만나는 라퀴진의 카페 요리 2
라퀴진 지음 / 나무수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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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요리를 거의 할 줄 모른다. 맛있는 음식을 참 좋아하기는 하지만, 손재주도 워낙 없고 내가 하면 멀쩡한 것도 다 태우거나 망쳐서 혼자 식사를 해결할 때는 배달 음식을 시켜 먹거나 인스턴트 등으로 때우곤 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맛있는 요리를 대접할 정도는 되지 못해도, 적어도 자신의 식사 정도는 스스로 만들어 먹을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앞으로 간단한 요리에라도 도전해 보고 싶다. 그러던 중 라퀴진의 <Home Cafe vol.2 : 한중일 가정식>을 우연히 보게 되고 카페 요리라는 컨셉이 참 마음에 들고, 좋아하는 일본 요리에 대해서도 나와있길래 읽어보게 되었다. 라퀴진은 요리, 부엌 등의 의미를 갖고 있는 프랑스어 단어 la cuisine에서 온 이름으로, 취미 클래스와 카페 비즈니스 과정 등의 아카데미를 갖고 있는 식문화 기반의 브랜드라고 한다. 요즘에는 카페 하면 주로 커피를 마시는 공간으로 인식되지만, 외국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커피도 팔지만 간단한 요리 종류도 파는 카페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한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맛볼 수 있는 요리라니, 굉장히 끌린다.  

책을 한 페이지씩 읽어나가면서, 너무 예쁘고 맛있어보이는 요리 사진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식과 일본음식, 중국음식에서 컨셉을 따온, 깔끔하고 세련된 한 그릇 요리에(개인적으로 한 상 가득 차리는 것보다 이 쪽이 더 수고도 절약되고 먹는 입장에서도 간단해서 좋다고 본다)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비프 육수, 치킨 육수, 다싯물, 맛간장 등 미리 준비해놓으면 편한 것들은 앞에 따로 나와 있고, 두반장이나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 같은 중국, 일본 음식 재료를 파는 곳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하긴 요즘에는 마트에 가도 수입식품 코너가 따로 있으니, 마트에 가면 한번 유심히 봐야겠다. 

본문은 크게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해산물, 생선, 채소 등의 주재료별로 섹션이 나눠져 있다. 뒤쪽에 디저트와 음료 등도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다. 일본 소설, 드라마 등에서 종종 보았던 '하야시 라이스', 쇠고기 쌀국수 볶음면(베트남 쌀국수를 좋아해서, 꼭 해먹어보고 싶다), 불고기 크림소스 파스타, 샤브샤브 샐러드, 누들 오코노미야키, 돼지고기 튀김 샐러드, 베이컨 덮밥, 꽃빵을 곁들인 챠슈, 치킨 가라아게 랩(마치 터키의 케밥을 연상하게 한다), 데리야키 소스 닭고기 완자, 닭고기 생라면 무침, 땅콩소스 스프링 롤(베트남 쌀국수집에서 본 그 롤이다!), 게살 크로켓, 바지락 현미 스프, 흑미 날치알 주먹밥, 미소(일본된장)소스 연어구이, 가다랑어포 소보로 주먹밥, 참치 타다키 샐러드 피자, 장어 달걀 롤, 현미밥 팬케이크, 모둠 야채무침 밀전병, 야채 튀김을 올린 냉우동, 우롱차 우유 젤리, 호두 찹쌀 케이크 등 정말로 다양하고 맛있어 보이는 요리들이 친절한 레시피와 함께 나와 있다.  

등장한 요리들에서 알 수 있듯이 정통 한식이나 일식, 중식은 아니고 퓨전적인 느낌이 강해서, 퓨전요리를 좋아하는 내 취향에 잘 맞는 느낌이다.  그리고 요리에 따라서 난이도가 약간 어려워보이는 것도 있고, 별로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을듯한 것도 있다. 재료 역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있는가 하면 수입식품코너를 뒤져야 하는 요리도 있다. 그러니까 요리를 거의 못하는 나는 가장 쉬워보이는 것부터 도전해볼까 한다. 그리고 꽤 도움이 될 것 같은 부분이, 각 섹션마다 재료의 특성, 손질 방법, 보관법 등을 친절하게 사진과 함께 알려주고 있는 부분이다. 어느 정도 요리를 잘 하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나같은 사람을 배려하는듯 하여 꽤 고마운 느낌이 든다. 이제는 간단한 요리라도 하나씩 만들어 보며,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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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1-01-18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유용한 책일 것 같아요. 이런 책이라도 사서 언능 밥상을 풍요롭게 해야지, 날도 추운데...춥고 배고프고 ㅜㅜ

교고쿠 2011-01-18 19:41   좋아요 0 | URL
때로는 이런 요리나 홍차, 커피에 대한 책이 굉장히 끌립니다. ^^ 카노 토모요의 <일본식 커피 수업>을 구입했는데 아직 못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