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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 - 대한민국을 위해 최전방에 설 젊은이들에게
김현종 지음 / 홍성사 / 2010년 12월
평점 :
한미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는 항상 민감한 화두로 다뤄져 왔다. 2년 전,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것에도 FTA로 인한 미국산 소고기 문제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러면 FTA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으며 어떻게 추진되어 온 것일까.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책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는 한미 FTA와 세계통상의 흐름, 그리고 참여정부가 시행한 통상정책에 대해 마치 한편의 정치 드라마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 물론 어떤 책을 읽을 때나 그렇지만, 저자의 의견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설득을 당하고 당하지 않고는 어디까지나 읽는 자의 몫이다.
사실 자유무역에 대해서 나는 약간 비판적인 입장에 있다. 장하준의 책 <사다리 걷어차기>와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처럼, 아직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개도국들에게는 자유무역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선진국들도 그들이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는 보호무역을 고수했고, 그로 인해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상태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개도국들에게 자유무역을 강제한다면, 그들의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결과가 된다. 또한 무역에서의 협상은,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쪽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한국은 항상 불리한 입장에 있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 역시 그렇다. 일본에서도 30개월 미만의 소만 수입하기로 했는데, 왜 다른 나라들도 모두 거부한 30개월 이상의 소를 한국에 강제적으로 떠넘기는 것인가? 위험하고 위험하지 않고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니 접어두고라도, 왜 원하지 않는 것까지 강제적으로 개방해야 하는 것인지 항상 의문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개성공단과 남북 FTA 제안에 대한 이야기는 참 신선하게 느껴졌다.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보다 인건비 절약이나 생산성 차원에서도 더 낫고 언어적인 문제도 없다고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북조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나, 그것이 이익이 된다면 해도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스크린쿼터를 다룬 부분에서는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아직은 국내 영화의 자본력으로 헐리우드 영화와 대적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일정한 상영일수를 정해 놓은 것이 스크린쿼터다. 플라이급 선수와 헤비급 선수가 싸우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저자는 그 스크린쿼터를 말 한마디로 축소시켜 버렸다. 또한 '국익에 배치된다면 안 해도 된다'라는 신념으로 그는 FTA를 추진했다고 하는데, 소수의 기득권층에게만 이득이 되고 대다수의 서민들에게는 결코 유리하지 못한 것이 과연 진정한 국익인 것일까. 명백히 불공정한 결과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 국익에 배치되는 세력이라는 조중동의 기사에 그저 쓴웃음만 나올 뿐이다.
그럼에도 국제통상과 협상 과정 등의 결코 쉽지 않은 주제를 읽기 쉽게 쓴 점은 높이 사고 싶다. 하지만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아쉬웠던게 반대측의 주장이나 언론의 보도 상황 등, 다른 관점에서 본 내용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여담이지만 그는 미국에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로 활동했고 인생의 목표가 돈과 직업적 성취인 세계에서, 또 그렇게 살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세계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통상교섭본부장의 임기를 마친 후 삼성전자로 갔다. 타인의 결정에 대해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왠지 씁쓸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