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순수하게 명리사전(命理 辭典)의 리뷰를 쓸 생각이었으나 잡설이 길어져 페이퍼로 전환하게 되었다. 리뷰가 어느 순간 페이퍼로 돌변하게 된 점이 아쉽다. 그런데 알라딘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이렇게 머리가 복잡해지는가? 무슨 유행가 가사 같은 얘기지만 사실이 그렇다. 알라딘은 이름을 참 잘 지었다. 알라딘을 할라치면 머리 속에 온갖 잡것들이 죄다 떠오른다. 까맣게 잊고 있던 것들도 다시 생각이 난다. 내게는 없던 것이 새로 생겨나는 기분이다. 까맣던 것을 하얗게 소환해내는 이 것은 알라딘의 '지니Genie'가 아니고 누구란 말인가. 이 잡것들을 주체하지 못한 결과 리뷰를 쓰려다가 늘 페이퍼로 끝이 나는 것이다. 흔하지 않은 일이지만 어쩌다가 리뷰를 성공할 때는 정말로 절제의 절제를 해낸 결과이다.
그래서 나는 좋은 글을 제대로 써내지 못하는가 싶다. 단호하게 절단해내지 못하는 우유 부단함을 스스로에게 여실이 보여주는 것은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니다. 아, 이쯤에서 시인 茶兄의 말씀이 떠오른다. 친애하고 경애하는 다형 김현승께서는 '가을의 기도' 와 '절대고독'으로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시인이다. 그의 죽음도 극적이었는데, 건강의 이유로 다들 말리는 강의 일정에 기어코 나섰다가는 강의실에서 쓰러져 세상을 등진 학자 중의 학자였다.
나는 茶兄의 삶과 그의 詩를 사랑했다. 예나 지금이나 그의 '절대고독'을 줄줄 외는 것은 괜한 일이 아니다. 그런 나의 사랑 김현승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시어를 잘라내는 것은 마치 나의 살을 도려내는 것과 다름이 없다" 라고. 시어를 잘라내야하는 시인의 처절한 고통을 다형은 그렇게 비유했던 것이다. 그러나 詩를 위해서 잘라낼 것은 눈 꼭 감고 잘라내야 詩가 바른 생명을 갖는 다는 말씀인 것이다. 이토록 귀한 말씀을 잘 알고있으면서도 나는 그런 결단을 해내지 못한다.
삼국지를 읽은 분들이나 읽지 않은 분들이나 모두가 잘 알고있는 내용 중 하나가 독화살이 박힌 팔의 상처를 화타에게 수술 받던 미염공 관운장의 모습이다. 독이 퍼져 검게 변해버린 뼈를 깍아내도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는 그 전설 말이다. 영웅은 그렇다. 그러나 나는 영웅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이던가... 하.... Genie 에게 부탁할 지니, 내게도 단호함의 까만 결단을 하얗게 내려 주세요, 알라딘의 Genie님~!!
어째거나 각설하고,
'철학 사전' 또는 '경제학 사전' 이라는 용어는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고 책도 널리 알려져있어 친숙한 편이다. 철학 용어와 일반 용어는 그 차이가 매우커서 철학을 접하며 일반 용어로 받아들이면 문제가 발생한다. 경제학 용어는 함의 내용이 보따리로 한가득 인지라 반드시 용어의 이해가 필요하다. 하여 철학과 경제학은 분명히 그 용어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철학과 경제학에 '사전' 이라는 용어가 뒤 따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유다.
그러나 '명리사전命理辭典'이라는 말은 언뜻 쉽게 다가오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리사전'이라는 타이틀을 들고 나온 분이 바로 박재완 선생이다. 그렇다면 명리에 사전이라는 용어는 과연 어울리는가?
책을 펼치면 바로 이해가 간다. 무려 812쪽에 이르는 이 책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 명쾌한 설명을 특징으로 한다. 십간요해(十干要解)를 41쪽에서 시작하여 729쪽까지 사전형식으로 설명했고 나머지 80여 쪽은 명리 용어를 추가하여 사전 형식에 맞추었다. 박재완 선생께서는 추명을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할 내용을 완벽한 사전의 형식을 빌어 세상에 내놓았던 것이다. 이런 노력이 술법의 수준에 머물러 있던 명리를 학문의 경지로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게 한다.

[[[ 중고로 구입한 책으로 2000년 인쇄이다. 해당 도서의 정보를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어 직접 측정해보니, 사이즈는 170 x 250, 중량은 1.7kg 이다. 들고 읽으면 곧 팔이 저려오므로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읽어야 한다. 때로는 누워 뒹굴거리며 읽는 즐거움이 있는데 '명리사전'은 그럴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이쯤되면 손맛 두둑한 것이 낚시꾼이 대어를 낚아 올리는 그 순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 (삼천포지만 사적으로는 낚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물고기가 낚시꾼에게 걸려버린 순간, 그 물고기의 고통, 좌절, 절망, 그리고 죽음....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물고기도 감각이 있으며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는 생명체가 아니던가...) ]]]
초장 십간희기론(十干喜忌論)의 간결 명쾌함은 감동적이다. 마치 궁통보감을 집약해 놓은듯 하다. 이는 추명의 필수 요소일 것이다. 그리고 바로 십간요해(十干要解)로 들어간다. 십간요해는 甲日을 寅月로 시작하여 卯 辰... 丑月까지, 그리고 甲子時를 시작으로 乙丑 丙寅...乙亥時까지의 핵심을 동시에 설명했다. 즉, 일간을 12月 支과 12時 干支를 대입한 상세 설명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알고자하는 항목을 쉽게 찾아 참고할 수 있도록 사전 형식으로 배열하였으니 과연 그 발상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일 예로써 친애하고 경애하는 중추(仲秋)의 경금(庚金)을 미시(未時)에 대입하여 찾아봤다. 불과 십여초 만에 509쪽 계미시(癸未時)를 찾아낼 수 있었다. 박재완선생께서 509쪽에서 설명하기를, "경금(庚金)이 유월왕지(酉月旺地)요 미시(未時)가 정인(正印)으로 생조(生助)하니 일원(日元)이 태왕(太旺)하다. 미중(未中)에 을정재관(乙丁財官)이 암장(暗藏)인데 계수(癸水)가 乙木을 도우며 乙木이 丁火를 生하니 다시 木火가 나타나야 부귀(富貴)며 인비(印比)가 다시 있음은 不吉하며 특히 金은 꺼린다. 座下 申子辰이면 用神이 약하므로....." 라고 했다.
구성과 내용을 살피면 과연 명리사전이라 하겠다. 이는 명리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도 결코 찾아 볼 수 없는 내용과 형식의 저술이다. 명리학이 수천년을 이어왔지만 그 누구도 하지 못했다. 이러한 대업을 이루어낸 박재완선생께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토록 귀한 자료를 명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내야 하리라 생각하는 바이다.
더불어 늘 강조하는 말이지만 공자는 중용 (中庸)에서 색은(索隱)을 늘 경계하라고 일렀다. 사적인 견해이지만 색은이 색은(索隱)이 되는 것은 행괴(行怪)가 뒤따르는 순간이다. 행괴가 없는 색은은 단지 호기심에 불과할테니 말이다. 행괴(行怪)란 명리를 모르는 사람을 겁박하거나 거친 말로서 상대를 불안하게 하는 짓이 아니겠는가. 이는 명리 술사들에게 분명 색은 행괴의 과보가 될것이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붓다와 매우 친근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 주문이 어떤 주문인지 잘 모를 것이다. '붓다와 매우 친근하다'는 뜻은 '불교의 경전을 직접 읽어보았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가 불교 경전, 천수경(千手經) 안에 들어있는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 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리가 없기 때문이다.
정구업진언은 불교의 경전인 千手經(천수경)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이 입으로 지은 업보를 깨끗하게 하는 마음으로 다짐하는 진언이다. 천수경을 읽기 전에도, 읽고 나서도 자신의 말로써 업을 쌓지 않겠다는 다짐인 것이다. 하여 천수경은 정구업진언인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를 3번 낭독하며 천수경을 시작한다.
불경에서 말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지은 죄를 씻어낼 길은 결단코 없다. 그리하여 정구업진언을 외우며 입으로 죄를 짖지 않겠노라 진언하는 것이다.
입으로 죄를 짖는 구업(口業)은 술사들이 가장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죄업이다. 술사들이 입으로 쌓는 업이 바로 공자가 경계한 행괴(行怪)인 것이다. 명리가 행괴로 이어지는 순간, 명리는 한낱 색은에 불과한 보잘것 없은 술업(術業)으로 전락할 것이다.
점(占)과 복(卜)등에 술(術)이라는 용어가 뒤따르는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선조들은 占 혹은 卜 을 하찮고 천한 직업으로 생각했다. 이는 부당한 처사다. 생업에는 귀천이 따로 없으니 말이다.
둘째, 술사(術士)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업을 하찮고 천한 업으로 만들었다. 이는 변명이 필요없는 당연한 결과이다. 죄업을 쌓으며 자신들의 생업을 스스로 천하고 하찮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업의 귀천을 가르는 것은 업 자체가 아니다. 업의 귀천은 그 업에 종사하는 자들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같은 고위 공직이라도 귀한 업자와 천한 업자가 있다는 것을 전국민이 모두 목도했다. 얼마 전 천한 업者가 계엄을 일으킨 결과 종신형이냐 사형이냐를 앞두고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貴한 자리에 있던 이 者는 천한 업자였던 것인데 스스로 자처했던 결과가 아니겠는가? 귀천은 이렇게 같은 곳에서 갈라지는 것이지 원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남들이 자신의 업을 하찮고 천하게 본다하고 자신의 업을 스스로 깍아내려서야 될일이던가. 그동안 명리를 한다는 술사들이 내담자들을 겁박하고 거친 말로 상대해왔다. 결코 존중받을 수 없는 업을 스스로 지은 것이다. 그 결과 여전히 명리는 術業에서 한치도 나아가지 못했다.이는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다. 학문으로 격을 높일 수 있으나 마다해온 것은 그 누구가 아닌 술사들이니 말이다.

[[[ 지장보살 본원경의 사경 중에 만난, 무시무시한 겁박 내용이다. ]]]
지장경은 죄를 지으면 무간지옥에 떨어져 수 억 겁, 다시 보니 수 만 억 겁이 지나도록 그 지옥에서 헤어나지 못한다고 겁박하고 있다. 정말 무서운 겁박이다. 나는 불경의 겁박이 무서워 죄짓지 말아야지 하며 벌벌떨면서도 이런 겁박은 좋은 겁박이라 생각한다. (법전에도 죄지으면 벌 받는 다고 써있으나 사람 겁박하네! 하고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불경이 하는 겁박 외의 대부분 겁박들은 좋은 것이 별로 없다.
색은 행괴는 행괴가 있을때 성립하는 말이니 행괴를 늘 조심할 것을 경계하시라고 당부드리며 글을 끝낸다.
아, 명리사전을 내놓으신 박재완선생께 다시 한번 깊은 경의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