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명의 위대한 과학자를 놓고 어떤 얘기를 풀어나가는지 흥미로워서 읽어볼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잘 알려진 이 두 명의 과학자를 모아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저자 서문'에서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결코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을 비교하거나 그들을 비하 혹은 추앙하려는 것이 아니며 그들의 행위를 판단하기 위한 것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단지 그들의 삶을 통해 개인으로서 그들과 그들이 속한 환경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개인적, 사회적 수준에서 볼 때 도대체 위대함이란 무엇인지 묻는 책이다. (11 페이지)


서문을 읽으며 이해 안되는 부분이 두 군데 나왔다. 원문을 찾아보니 오역이라고 볼 수 있겠다.


- "다소 억지스럽지만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물질의 중력 작용에서 불확실성이 동질하다는 사실과, 수성의 근일점이 100년에 43아크세컨드arcsecond만큼 이동한다는 사실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난제를 만났다." (9 페이지, 밑줄 추가)


원문: Put somewhat factitiously, Einstein's theory of general relativity accounted for two refractory pieces of data: the equality of the inertial and gravitational mass of an object and the advance of the perihelion of Mercury of 43 arcseconds per century. (p. xii)


equality of the inertial and gravitational mass: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의 동일성


의역을 하면 이렇게 되겠다: 간단히 말해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다음과 같은 두 개의 다루기 힘든 현상을 설명했다. 하나는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의 동일성이고 다른 하나는 100년에 43초 이동하는 수성의 근일점이다.


- 소련 시절 핵물리학자인 레프 란다우Lev Landau는 1930-40년대에 다른 길이 없어 응축과 핵물리학 분야에 기여하게 되었지만, 만약 다른 곳에서 태어났다면 이 사람이 어떤 것을 이루어 냈을지 누가 알겠는가. (10 페이지, 밑줄 추가)


원문: Lev Landau did what he did because the only channels open to him in the Soviet Union during the 1930s and 1940s were condensed matter and nuclear physics. If born elsewhere, who knows what he might have accomplished. (pp. xii-xiii)


condensed matter: 응집물질, condensed matter physics: 응집물질물리학


그냥 "응축"이라니. 'condensation'인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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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이희재는 우리가 오늘날 사는 세상을 올바로 '번역'하기 위한 전복적 '틀(frame)' 또는 '시각'을 이 책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조악하게 요약하자면, 세계는 영미 금권주의자들(그의 표현에 따르면 "금벌")이 장악하고 있으며 그들의 이익을 위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새겨볼 내용이 많은데, 특히 이들이 어떤 식으로 언어를 장악하고 상업 언론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관점을 세상에 퍼뜨리고 있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베네주엘라에 대한 이야기를 예로 들어본다. 우리가 많이 들어 알고 있는 베네주엘라에 대한 내용은 이렇다. 석유라는 황금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영합주의'(소위 '포퓰리즘') 정책을 펴 국민들에게 돈을 마구 퍼준 결과, 경제는 망가지고 오히려 민생은 나빠졌다. 하지만 내막은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음은 책에서 가져온 내용이다.


   베네주엘라는 방대한 영토와 풍부한 자원을 가진 나라지만 소수 상류층이 부를 독점하면서 철저히 자기들 위주로 나라를 이끌어갔습니다. 석유를 팔아서 번 돈은 외국인과 소수 부호가 독식했습니다. 대지주들이 독점한 농지는 비효율적으로 방치되었습니다. 식량 자급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나마 생산된 농산물도 가공하기보다는 외국으로 수출하는 것이 더 남는 장사라는 판단이 들면 그렇게 했습니다. 그냥 외국에서 싼값에 식량과 식품을 수입하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자국 산업을 일으키고 자국민을 위한다는 발상은 없었습니다. 비백인 원주민과 혼혈은 이등국민 취급을 받았습니다.... ... 일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절대 다수의 서민은 카라카스 같은 대도시에서 빈민으로 목숨을 겨우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차베스가 집권하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석유를 팔아 번 돈을 백인 상류층이 독식했지만 차베스는 사회에 투자했습니다. 차베스는 수천 개의 병원을 지었고 의사를 열두 배나 늘렸습니다.... 학교도 많이 지어 문맹률을 뚝 떨어뜨렸습니다. 국민 영양 상태도 좋아졌습니다.... 빈곤율은 1999년 70%였던 것이 20%로 급감했습니다.

   ...

   국민을 위해 많은 돈을 쓰면서도 차베스 정권은 나라빚도 크게 줄였습니다. 2003년 국민총생산의 47.5%였던 나라빚이 2008년에는 13.8%로 격감했습니다. 그 뒤 세계 경제불황으로 공공지출을 더 늘리면서 나라빚이 조금 더 늘어났지만 20%를 넘지 않았습니다. 베네수엘라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영국과 미국의 나라빚은 국민총생산의 100%가 넘습니다....

   ...

   차베스의 사회주의와 영미 금융 사회주의의 차이점은 차베스는 다수 국민이 생존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고 하지만 영미 사회주의는 소수 금융자본이 대를 이어 금권을 세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차베스의 사회주의가 성공하면 영미 금융 사회주의의 존립이 위태로워집니다. 금권자본가들만을 섬기지 않고 다수 국민을 섬기는 사회가 나타나면 더 이상 다수 국민을 쥐어짤 명분이 없어지니까요. 영미 금융 사회주의의 눈치를 살피는 데에는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와 진보지 <가디언>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뜬금없이 부패한 전직 베네수엘라 장관의 칼럼을 실으면서 위험한 차베스 사회주의를 까고 헐뜯었지요. (45~5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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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번역에 대한 글을 많이 올린 듯싶다. 사실 이런 글들은 번역된 책을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일들로부터 보통 시작된다. 이런 경우 대개 원문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책을 도서관에서 찾을 때도 있고, 인터넷 검색을 할 때도 있으며, 내가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은 사기도 한다. 원문(영어)으로 된 문장을 보면 속이 시원하다. 이해 안 되는 것이 번역문의 문제인지, 내 지식의 한계 때문인지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얘기해 보면 십중팔구는 번역문의 문제였다. 사실 우리나라는 누구에게 잘못됐다는 지적을 하기가 어려운 사회 중 하나이다.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면서 딱 떨어지게 ‘틀렸다’라는 얘기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너무 술에 물탄 듯 하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잘못된 것을 지적해서 당장 고치거나, 또는 다음번에 반영해서 더 낫게 하면 사회 전체를 위해 좋을 터이다. 문제는 어떻게 지적하느냐와 어떻게 받아들이냐 하는 것이다. 정답은 없겠지만, 그냥 프로페셔널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 일하다가 이건 저렇게 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냐는 말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듣는 사람은 그 의견이 합리적이면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반대로, 생각해 보고 합리적이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으면 된다. 번역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지금껏 경험한 번역본의 유형을 써 본다. 

- 번역본인지 모르겠는 경우. 

1) 최고의 번역일 수 있다. 예전에는 직역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말로 자연스러운 번역이 최고이다.

2) 윤문을 기가 막히게 해서 잘 읽히지만 오역투성이인 경우도 있다. 


- 직역 때문에 자꾸 되읽어야 되는 경우. 번역을 정확히 했음에도 이런 경우가 있다. 번역가가 자연스러운 우리말에 신경 쓰지 않으면 이렇게 되기 쉽다. 


-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종종) 나오는 경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의 원문을 찾아보면 오역인 경우가 많다. 오역의 정도와 개수도 천차만별이다. 비교적 간단한 문장임에도 잘못 번역된 것도 있고, 역자가 배경지식을 이해하지 못해 문맥을 살리지 못한 경우도 있다. 책에서 다루는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올바로 번역하기 힘들 때가 많다. 


- 문맥에 맞지 않아 찾아보면 역자가 저자의 뜻을 왜곡한 경우. 왜곡이 의도적인지 몰이해로 인한 것인지는 역자만 알 것이다. 


- 번역문은 괜찮은데 용어의 선택이 이상한 경우. 각 분야마다 외국어 단어들이 어떻게 우리말로 번역되는지 통용되는 것들이 있다. 이러한 용어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굉장히 이상하고, 그 분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잘못된 지식을 주게 된다. 인명이나 지명의 우리말 표기는 어렵지만 나름 기준이 있는 듯싶다. 용어나 인명, 지명들 모두 출판계에서 통일하여 사용하면 좋겠다. 출판계 공용 용어 사전이나 인명, 지명 사전이 있으면 좋겠다.


많은 경우, 한 권의 책에 위의 유형들이 섞여있다.


전문지식이 필요한 경우에는 감수자가 있기도 한다. 하지만 감수자가 있음에도 용어 사용의 잘못이나 오역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번역은 분명히 어려운 일이다. 그 자체로 번역가의 글 솜씨를 드러내는 (문학) 작품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편집자의 역할도 있다. 출판계의 사정을 정확히 모르지만, 편집자란 출판하는 글을 읽어보고 ‘편집’하는, 그래서 글을 더 좋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연히, 오타와 비문 교정에 더해 오역도 걸러내야 할 것이다. 내가 종종 이해하지 못하겠는 것은, 명백한 오역처럼 보이는 문장을 편집자들이 왜 그냥 두느냐이다. 과학서적의 경우는 과학적 지식이 있으면 잘못된 문장처럼 보이는 것들을 비교적 명확히 찾아낼 수 있다. 편집자도 물론 각자 전공 분야가 있을 것이고 모든 분야의 서적을 다 명확히 이해해 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본인의 전공과 관심 분야에 맞춰 분야별 전문 편집자가 책임을 가지고 책을 편집하여 출간하길 기대한다. 


번역가 이희재의 번역에 대한 두 번째 책이 출간됐다는 것을 최근 알게 됐다. 모든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번역을 위한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읽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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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2-08 05: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해가 안 될때 원문을 보고 속시원해하시는 블루님의 뇌를 갖고싶다....

blueyonder 2023-02-08 10:01   좋아요 2 | URL
기꺼이 드릴게요. 대신 미지의 가능성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은오 님 뇌를 제게 주세요 ㅎㅎㅎ

북깨비 2023-02-08 16: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같은 경우에는 영어를 배우기 전에 읽었던 동화책이나 어린이 세계명작, 주니어문고 같은 것들은 (예를 들면 나니아 연대기) 나중에 원서로 읽었을 때 어린 시절 처음 접했을 당시 그 때 그 느낌이 안 나서 오역 내지 의역의 여부와 상관없이 번역본을 선호하게 되더라고요. 한국어 표현이 (특히 형용사적인 면에서) 영어에 비해 좀 더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것 같아요.

blueyonder 2023-02-08 16:34   좋아요 2 | URL
올바로 번역된 번역서는 원서와 내용상 차이가 없어야겠지요.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해야 하고요. 좋은 번역서라면 굳이 원서와 번역서를 구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깨비 2023-02-08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번역본 중에 독해 난이도가 가장 높은 것은 성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 어려워서 그냥 영어로 읽어요. 😭 (히브리어는 못 읽으니까요.)

blueyonder 2023-02-08 16:40   좋아요 2 | URL
번역이 중요하다는 또 다른 예인 것 같네요. ‘현대인의 성경‘ 같은 것은 그래도 읽을 만합니다.

북깨비 2023-02-11 00:57   좋아요 1 | URL
한글성경이 너무 어려워서 English Standard Version (ESV)를 읽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현대인의 성경 (KLB)와 병행해서 읽어봐야 겠습니다. 갑자기 생각나서 찾아보니 다행히 지금 쓰는 Bible 앱에 KLB가 제공이 되는군요. 읽어보다가 괜찮으면 책으로도 한 권 사야겠어요. 추천 감사합니다. 🙂

blueyonder 2023-02-11 08:30   좋아요 1 | URL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
 














... 물리학으로부터 시간을 추방하기 위해 제시된 모든 논증은 뉴턴적 패러다임이 전체로서의 우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정에 기초한다. 만약 이러한 확장이 불가능한 것이라면, 시간을 제거하기 위해 제시된 그와 같은 논증들은 실패한다. 뉴턴적 패러다임을 버릴 때는 그 논증들도 버려야 하며, 그렇게 되면 시간이 실재한다고 믿는 것이 가능해진다. (187 페이지)

... all the arguments ... for the expulsion of time from physics were based on the assumption that the Newtonian paradigm can be extended to the universe as a whole. If it can't, then those arguments for the elimination of time fail. When we abandon the Newtonian paradigm, we must abandon those arguments, and it becomes possible to believe that time is real.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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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상대성과 비시간성’을 읽으며 고개가 갸웃해지는 부분이 여러 군데 있었다. 다음에 원문과 함께 (일부) 정리해 놓는다.


- “그러나 두 사건이 공간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거나 시간적으로 너무 근접해 있어 두 사건 사이에 그 어떤 신호도 전달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그 두 사건 중 어떤 것도 다른 사건의 원인이 될 수 없다.” (120 페이지)


“공간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거나 시간적으로 너무 근접해 있어”라고 두 개의 경우를 생각하는 것처럼 번역되어 있다. 그런데 “시간적으로 너무 근접해 있”는 경우는 왜 두 사건 사이에 신호의 전달이 안 되는 것일까? 원문을 보자.


원문: “But two events can be so far apart in space and take place so close in time that no signal can reach from one to another. In such cases, neither of the two events can be the cause of the other.” (p. 57)


원문의 뜻은 ‘공간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며 시간적으로 너무 근접하게 발생하여’이다.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한 개의 경우를 고려하는 것이다. 두 사건이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시간적으로 간격이 매우 짧으면 이 두 사건 사이에 신호가 전달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두 번째 문장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마치 “두 사건 중 어떤 것도” 제3의 “다른 사건”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오해의 소지를 없애자면 ‘그런 경우, 한 사건은 다른 사건의 원인이 될 수 없다.’로 번역하는 것이 더 좋았겠다.


- “물리학이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인과적으로 연관된 사건들의 질서에 대해 관측자들이 동의해야 한다. 그래야만 원인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혼동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건들 사이의 질서에 대해 관측자들이 동의할 필요는 없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그러한 경우 관측자들이 서로 동의하지 않는다.” (120페이지)


원문: “For physics to make sense, observers have to agree on the order of causally related events to avoid confusion about the attribution of causes. But there’s no reason for observers to agree about the order of events that could not possibly affect each other. In Einstein’s theory of relativity, they don’t agree.” (p. 57)


역자는 단어 “order”를 “질서”로 번역하고 있다. order가 질서의 뜻을 가질 때도 있지만, 여기서는 ‘순서’로 번역하는 것이 맞다. ‘인과적으로 연관된 사건들의 (시간적) 순서에 대해’ 관측자들이 동의해야 원인과 결과를 일관되게 말할 수 있음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시간적 순서가 뒤바뀌면 원인과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 역자는 이후에도 계속 “order”를 “질서”로 번역하고 있다.


- “따라서 토론토에 있는 사람이 싱가포르에 있는 연인이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러나 자신의 연인이 몇 초 전에 무엇을 했는지 생각하는 것은 완전히 의미가 있다. 그 몇 초 동안은 연인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전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그녀가 그 메시지를 읽는 것은 인과적으로 연관된 사건이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보내는 메시지가 그의 남은 인생을 바꾸리라는 것, 몇 분 후 그가 그녀로부터 온 메시지를 읽은 순간부터 그의 삶이 바뀌리라는 데는 모든 관측자가 동의할 것이다.” (120~121 페이지)


첫 번째 나오는 연인은 싱가포르에 있는 사람(“싱가포르에 있는 연인”)을 지칭하고 있다. 두 번째 나오는 연인(“자신의 연인”)도 당연히 싱가포르에 있는 사람이다. 세 번째 나오는 연인(“연인에게 문자를 보내...”)은 어디에 있는 사람인가? 당연히 싱가포르에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지 않나? 그렇게 이해하면, 토론토에 있는 사람이 싱가포르에 있는 사람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상황을 상상하게 된다. 그런데 방금 전, 싱가포르에 있는 사람의 몇 초 전을 상상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했는데, 이제는 그 몇 초 동안 토론토에 있는 사람이 싱가포르에 있는 연인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이해가 안 된다. 그 다음에는 ‘그’와 ‘그녀’가 나오는데, 누가 토론토, 누가 싱가포르에 있는지 헷갈린다. 원문을 봐야겠다.


원문: “So it makes no sense for our friend in Toronto to wonder what her lover is doing right now in Singapore. But it makes total sense for her to think about what he was doing a few seconds ago. Those seconds are more than enough time for him to have sent the text she is reading now; his sending the text and her reading it are causally related events. And all observers will agree that the text she sends now will change the rest of his life, beginning with when he reads her news a minute later.” (p. 57)


첫 문장에서부터 토론토에 있는 사람이 ‘그녀’임이 명확하다(“her lover”). 두 번째 문장에서는 싱가포르에 있는 사람이 ‘그’(“he”)임이 나온다. 그리고 싱가포르에 있는 ‘그’가 토론토에 있는 ‘그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데 충분한 시간 몇 초에 대해 얘기한다. 그 몇 초 전을 생각하는 것은 유의미하다. 두 사건이 인과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혼란을 제거하기 위해 다음처럼 번역해 본다면?


--> 그러므로 토론토에 있는 우리 친구가 싱가포르에 있는 연인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연인이 몇 초 전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분명한 의미가 있다. 이 몇 초는 토론토의 우리 친구가 지금 읽고 있는 문자 메시지를 싱가포르의 연인이 보내기에 충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연인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우리 친구가 그것을 읽는 것은 인과적으로 연결된 사건들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 친구가 보내는 문자 메시지가 연인의 일생을 바꾸어 놓으리라는 것에도 모든 관측자들이 동의할 것이다. 우리 친구가 보내는 소식을 연인이 1분 후에 읽는 때부터 말이다. 


- “... 우리는 현재가 실재한다는 것에는 의심을 갖지 않는다. 현재는 다수의 사건들로 구성되며, 이들 중 그 어떤 사건도 다른 사건들보다 실재적이지 않다. 우리는 미래의 두 사건이 실재적인지는 모르지만, 만약 두 사건이 동일한 시간에 일어난다면 우리는 이 시간이 현재든 과거든 미래든 상관없이 동등하게 실재한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125~126 페이지)


현재를 구성하는 다수의 사건들 중 그 어떤 사건도 다른 사건들보다 실재적이지 않다고? 


원문: “... we have no doubt that the present is real. The present consists of many events, none of which is more real than any other. We don’t know whether two events in the future are real, but we will agree that if two events take place at the same time they’re equally real, whether that time is the present, past, or future.” (p. 61)


“none of which is more real than any other”는 “이들 중 그 어떤 사건도 다른 사건들보다 실재적이지 않다”가 아니라 “이들 중 그 어떤 사건도 다른 사건들보다 실재적이지 않다”, 즉 “다른 사건들과 똑같이 실재적이다”라는 뜻으로 봐야 한다. 다음처럼 번역하는 것이 좋겠다.


--> 현재가 실재함에 대해 우리는 아무런 의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현재는 많은 사건들로 구성되며, 이것들은 모두 똑같이 실재적이다. 미래의 두 사건이 실재하는지 우리는 모르지만, 만약 두 사건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이 두 사건은 똑같이 실재적이라는 데에 다들 동의할 것이다. 그 시간이 현재, 과거, 미래에 상관없이 말이다. 


- “일반상대성은 시간이 비실재적이라고 주장하는 특수상대성의 면모들을 보존할 뿐 아니라 동일한 효과를 가지는 새로운 측면들을 도입한다. 첫째, 시공간을 공간과 시간으로 분리하는 많은 방식이 존재한다.” (131페이지)


일반상대성은 특수상대성에 “새로운 측면들을 도입”한다며, “시공간을 공간과 시간으로 분리하는 많은 방식이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특수상대성에 이미 시공간을 공간과 시간으로 분리하는 많은 방식이 존재한다(시간의 상대성). 


원문: “General relativity not only preserves the features of special relativity arguing that time is unreal but also introduces new ones to the same effect. First, there are many more ways of dividing spacetime up into space and time.” (p. 66)


원문은 “many more ways of dividing spacetime”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냥 ‘많은 방식’이 아니라 ‘더 많은 방식’인 것이다. 특수상대성의 방식에 더해서. 이렇게 하면 위의 첫 번째 문장과 잘 호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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