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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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베개> 이후 두 번째로 읽는 소세키의 소설이다. 읽으면서 곁가지로도 여러가지를 느꼈다. 일단 <풀베개>보다는 훨씬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 <풀베개>는 내 생각에 소세키 소설 입문으로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행인>은 신문 연재 소설이어서 그런지 숫자로 나뉘어진 비교적 짧은 글들이 이어진다. 


책 뒤 표지에 "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이야기"라는 문구가 있다. 소설에 나오는 당시의 삶을 지금 우리의 삶으로 읽어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다른 한편, 100년 전에 일본인들은 벌써 이렇게 선진국의 삶을 구가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1912년~13년에 <행인>을 연재했다고 하니 제국주의가 한참 기승을 부릴 때이고, 조선은 일본에 병합되어 사라진 이후이다. 난세에 이렇게 평온한 삶을 이어가며 내면의 고뇌와 사념에 집중한다는 것은 그럴 여건이 됐다는 것이리라.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떠오른다. 앞 부분과 크게 연결되지 않고 애매하게 끝나는 것도 느낌이 비슷하다. 우리의 황석영 소설에 비하면... 


책의 만듦새는 매우 좋다. 감탄했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읽기를 이렇게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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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플러[우주망원경]가 발견한 많은 외계행성은 지구와 해왕성 크기 사이의 행성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통계적인 연구를 수행해보면 태양과 비슷한 별 주위의 생존구간에 지구와 같은 행성이 존재할 확률이 50% 정도로 굉장히 높습니다. 즉 태양과 같은 별의 절반은 생존 구간에 지구와 같은 행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73 페이지)

외계행성의 모성 중 약 절반이 쌍성계에 해당될 정도로 많습니다. (78 페이지) 


  ... 외계행성계는 우리 태양계의 모습과 달리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발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관측으로 발견한 행성이나 행성계의 개수는 아직 너무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 관측하고 있는 테스[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 TESS] 미션이 수천 개의 행성을 추가 발견해 좀 더 분명한 분포 특성을 알 수 있게 해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78~79 페이지)

그런데 [가시광선을 내보내지 않는 원시행성형성원반을 관측하는] 전파관측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분해능, 즉 관측했을 때 구분할 수 있는 각의 크기는 관측 파장에 비례하고 관측하는 망원경 크기에 반비례합니다. 전파는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굉장히 길어서 가시광선에서 얻는 해상도를 얻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더 큰 망원경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1mm 전파 파장에서 0.1각초, 약 1도의 3만 6,000분의 1에 해당되는 작은 각의 크기를 분해할 수 있는 망원경을 얻기 위해서는 2km에 해당하는 큰 망원경이 필요합니다. 이런 망원경을 건설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대신 작은 망원경을 2km 거리로 떨어뜨려 놓고 동시에 관측하면 2km 망원경이 주는 분해능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간섭계'라고 합니다. (81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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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류이치 사카모토 (Ryuichi Sakamoto) 저자, 황국영 역자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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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타계한 작곡가이자 연주자인 류이치 사카모토(1952~2023)의 마지막을 정리한 책이다. 암 진단을 받은 후 그의 심경과 경과, 그리고 자서전 형식으로 정리하는 마지막 나날들이다. 인터뷰를 통해 구술한 것을 책으로 정리했다고 한다. 2009년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라는 책을 통해 정리했던 그의 삶 이후가 나와 있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그의 절친이었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사랑>에 나오는 대사라고 한다. 암 진단을 받은 후 사카모토도 이 구절을 중얼거렸다고 한다. 영화의 이후 대사에 나오듯, 우리는 삶이 영원하리라고 생각하며 산다. 사실 모든 것은 유한하다. 문제는 그 '마지막'이 언제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책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왠지 나도 마지막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 같다.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당장 병원에 뛰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몸의 이곳저곳이 이제는 낡아가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볼 수 있다. 


류이치 사카모토를 사실 잘 알지는 못했다. 부분부분 들어 알고 있는 내용이 있긴 했지만, 책을 통해 마지막을 앞에 둔 그의 삶에 대한 마음가짐과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배움이 됐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사람--예술가--는 숨이 다하는 날까지 일--한편으로는 삶의 의미--를 지속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내가 직장에서 은퇴하면 세상에 무언가 내놓을 것이 있을까. 


책을 읽으며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찾아 들어 보기도 했다. 모르고 들어본 곡도 여럿 있고, 못 들어봤던 곡도 있다. 책에는 우리나라와의 인연도 몇 나온다. <남한산성>의 영화음악도 류이치 사카모토가 맡았었다. 


다음은 그를 널리 알린 영화음악 'Merry Christmas Mr. Lawrence'(1983)이다. <전장의 크리스마스>(오시마 나기사 감독) 영화에서 쓰였다. 그는 이 영화에서 배우로도 활약했다고 한다(영화는 보지 못했다). 그는 음악과 함께 하는 미술 전시나 공연을 기획하기도 하는 등 매우 다재다능했다. 동일본 대지진 후 핵발전 반대 등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Ars longa, vita brevis.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그의 글 마지막 문장인데, 예술가에게 매우 적확해 보인다. 그의 평안한 안식을 빈다. 


책에 나오는 그의 말.

3.11 대지진 때에도 그랬지만, 세상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충격을 쉽게 잊어버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강하게 듭니다. 100년에 한 번 겪을 듯한 이런 팬데믹은 분명 대부분의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 될 테고,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덧붙여, 세계적 규모의 코로나 감염 폭발은 인간이 과도한 경제활동을 밀어붙이고,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지구 전체를 도시화한 것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반성을 미래의 자양분으로 삼기 위해서라도 자연이 보내는 SOS에 의해 경제활동에 급제동이 걸린 이 광경을, 확실히 기억해둬야 할 것입니다. (303 페이지)

다만, 지금의 저는 하루에 몇 곡을 제대로 치는 것만으로도 버겁기 때문에 오랜 시간 기다려주신 팬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라이브 콘서트를 해낼 수 있을 만큼의 체력은 아무래도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피아노 솔로는 13곡을 담은 60분 버전으로 12월에 먼저 온라인으로 공개된 후 NHK의 프로그램에서도 짧게 소개되었는데 언젠가는 총 20곡의 장편으로 편집된 ‘콘서트 영화' 버전도 선보이고 싶습니다.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한 탓인지 촬영을 마치고 한 달 정도는 확실히 기력이 없다고 할까. 계속 몸 상태가 저조했습니다. 그래도 죽기 전에 스스로 납득할 만한 연주를 남겼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습니다. (35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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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5-04-14 1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윽, 이 양반이 벌써 갔다고요? 음... 거 뭐 바쁘다고... 승질도 급하지 거 참.

blueyonder 2025-04-14 18:56   좋아요 1 | URL
네, 23년 3월 28일에 타계했다고 나오니 얼마 전에 2주기가 지났네요.
누군가의 부고를 듣는다는 것은 놀랍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한 일입니다...

yamoo 2025-04-15 1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류이치 사카모토는 이우환의 공간 전시장 음악을 담당한 적이 있었죠. 이우환의 제안이었지만 당시 사카모토는 아주 황송하게 작업에 임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사카모토는 이우환의 철학에 심취해 있었다고 합니다. 그도그럴것이 이우환은 일본 물파주의의 철학적 기조를 놓았던 사람..
어쨌거나 그가 죽기 직전에 마지막 앨범을 완성하고 앨범 자켓을 이우환에게 부탁했습니다. 이우환은 흔쾌하게 응했고, 그의 앨범 자켓을 그려줬습니다. 오일파스텔로 낙서같은 선으로 이루어진 형상이었죠. 검색하면 나오니 한 범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그 앨범 자켓을 액자화해서...사카모토는 그 그림 밑에서 사망했다고 합니다.
어제 읽었던 글인데....류이치 사카모토의 앨범 포스팅을 여기서 보게 되네요!!

blueyonder 2025-04-15 13:53   좋아요 1 | URL
제 글에 적지는 않았지만 말씀하신 내용도 책에 나와 있습니다.
이우환 화백이 그린 앨범 자켓도 찾아봤습니다. 제가 미술은 잘 모르지만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 그림이네요.
 
지금 과학 - 우리가 세상을 읽을 때 필요한 21가지
마커스 초운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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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The One Thing You Need to Know: 21 Key Scientific Concepts of the 21st Century>이다. 21가지 주제를 가지고 살펴보는 현대 과학(특히 물리학)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원제를 보면 21세기와 맞추기 위해 21가지 주제를 골랐음을 알 수 있다. 지구 온난화, 판 구조론이나 진화론, 뇌, 인간의 진화 등 물리학 외의 주제도 살짝 있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16가지는 물리학 주제이다. 저자가 물리학 전공자라서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이 책의 장점은 과학적으로 중요한 주제에 대한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설명이다. 각 챕터가 비교적 짧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한 이들이 핵심적 과학 주제에 대해 적은 시간을 들여 파악할 수 있다. 단점 또한 짧은 챕터와 간결한 설명이다. 긴 호흡으로 읽도록 서술된 책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이들은 관련된 다른 책들을 읽고 싶어질 것이다. 


중간에 번역이 좀 이상한 부분이 있다(특히 상대성이론 관련한 부분). 이것 때문에 별 하나를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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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성미자는 우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중성미자는 질량이 매우 작지만 138억 2,000만 년 전의 빅뱅과 오늘날의 별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수가 생성되고 있기 때문에 우주 질량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여러분이 이 글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중성미자 덕분이다. 중성미자가 거대한 별을 초신성으로 폭발시켰기 때문이다. 그런 폭발은 1,000억 개의 별로 이루어진 은하 전체만큼 밝게 빛났을 것이다. 그러나 폭발 에너지의 99퍼센트는 빛이 아니라 중성미자의 형태로 방출된다. 거대한 별의 내부에서는 탄소, 칼슘, 철과 같이 생명에 필요한 무거운 원소도 만들어진다. 중성미자가 별을 폭발시켜서 흩어지게 만들지 않았다면, 그런 원소는 영원히 별 안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태양과 행성은 앞선 세대의 별들이 초신성으로 폭발하면서 흩어진 잔해로 오염된 가스 구름이 뭉쳐져서 형성되었기 때문에 생명에 필요한 원료를 가지게 되었다. 미국의 천문학자 앨런 샌디지는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는 모두 형제이다. 우리는 모두 같은 초신성 폭발에서 태어났다." (230 페이지, 볼드체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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