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stein's Dice and Schrodinger's Cat: How Two Great Minds Battled Quantum Randomness to Create a Unified Theory of Physics (Hardcover)
Halpern, Paul / Basic Books (AZ)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대한 그 자체로 매우 좋은 소개이다. 특히 매우 재미있고 적절한 비유가 눈에 띈다. 이렇게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의 업적 및 당시 상황을 소개한 전반부 이후, 후반부는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가 어떤 반목과 우정을 나누었는지, 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들에 대해 얘기한다. 우리는 이들이 칭송 받는 업적을 이룬 전반부의 얘기만 대개 잘 알고,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이 책은 그러한 결핍을 채워주는 훌륭한 소개서이다.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는 당시 주류로 자리 잡아가던 표준적 양자역학, 특히 확률적 해석("코펜하겐 해석")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원자 및 원자핵 연구로 급격한 발전을 이루던 당시의 주류 물리학에서 한 발 떨어져서 자연에 대한 독자적 이해를 추구했다. 통일장 이론이 그것인데, 이들의 노력은 그 자체로 눈물겹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일찍이 이들은 자신들의 직관과 통찰에 근거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한 후, 이들의 직관과 통찰은 일종의 유물이 되었다. 자연은 미묘(subtle)하지만 악의적(malicious)이지는 않다고 믿었던 아인슈타인의 믿음을 자연은 배신했다. 이러한 얘기를 읽으며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시대가 변한 후, 시대를 좇아가는 것이 정답일까, 본인이 옳다고 믿었던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정답일까. 사회적 성공을 위해서는 전자가 맞겠지만, 후자도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내가 한 가지 다짐하는 것은, 지금 시대가 나의 시대와 다를 때, 나만 맞고 시대가 틀렸다는 아집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시대가 틀렸다고 우기는 것은, 젊은 세대가 보기에는 그냥 꼰대 짓일 뿐이다. 


아인슈타인도, 시대에 뒤떨어진 자신들이 돈키호테로 보일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성실히, 그가 해야만 하는 일을 했다.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사라져 가는 모든 것에 박수를...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9-07-09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인슈타인을 하이젠베르크라든가 보어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는 책에 익숙해서 그런지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의 업적을 비교하고 그들의 관계를 설명하는 방식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

blueyonder 2019-07-09 11:1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이들이 인생 후반부에 이렇게 가깝게 우정을 나누고 동일한 이상을 추구했는지는 처음 알았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북다이제스터 2019-07-09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인의 확신이 결국 단지 믿음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에게 진정어린 박수를 보내고싶습니다. ^^

blueyonder 2019-07-10 13:41   좋아요 0 | URL
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새 일본과의 경제 분쟁으로 '극일' 얘기가 다시 나오는데, 일본 사람들의 꼼꼼함, 소위 '장인정신'은 정말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길 걸으면서 예전에 깔아 놓은 우리나라 보도블럭이 아직 울퉁불퉁한 것을 보면, 우리는 그저 극일만 외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일에 대한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도 일본을 따라갈 여건이 이제 어느 정도는 됐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구호 이후 정말 무언가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으면 한 번 부글부글 끓고 사라지는 예전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있다. 우리도 한 우물만 파는 '장인'을 존중하는 문화가 되지 않으면 일본 따라가기 쉽지 않다. 


알라딘 20주년 이벤트들이 진행 중이다. 알라딘은 굿즈나 이벤트, 서재, 북플 등의 마케팅은 잘 한다. 하지만 기본에 얼마나 충실한지 생각해 보면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온라인 서점의 가장 기본이 배송인데, 책을 어떻게 손상되지 않게 구매자에게 보낼까에 대한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충 보내서 클레임 들어오지 않으면 좋고, 클레임 들어오면 바꿔주면 그만이라는 태도이다. 



위의 포장에 어떤 고민이 보이는가? 내가 보기에는 '무성의'만 보인다. 그러고는 겉면에 "알라딘 고객님의 주문입니다. 소중하게 배달해 주세요."라는 문구만 새겨 놓았다. 자신들이 할 일은 하지 않고 그 책임을 다른 이에게 떠 넘기는 것 외에는, 위의 문구는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한다. 책이 닳고 찌그러져서 가면 그건 배송자의 책임이지, 자신들의 책임은 아니라는 생각이 숨어있지 않나.


이런 글을 올리는 것도 내가 알라딘을 아끼는 마음이 그래도 '조금은' 있기 때문이다. 내가 2002년부터 알라딘 고객이라는 기록을 봤다. 나름 알라딘과 함께 한 세월이 짧지 않다. 이런 쓴소리 하는 것이 내가 알라딘의 20주년을 기념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글 올릴까 말까 하다가, 그래도 요새 사회 분위기와 곁들여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올린다.


맡은 일에 적어도 기본은 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알라딘고객센터 2019-07-05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드려 죄송합니다. 좀더 신경써서 작업하지 못한 점 다시한번 죄송한 말씀드리며
지적하신 부분은 담당부서 작업자들 전달하여 더 주의 기울이겠으니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후 이용하시면서 불편하신 부분은 나의계정>1:1고객상담으로 연락주시면 신속하게 안내 드리고 있으니 참고해주십시오.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blueyonder 2019-07-05 17:11   좋아요 0 | URL
평소대로의 반응이네요. ‘불편하면 반품하시라~‘ 좀 다른 반응이 있을지 혹시나 했지만... 읽어주고 댓글까지 남기셨으니 황송하게 생각하겠습니다만, 앞으로 주의를 더 기울이는 것으로 해결될까요?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이후로도 ‘불편‘한 사람은 나올 겁니다.

cyrus 2019-07-05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위에 포장지를 얹어놓은 것 같네요. 포장하기가 귀찮아서 그랬을까요? ^^;;
알라딘이 잘못된 점은 알라딘 서재에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알라딘 서재라는 공간은 알라딘의 좋은 점만 얘기하고, 그것을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니까요.

blueyonder 2019-07-05 20:30   좋아요 0 | URL
서재나 북플에 들락거리며 신간이나 다른 분들이 읽은 책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 제외하면, 알라딘의 장점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다양한 책을 빨리, 또는 싸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꼭 그렇지도 않고요. 굿즈나 이벤트에 치중하는 것도 본질에서 벗어난 마케팅 전략일 뿐이라는 시니컬한 생각도 드네요.

transient-guest 2019-07-06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꿔주는 건 잘 해줍니다 그런데 파본을 반송하는 등 불편한 점도 많아서 가끔 무척 화가 납니다 전 책을 진짜 많이 알라딘에서 사거든요 좀더 철저한 배려가 아쉽습니다만...알라딘이 회사차원에서 인력에 적절한 페이를 주는지부터 좀 의문입니다

blueyonder 2019-07-06 08:59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누가 포장해도 매뉴얼만 따라 하면 보통의 배송 시스템을 따라 배달됐을 때 손상 없이 구매자에게 보낼 방법의 연구 없이, 그저 ‘담당자의 주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에 반대합니다. 시스템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환할 뿐이지요. 그냥 그대로 갈 뿐 개선의 의지가 별로 없는 것이지요.
 














[왼쪽부터 번역서, 하드커버 원서, 페이퍼백 원서]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읽고 있는데, 놀라운 번역을 하나 발견했다. 아인슈타인이 자연법칙을 의인화하여 종종 말하곤 했던 "Old One"을 "악마"로 번역한 것이다. "Old One"의 독일어 원어는 "Der Alte"(= the old)라는데, 여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악마'라는 뜻은 들어 있지 않다. 기존에는 'Old One'을 그냥 '신'으로 번역했다[1]. 아인슈타인은, 널리 알려진 바대로, 유대인임에도 전통적 인격신을 믿지 않았다. 굳이 '신'을 얘기할 때 그는 스피노자의 '신'을 염두에 두었다. '신'이 자연에 편재하는 범신론을 생각했던 것이다.


책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1920년대를 거치는 동안 다른 연구자들이 내놓은 통일이론들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자연의 모든 힘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기술해줄 '악마'의 비밀공식을 밝혀내고 말겠다는 마음이 동했다. (번역서 224페이지)

  Throughout the 1920s, other researchers' unification theories had whetted Einstein's appetite for unraveling the secret formula of the "Old One" that would describe how all the forces of nature meshed together. (원서 112페이지)


위와 같이 "Old One"을 '악마'라고 번역하니, 아인슈타인이 마치 악마에게 영혼을 판 음험한 '파우스트 박사'처럼 느껴진다. 왜 이런 무리수를 두었는지 역자에게 물어보고 싶다. 원래 의미를 살리고 싶었으면 어떻게 번역하는 것이 좋았을까. 말 뜻 자체는 '늙은이'인데, 친근하게 '노친네'라고 하면 너무 나간 것 같고... 


---

[1] 예컨대, 데이비드 린들리 저, 박배식 역의<불확정성> 207페이지를 보면 '신Old One'으로 번역되어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후애(厚愛) 2019-07-02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원한 한 주 되시고, 더위 조심하세요.^^

blueyonder 2019-07-03 10:2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시원한 여름 보내세요~
 
소피아를 사랑한 스파이 - 첩보소설로 읽는 유럽현대철학, 모든 철학은 삶속에 있다
이종관 지음 / 새물결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과 표지만 보고 오해한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이 책은 외국 소설인 모양이다, 두 번째, 이 책은 소설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둘 다 틀렸다. 이 책은 국내 철학자가 쓴 소설을 빙자한 철학 이야기이다. 소설로 치자면 완전 B급이다. 읽으면서 '아 유치해'를 연발했고, 나오는 과학에 대한 논설을 읽으며 역시 '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철학자'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철학에 대한 논설만 참으면 읽을만 했다. 'B급 소설'이 읽는 재미는 있지 않은가. 중간중간 나오는 사진들이 그러한 읽는 재미를 더해줬다. 그러다가 점점 이거 얘기가 이상한 데로 빠진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뒤통수를 맞았다. 에필로그까지 읽은 지금, '허허 이거 대단한데? 이종관 선생님 애쓰셨구나' 하는 생각.


소설이 처음 출간된 때는 1995년이다. 소설도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시작한다. 우루과이 라운드 기억하는 분도 별로 없을 것 같다. 읽은 책은 2015년에 재발간된 판이다. 오래된 책이지만 다루는 문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더욱 심화됐다고 말하는 것이 옳겠다. 읽으면서 별점을 생각했는데, 처음에는 2개였다가 마지막에 4개로 올라갔다. 그래서 평균인 3개를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랙홀의 사생활 - 블랙홀을 둘러싼 사소하고 논쟁적인 역사
마샤 바투시액 지음, 이충호 옮김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블랙홀의 ‘사생활‘이라는 이상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꽤 충실하며 읽을 만하다. 뉴턴, 아인슈타인부터 시작해서 슈바르츠실트, 란다우, 오펜하이머, 휠러, 호킹에 이르기까지, ‘블랙홀‘이라는 개념이 생겨나 자리를 잡고,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를 남기고 있는 상황까지 잘 보여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