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생각하기에 관한 두 권의 책을 모아 놓는다. 유시민 작가의 책은 본인이 젊었을 때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며 느낀 감상과 생각을 모은 글이다. 연륜이 쌓이고 생각이 바뀌면서 다르게 읽힌 부분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선정한 책들은 역시 사회와 역사에 관한 것들이 많다. 다음은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읽으면서 했던 정치에 관한 생각이다.
유방과 한신은 야수적 탐욕이 판치는 정치.사회적 혼란과 전쟁의 한복판에 몸을 던졌다. 때로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고 때로 스스로 야수가 되어 싸운 끝에, 야수의 탐욕이 지배하는 혼란의 시대를 역사의 뒤안길로 밀어냈다. 그리하여 수없이 많은 민중의 아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창과 칼을 녹여 쟁기를 만들게 했다. 민초들이 공포감에서 벗어나 생업에 힘쓰면서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고 늙은 부모를 편안히 모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비록 그 평화의 시기가 몇백 년에 지나지 않았다 할지라도, 이것은 공자와 맹자 같은 고귀한 성인도 이루지 못한 위대한 일이었다. (180페이지)
정인경 선생의 책은 아무래도 자연과 우주에 관한 책들을 많이 다룬다. 물론 역사와 철학에 관한 책도 나오지만, 무엇보다도 과학에 관한 책들을 통해 인간과 우주에 대해 성찰함이 저자의 목적일 것이다. 상당히 다양한 생각이 종횡으로 나오는데, 그중 하나,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이 갖는 의미에 대해 다음에 옮겨 놓는다.
... 물체의 운동을 질량, 가속도, 힘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뉴턴은 사물의 본성에서 운동의 원인을 찾았던 형이상학에서 과감히 탈피했다. "나는 여기서 이러한 개념을 순전히 수학적인 것으로 사용하며, 그 힘의 물리적 원인이 무엇이며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인지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턴은 이전의 철학이 했던 연구의 목표와 방법을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운동의 원인을 알지 못해도 그 원인의 결과를 명백히 설명할 수 있다. (123페이지)
이와 같이 저자와 함께 책을 읽으며 그 의미를 살피는 것은 역시 원전에 관한 소개와 입문의 의미를 갖는다고 할 것이다. 모든 원전(특히 과학 원전)을 읽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할 때, 그래도 소개된 책 중 일부라도 나중에 관심을 갖고 읽을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으리라. 더불어, 생각하는 지경이 조금 더 넓어진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