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ghter : The True Story of the Battle of Britain (Paperback)
Deighton, Len / William Collins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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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당시 속도가 느린 폭격기는 요격하는 전투기의 먹잇감일 뿐이었다. 영국 전투에서 독일 공군은 공격하는 입장이었고, 영국 공군 전투기의 요격에 많은 폭격기를 잃었다. 독일 공군의 총사령관 괴링은 호위 전투기 조종사들이 폭격기 방어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 그의 해결책은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었다.


... He [Göring] appealed to the fighter pilot's sense of responsibility for their charges. He asked that fighter pilots and bomber crews got opportunities to meet each other, and that the same crews should always have the same escorts. The bombers must keep tightly together, he said, and threatened that any fighter pilots turning back because of bad weather would face a court-martial. It was the emotional pleading of a man who had no technical education, no real sympathy for what was actually happening to his crews, and no plan of action. (p. 208)


하지만 진정한 해결책은?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다. 호위 전투기 조종사와 폭격기 승무원 사이에 상황 공유를 위한 무선 통신이 필요했지만 괴링은 그 사실을 간과했다.


 If Göring really wanted to do something about the relationship between fighter pilots and bomber crews, he would have given them radio communication. As it was, once airborne the fighter pilots were unable to talk to the bombers; they couldn't even speak to their ground control. (p. 208)


사실 이러한 무대책이 괴링 혼자만의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다. 독일 공군 참모진 전체가 져야 할 책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일선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의 조언을 구하지 않은 것은 괴링의 잘못일 것이다. 어쨌든 제대로 된 건의가 올라가지 않은 조직을 만든 것도 리더의 책임일 것이고, 결국 한 조직의 잘못에 대한 책임은 리더가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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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 2부 암흑의 숲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단숨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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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의 의도 발견 이후 외계인의 탐사체('탐측기')가 처음 태양계에 도달하는 200여 년을 그리고 있다. 1권에 비해 진행이 빠르게 느껴진다. 구성도 역할을 했을 것 같은데, 서막을 제외하고 상, 중, 하, 단 3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지만, 각 장 내에서 여러 장면과 등장인물이 계속 바뀌며 나온다. 마치 영화 장면이 이어지는 것처럼... 1권보다 두껍지만 1권보다 재미있고 그만큼 빨리 읽었다. 우주에 생명체가 넘친다면 왜 우리 주변에서 외계인이 발견되지 않느냐는 '페르미 역설'에 대한 저자의 답변이 들어있고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중국인 저자이므로 중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기술이 안 들어갈 수 없는데, 당에 대한 믿음(?)이나, 독재에 대한 반감 등이 살짝살짝 보이는 것이 흥미로웠다. 군대에서 정치장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읽으면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The Order of Time>에 나오는 죽음에 대한 담담한 시선이 계속 떠올랐다. 우리는 죽음을 머리에 이고 산다. 이 소설에서는 삼체인들이 지구에 도달하는 때를 지구인들은 머리에 이고 산다. 우리는 죽음을 극복할 수 없다. 지구인들은 삼체인들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극복해야만 할까. 로벨리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태양을 두려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로벨리적인 태도가 인류 전체의 태도로도 치환될 수 있을까. 우리는 종으로서 우주에서 반드시 살아남아야만 할까.


  이 우주선은 인류 문명의 모든 정보를 담은 금속 씨앗과 같다. 이 씨앗이 우주의 어딘가에서 싹을 틔운다면 다시 온전한 문명을 번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는 전부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인류 문명도 역시 홀로그래피다. ... 그[장베이하이]는 우주도 역시 홀로그래피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모든 점 안에 전부가 들어 있는 것이다. 원자 하나라도 남는다면 우주의 모든 것이 남는 셈이다. (599 페이지)

... 그는 지구가 이토록 인류가 생존하기에 적합한 것은 우연이 아니고 인류 원리의 작용은 더더욱 아니며, 지구의 생태계와 자연환경이 오랫동안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이 결과가 다른 머나먼 항성의 행성에서 완벽하게 똑같이 나타날 수는 없다. (607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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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 익스프레스 - 유전자의 실체를 벗기는 가장 지적인 탐험 익스프레스 시리즈 3
조진호 지음, 김우재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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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호 작가의 만화로 보는 과학 탐구 시리즈 중 세 번째로 읽은 책이다. 첫 번째는 중력의 비밀을 살펴보는 <어메이징 그래비티>(추후 <그래비티 익스프레스>로 재발간), 두 번째는 원자의 신비를 알아보는 <아톰 익스프레스>였다. 이 시리즈를 만화라고 얕보면 안된다. 조진호 작가는 말랑말랑하게 소화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 그러한 지식에 도달했는지를 매우 치밀하게 그려낸다. 거의 과학사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책에서는 조진호 작가의 전공 분야인 생물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인 '유전자'에 대해 다룬다. '유전자' 하면 다들 DNA가 떠오를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다 알고 있는 지식만을 향해 나아가는 뻔한 전개는 아니다. DNA 발견까지의 과정도 꼼꼼히 다루지만, DNA의 발견을 넘어서서 현재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유전'이라는 현상에 대해서도 꽤 심도 깊게 묘사한다. 결론을 이야기 하면 '유전' 현상이란 DNA만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DNA는 그 일부분일 뿐이다. 생명체란, 요즘 많이 얘기되는 '창발emergence'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부분을 알았다고 해서 전체를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부분이 모여서 계system를 이룰 때 새로운 차원의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를 '창발'이라고 한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DNA나 단백질 같은 물리적 객체가 유전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며, 유전을 절대 대표할 수 없다.

유전은 하나의 거대한 현상이고 과정이며, 그 자체이다. (394 페이지)


각 장chapter이 시작될 때마다 인용문이 있는데 그중 마음에 남는 몇 가지를 다음에 옮긴다.


유전자는 비주기적 고체이다. - 에르빈 슈뢰딩거

생명의 투쟁은 물질에 대한 투쟁도 아니며 에너지에 대한 투쟁도 아니다. 뜨거운 태양에서 차가운 지구로 전달되면서 이용이 가능하게 되는 엔트로피에 대한 투쟁이다. - 볼츠만 (129 페이지)

여러 사항을 그럴듯하게 연결시켜 놓긴 하지만, 이를 통해서 진리를 얻는 건 아니거든요. 이 세상은 과학이 허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놀랍고 복잡합니다. - 바버라 매클린톡 (285 페이지)


생명 현상에 대해 진득하게 고민해 보길 원하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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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9-10-0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리즈 완전 감사인사 드리며 읽는 중입니다. 어렵지만 재독의 가치가 충분히 있고 세계출판시장에 내놓고 싶은 퀄리티

blueyonder 2019-10-02 11:53   좋아요 0 | URL
네 참 대단한 시리즈라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양자중력 이론을 연구하는 로벨리 교수의 최신작이다. 어찌하다 보니 그의 대중 과학책을 3권째 읽고 있는데, 그가 일급 물리학자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그만의 시각으로 제시하며, 그의 연구분야인 양자중력 이론 연구를 통해 얻은 통찰을 유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전작 <Reality is Not What It Seems>에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양자 세계에 대한 그의 이해를 보여주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그 중 '시간'이라는 주제를 떼어내 다채로운 지식을 전달한다. 고백하지만, 내용이 쉽지는 않다. 특히 인간 의식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책은 3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절대 시간(뉴턴에게 기인한다)의 미망을 깬다. 우주에 하나의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질량 근처에서 느려지며, 빨리 운동해도 느려진다. 미시세계에서 시간의 방향성은 사라진다. '현재'라는 개념은 우리 주변에서만 통용되는 개념이다. 멀리 떨어진 별에서의 '현재'는 의미가 없다. 시간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결합한 시공간이 된다. 2부에서는 시간이 '없는' 세상, 미시세계에 대한 양자중력 이론에 대해 논의한다. 3부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에게 '시간'이 생겨나는지에 대해 얘기한다. 


과도한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핵심 되는 메시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시간은 자연(실재)의 핵심적 변수(요소)가 아니다. 미시세계를 기술하는 근원적 물리 방정식에 시간은 들어갈 필요가 없다. 즉, 극적으로 표현하면 '이 세상에 시간은 없다.' 이 부분을 따서 번역서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로 제목을 삼았다. 엄밀히 얘기하면 시간이 있는데 흐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시간은 없다.


- 그럼 우리가 겪는 시간은 무엇인가? 왜 시간이 흐른다고 우리는 느끼는가? 과거에서 미래로 시간이 흐름은, 우리의 무지, 우리 인식의 흐릿함(blurring)에서 나온다. 열역학에 따르면 자연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한다. 이러한 변화를 엔트로피의 증가로 파악하는 것은 우리의 무지--미시상태를 완벽하게 파악할 수 없음--에 기인한 것이다. 우리 뇌는 엔트로피의 증가를 시간의 흐름으로 받아들인다(열적 시간thermal time). '시간'은 근원적인 것이 아니고 인간의 뇌가 만든 것이다. '시간'은 우주적 절대값이 아니고 우리의 관점이 투영된 것이다. 시간은 우주적이 아니라 인간적이다. 


그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물리학자가 아니다. 그만의 감성과 언어로 세상에 대한 그의 이해를 전달한다. 그가 왜 '시인詩人'이라는 말과 연관되는지 그 이유를 알겠다. 여러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최고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This is the disconcerting conclusion that emerges from Boltzmann's work: the difference between the past and the future refers only to our own blurred vision of the world. It's a conclusion that leaves us flabbergasted: is it really possible that a perception so vivid, basic, existential--my perception of the passage of time--depends on the fact that I cannot apprehend the world in all of its minute detail? On a kind of distortion that's produced by myopia? Is it true that, if I could see exactly and take into consideration the actual dance of millions of molecules, then the future would be 'just like' the past? Is it possible that I have as much knowledge of the past--or ignorance of it--as I do of the future? Even allowing for the fact that our perceptions of the world are frequently wrong, can the world really be so profoundly different from our perception of it as this?

  All this undermines the very basis of our usual way of understanding time. It provokes incredulity, just as much as the discovery of the movement of the Earth did. But, just as with the movement of the Earth, the evidence is overwhelming: all the phenomena that characterize the flowing of time are reduced to a 'particular' state in the world's past, the 'particularity' of which may be attributed to the blurring of our perspective. (영국판 pp. 31-32)

  Both the sources of blurring--quantum indeterminancy, and the fact that physical systems are composed of zillions of molecules--are at the heart of time. Temporality is profoundly linked to blurring. The blurring is due to the fact we are ignorant of the microscopic details of the world. The time of physics is, ultimately, the expression of our ignorance of the world. Time is ignorance. (p. 123)

  Job died when he was 'full of days'. It's a wonderful expression. I, too, would like to arrive at the point of feeling 'full of days', and to close with a smile the brief circle that is life. I can still take pleasure in it, yes; still enjoy the moon reflected on the sea, the kisses of the woman I love, her presence that gives meaning to everything; still savor those Sunday afternoons at home in winter, lying on the sofa filling pages with symbols and formulae, dreaming of capturing another small secret from among the thousands that still surround us... I like to look forward to still tasting from this golden chalice, to life that is teeming, both tender and hostile, clear and inscrutable, unexpected.... But I have already drunk deep of the bittersweet contents of this chalice, and if an angel were to come for me right now, saying, 'Carlo, it's time,' I would not ask to be left even long enough to finish this sentence. I would just smile up at him and follow. 

  Our fear of death seems to me to be an error of evolution. Many animals react instinctively with terror and flight at the approach of a predator. It is a healthy reaction, one that allows them to escape from danger. But it's a terror that lasts an instant, not something that remains with them constantly. Natural selection has produced these big apes with hypertrophic frontal lobes, with an exaggerated ability to predict the future. It's prerogative that's certainly useful but one that has placed before us a vision of our inevitable death, and this triggers the instinct of terror and flight. [...] Everything has a limited duration, even the human race itself. ('The Earth has lost its youthfulness; it is past, like a happy dream. Now every day bring us clear to destruction, to desert...', as Vyasa has it in the Mahabharata.) Fearing the transition, being afraid of death, is like being afraid of reality itself; like being afraid of the sun. Whatever for? (pp. 177-178)

  And it seems to me that life, this brief life, is nothing other than this: the incessant cry of these emotions that drive us, that we sometimes attempt to channel in the name of a god, a political faith, in a ritual that reassures us that, fundamentally, everything is in order, in a great and boundless love--and the cry is beautiful. Sometimes it is a cry of pain. Sometimes it is a song.

   And song, as Augustine observed, is the awareness of time. It is time. It is the hymn of the Vedas that is itself the flowing of time. In the Benedictus of Beethoven's Missa Solemnis, the song of the violin is pure beauty, pure desperation, pure joy. We are suspended, holding our breath, feeling mysteriously that this must be the source of meaning. That this is the source of time.

  Then the song fades and ceases. 'The silver thread is broken, the golden lantern is shattered, the amphora at the fountain breaks, the bucket falls into the well, the earth returns to dust.' And it is fine like this. We can close our eyes, rest. This all seems fair and beautiful to me. This is time. (pp. 18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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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루타 겐지라는 일본인 작가의 만화이다. 극찬을 받길래 찾아 보았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보다 못했다. 현재 1, 2권이 나와 있는데, 2권은 1권 출간 후 4년 6개월만에 나왔다(2018년 7월 국내 출간). 과작으로 알려진 작가이지만 한 권 한 권이, 한 컷 한 컷이 예술이라나... 컴퓨터가 아닌 펜으로 직접 그리고... 뭐 칭찬이 이해 가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일본인 특유의 디테일에 대한 집착도 보이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처럼 비행기--특히 복엽 수상기--가 중요한 테마이기도 하고, 여자 주인공이 나온다는 점도 일본 만화의 한 전통을 이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내용을 떠나, 읽으면서 생각했던 불만은 종종 비행기와 사람의 비율이 맞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다음은 그 예이다.



맨 밑의 그림을 보면 비행기의 크기에 비해 사람이 너무 작게 그려져 있다. 다음은 인터넷에서 찾은 동일한 비행기(영국의 소드피시Fairey Swordfish)이다. 아무리 일본인의 체구가 작다고 해도 비율이 틀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소드피시 비행기, 특히 수상기 버전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남은 것이랄까, 그 외에는... 참, 2권도 스토리의 종결이 아니다. 3권이 또 나와야 하는데 언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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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9-25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증 오류 아니면 작가가 의도적으로 비행기의 크기를 크게 그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blueyonder 2019-09-25 16:40   좋아요 0 | URL
비행기가 주인공처럼 많이 나오는데요, 전반적으로 사실적으로 잘 그려져 있습니다. 제 짐작에 작가가 비행기의 3D 그래픽이나 모형을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위에 그려진 사람의 비율은 들쑥날쑥입니다. 어떤 때는 사람이 너무 크게 그려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의 마음이겠지만, 저는 그런 것이 거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