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 익스프레스 - 유전자의 실체를 벗기는 가장 지적인 탐험 익스프레스 시리즈 2
조진호 지음, 김우재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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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호 작가의 만화로 보는 과학 탐구 시리즈 중 세 번째로 읽은 책이다. 첫 번째는 중력의 비밀을 살펴보는 <어메이징 그래비티>(추후 <그래비티 익스프레스>로 재발간), 두 번째는 원자의 신비를 알아보는 <아톰 익스프레스>였다. 이 시리즈를 만화라고 얕보면 안된다. 조진호 작가는 말랑말랑하게 소화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 그러한 지식에 도달했는지를 매우 치밀하게 그려낸다. 거의 과학사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책에서는 조진호 작가의 전공 분야인 생물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인 '유전자'에 대해 다룬다. '유전자' 하면 다들 DNA가 떠오를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다 알고 있는 지식만을 향해 나아가는 뻔한 전개는 아니다. DNA 발견까지의 과정도 꼼꼼히 다루지만, DNA의 발견을 넘어서서 현재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유전'이라는 현상에 대해서도 꽤 심도 깊게 묘사한다. 결론을 이야기 하면 '유전' 현상이란 DNA만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DNA는 그 일부분일 뿐이다. 생명체란, 요즘 많이 얘기되는 '창발emergence'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부분을 알았다고 해서 전체를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부분이 모여서 계system를 이룰 때 새로운 차원의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를 '창발'이라고 한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DNA나 단백질 같은 물리적 객체가 유전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며, 유전을 절대 대표할 수 없다.

유전은 하나의 거대한 현상이고 과정이며, 그 자체이다. (394 페이지)


각 장chapter이 시작될 때마다 인용문이 있는데 그중 마음에 남는 몇 가지를 다음에 옮긴다.


유전자는 비주기적 고체이다. - 에르빈 슈뢰딩거

생명의 투쟁은 물질에 대한 투쟁도 아니며 에너지에 대한 투쟁도 아니다. 뜨거운 태양에서 차가운 지구로 전달되면서 이용이 가능하게 되는 엔트로피에 대한 투쟁이다. - 볼츠만 (129 페이지)

여러 사항을 그럴듯하게 연결시켜 놓긴 하지만, 이를 통해서 진리를 얻는 건 아니거든요. 이 세상은 과학이 허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놀랍고 복잡합니다. - 바버라 매클린톡 (285 페이지)


생명 현상에 대해 진득하게 고민해 보길 원하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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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9-10-0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리즈 완전 감사인사 드리며 읽는 중입니다. 어렵지만 재독의 가치가 충분히 있고 세계출판시장에 내놓고 싶은 퀄리티

blueyonder 2019-10-02 11:53   좋아요 0 | URL
네 참 대단한 시리즈라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