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 -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과학 고전 50
강양구 외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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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도 나오듯이, 과학 '고전'은 인문 '고전'과는 다르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인문 고전은 대개 원전이지만 과학에서 원전은 일반인은 읽기 어려운 논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책 중 그 중요성과 읽는 재미, 의의의 측면에서 '고전'이라 할 만한 책 50권을 선정하여 소개해 주고 있다. 7인의 저자가 인터넷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인데, 각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더해져 소개의 내용을 풍부하게 해 주고 있다. 혹시 과학에 대해 알고 싶은데 무슨 책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50권 중 한 권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저자들은 소개하는 책들을 먼저 읽은 사람으로서, 각 책의 의의와 내용을 나름의 방법으로 잘 펼쳐내어, 정말 그 책을 찾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역할을 잘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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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12-22 1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지만 읽으면 또 읽고 싶은 책이 한가득 늘어날꺼 같다는ㅠㅋ

blueyonder 2017-12-22 18:55   좋아요 1 | URL
읽고 싶은 책들이 정말 많지요? ^^ 쓸 수 있는 시간의 유한함을 탓할 수 밖에요...

AgalmA 2017-12-22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학책 보다가 수학이며 생물학 공부까지 넓혀지니 과학 문제만이 아닙니다ㅜㅜ

blueyonder 2017-12-23 12:51   좋아요 1 | URL
독서가 정말 끝이 없지요? ^^ 자꾸 책을 더 많이 읽고 싶은 조바심이 생기지만, 저는 그냥 읽는 자체를 즐기자는 쪽으로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 중입니다.
 
빛의 물리학 - EBS 다큐프라임
EBS 다큐프라임 [빛의 물리학] 제작팀 지음, 홍성욱 감수, EBS MEDIA 기획 / 해나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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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의 6부작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옮겨 놓았으며 현대물리학의 핵심적 주제를 다룬다. 1장은 특수상대성이론, 2장은 뉴턴의 중력 및 일반상대성이론, 3장은 갈릴레오에서 뉴턴, 패러데이를 거쳐 맥스웰을 통해 다루는 빛의 본성, 4장은 보어의 원자모델까지 다루는 원자론, 5장은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의 이야기인 양자론, 6장은 이에서 더 나아간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 및 끈이론에 대한 논의이다. 현대물리학 6부작 구성하면서 이보다 더 잘 주제를 고를 수는 없을 것 같다. 300여 페이지의 얇은 책에 빛이라는 주제를 통해 물리와 자연에 대한 근원적 탐구와 그 역사를 잘 펼쳐놓았다. 물리학 및 현대 물리학에 입문하려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저자로는 “EBS 다큐프라임 <빛의 물리학> 제작팀”이라고 적혀있는데 아마 방송작가가 많은 분량을 적었으리라는 짐작이 든다. 아마도 비전공자인 저자(들)의 글은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으로는 


  이제야 우리는 언제나 같은 속도로 쉬지 않고 달려오는 빛의 비밀을 엿들었다. 빛은 과거로부터 온 소식이다. 가볼 수 없는 우주의 비밀을 가지고 우리에게로 온다. 현재에 붙잡힌 우리는, 언제까지나, 빛을 동경한다. (53 페이지)


와 같은 감성적인 문장을 들 수 있겠다.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도 장점에 속한다고 보겠다. 하지만 잘못된 설명이나 용어의 사용은 분명한 단점으로 지적되어야 한다. 다음에 단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나열한다.


왜 행성(또는 달)의 궤도가 원이 아니라 타원인지에 대한 설명은 분명히 잘못된 설명이다. 


  만약 두 개의 행성의 질량이 똑같다면 만유인력에 따라 행성이 움직이는 중심축은 두 물체의 가운데에 생긴다. 그리고 행성은 원운동을 할 것이다. 

  그러나 한 쪽의 질량이 더 크다면 그 축은 질량이 큰 행성 쪽으로 이동한다. 지구와 달의 질량은 차이가 많이 나므로 중심축은 지구 안에 있다. 달은 이 축을 중심으로 회전한다. 달이 타원으로 도는 것은 이 때문이다. 태양을 도는 모든 행성은 타원으로 돈다. 서로 질량이 다르고, 서로 다른 크기의 힘이 미치기 때문이다. 케플러의 궁금증은 이렇게 풀렸다. (86페이지)


위의 설명은 분명히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위의 설명이 맞다면 두 물체(태양과 행성, 또는 지구와 달) 사이의 질량 차이가 클수록 궤도는 더욱 심한 타원이 되어야 한다. 궤도가 얼마나 타원인지 하는 것은 두 물체의 질량 차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단지 두 물체의 에너지에만 상관이 있다. 실제로 태양과 엄청난 질량 차이를 보이는 지구의 궤도는 거의 원이다.


에너지 양자에 대한 설명도 잘못됐다. 플랑크의 양자 가설에 대한 설명이다.


  이 문제를 붙들고 있었던 막스 플랑크는 마침내 답을 찾아 낸다. 각 파장들의 진동수마다 에너지가 동일하게 분배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간단해졌다. 그러니까 흑체에 열을 가했을 때 나오는 모든 파장이 다 에너지를 갖는 게 아니라 어떤 파동은 에너지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206 페이지)


어떤 파동은 에너지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라는 말은 분명한 오해이다. 모든 파동은 에너지를 가지며 그 에너지는 진동수에 비례한다는 것(그 비례상수가 플랑크 상수)과 흑체에서 방출되는 에너지가 이렇게 주어지는 단위 에너지의 정수 배라는 것이 플랑크의 에너지 양자 가설이다. 방출되는 에너지가 단위 에너지의 정수 배라는 사실이 에너지가 특정한 양을 가진 덩어리[에너지 양자]로 방출된다는 뜻이다.


양자론의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도 부정확하다.


  결국 우리는 전자가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코펜하겐학파가 최종적으로 생각한 원자 모델은 다음과 같다. 전자는 안개처럼 뿌옇다. 이전 세상은 모든 것이 예측 가능했지만, 이제 세상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정성으로 가득 찬 모호한 세계가 되고 말았다. (271 페이지)


불확정성을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오해이다. 불확정성이란 우리가 측정하여 알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이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다음 순간 전자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확률적으로 그 위치를 예측할 수 있다. 고전물리학과는 다르지만 양자역학에서도 여전히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면 과학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 외에도 부정확한 용어의 사용들이 눈에 띈다. 중력에 의한 가속이 사실은 가속되는 우주선 내에서 느끼는 것과 동등하다는 ‘등가원리’를 설명하는 부분은 이렇다: “[가속되는] 우주선 안의 물체들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가속이 진행되는 반대 방향으로 힘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것은 그쪽으로 중력을 받았다는 말과 같다. (92 페이지) 일상적으로는 이렇게 얘기할지 몰라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가속이 진행되는 반대 방향으로 힘을 받았다는 표현은 오해를 야기한다. 실제로 작용하는 힘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반대 방향으로 힘을 받은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것뿐이다(그래서 ‘등가’ 원리이다). 


또 다른 예는 굴절률이라는 용어의 사용이다. 굴절률은 물체의 성질로서, 진공에서 빛의 속력을 매질 내에서의 빛의 속력으로 나눈 값으로 정의된다. 굴절률이 1.5라는 얘기는 매질 내에서의 빛의 속력이 진공에서의 속력보다 1.5배 느려진다는 의미이다. 책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들이 나온다. 뉴턴이 빛을 가지고 한 실험에 대한 내용이다.


덧문 틈으로 들어온 흰색 빛이 프리즘을 통과해 3.6미터쯤 떨어진 판자에 떨어지게 한다. 그러면 가로로 길쭉한 모양의 스펙트럼이 나온다. 뉴턴은 여기에다가 새로운 단계를 덧붙인다. 판자에 구멍을 뚫어 그중 빛 한 줄기를 잡아서 두 번째 프리즘을 통과시켜 다른 벽이 떨어지게 한다. 빛 한 줄기는 처음 굴절할 때나 나중에 굴절할 때나 똑같은 굴절률을 보인다. 프리즘 때문이라면 두 번 프리즘을 통과한 색은 굴절률이 달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프리즘에서 나타났던 파란색의 굴절 각도는 두 번째 프리즘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150 페이지, 밑줄 추가)


위 인용의 굴절률 표현은 잘못됐다. 아마 저자는 나중에 나오듯이 굴절 각도를 의미했던 모양이다. 굴절률이 그저 굴절되는 정도를 나타낸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굴절률에는 진공 대 매질의 속도 비라는 엄밀한 정의가 있다. 이러한 잘못된 표현은 나중에도 각 색깔들은 고유한 굴절률을 갖고 있었다. (152 페이지)와 같이 반복된다.


오자도 눈에 띈다. “러더퍼드는 원자가 원자핵을 돌고 있는 원자 모델을 구상했다. (196 페이지)에서 처음의 “원자”는 ‘전자’여야 한다. 전자의 크기는 원자핵보다 훨씬 작다. 원자 크기의 10만 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면 나머지는 뭘까? 진공이다. (198 페이지)에서 전자의 크기는 원자핵보다 훨씬 작다는 ‘원자핵의 크기는 원자보다 훨씬 작다’라고 해야 맞다.


잘못된 용어도 있다. “물질파의 수축 (262 페이지)”이다. 보통은 “수축”이라고 하지 않고 붕괴collapse라고 한다. 붕괴표현이 이상해서 “수축”으로 바꿨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만 “수축”이라고 하면 이상하지 않겠는가.


위에 적은 것 외에도 자잘한 것들이 좀 더 있지만 생략한다.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다양한 컬러 그림과 사진이 있다. 이 부분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림에서도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역시 생략하겠다. 장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부정확한 내용들로 인한 단점이 이 장점들을 상쇄시키고 있는 것이 무척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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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와 괴짜들의 일본 과학사 - 개국에서 노벨상까지 150년의 발자취
고토 히데키 지음, 허태성 옮김 / 부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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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士’라고 쓰면 보통 우리는 글 읽는 선비, 즉 ‘문사’를 떠올린다. 하지만 일본은 ‘士’를 보통 ‘무사’라고 받아들인다. 사실 무사도 ‘士’이다. 문반, 무반 합쳐서 양반이라고 배우지 않았던가.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士는 문사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문사는 아무래도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에 치우치기 쉽다. 반면 무사는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문사는 방안에서 글을 읽지만 무사는 전장에서 적과 마주친다. 글을 읽다가 죽는 일은 흔치 않지만 적과 싸우다가 죽기는 쉽다. 우리는 문사 우위의 사회였고 일본은 무사 우위의 사회였다. 결국 이러한 차이가 양국이 근대 서양과학을 받아들이는 자세에서도 차이를 가져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개국에서 노벨상까지 150년의 발자취”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로부터 시작한다. 유키치하면 보통 일본의 계몽사상가이며 1만 엔권 지폐에 초상화가 들어가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유키치 역시 하급 무사집안 출신이었다. 그는 1858년 네덜란드 학문을 배우는 난학숙蘭學塾을 세웠으며 이는 이후 명문 게이오대학慶應義塾大學이 된다.


1868년 후쿠자와 유키치는 <훈몽궁리도해訓蒙窮理圖解>, 요즘 말로 하면 ‘도해 물리 입문’이라 할 만한 책을 출판했다. 이 책은 ‘궁리열窮理熱’이라 불리는 출판 붐을 일으켰고 이후 수십 권의 물리 입문서가 잇따랐다. (20 페이지)

  일본은 유사 이래로 모든 것을 중국에서 배웠다. 그러한 대국 중국이 아편 전쟁으로 영국에 유린당하자 유키치는 물론이거니와 마쓰시로松代의 사쿠마 쇼잔佐久間象山, 조슈長州의 요시다 쇼인吉田松陰과 다카스기 신사쿠高杉晉作, 도사士佐의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도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한학은 사상성에서는 뛰어나지만 새 시대의 역할을 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시라도 빨리 사이언스(물리 등 실학)를 배워 일본도 서양의 군함인 흑선黑船을 가져야만 했다. 
  한편 조선에서는 개화파가 근대화와 청나라로부터 독립을 도모하고 있었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개화파 김옥균 등을 게이오 의숙에 받아들었다[원문 오타]. 하지만 그들이 일으킨 쿠데타 갑신정변은 청에 의해 실패하고 말았다. 일본인이 학살되고 제자도 무참하게 처형된 사실에 유키치는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는 태도를 바꾸어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주장했다. 아시아 동포를 도울 여유 따위는 일본에 없다, 그들을 동포로 생각할 게 아니라 서양 열강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다시 말하면 일본도 제국 열강의 식민지 쟁탈에 나서지 않으면 자신들이 제국의 식민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지금도 일본 국내외로부터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일본을 둘러싼 현실에 직면하여 휴머니스트인 유키치는 이상주의자이기보다는 현실주의자가 되는 편을 선택했다. 그 때문에 무장을 뒷받침하는 물리학이 필요했다. 유키치가 물리에 주목한 데에는 그러한 불가피한 사정도 있었다. (21 페이지)


유키치가 물리를 공부하고 책을 펴낸 동기가 인상 깊다. 자연에 대한 이치 탐구가 아니라 부국강병, 무엇보다도 강병을 위해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 열강의 식민지 쟁탈전에 참여했다는 변명.) 결국 일본의 물리학자들은 현대물리학의 태동기부터 그 발전에 참여할 수 있었다. 책에 나오는 초창기의 일본 물리학자들은 다음과 같다. 


야마카와 겐지로山川健次郞: 1871년 예일대학에 입학, 3년간 물리학을 배운 후 이학사가 되어 귀국. 도쿄 대학에서 가르치며 물리학에서 첫 번째 일본인 교수가 됨. 일본 최초로 방전 램프와 뢴트겐 선 실험.


나가오카 한타로長岡半太郞: 오스트리아 빈 대학 볼츠만 교수 연구실로 유학. 1904년[Wikipedia에는 1901년으로 나옴] 귀국해 도쿄 대학에서 원자 물리학 연구. 우리가 보통 러더포드 모형이라고 알고 있는 원자 모형을 나가오카가 먼저 주장했다고 나온다(‘나가오카의 토성 모델’). 러더퍼드는 토성 모델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것이라고.


니시나 요시오仁科芳雄: 나가오카 한타로의 제자. 1921년 케임브리지에서 러더퍼드의 지도로 실험물리학 공부. 2년 후 러더퍼드의 제자인 덴마크의 보어에게로 가 6년간 양자역학 공부. 이화학연구소 최연소 정규 연구원. 1937년 일본 최초로 입자가속기인 사이클로트론 완성.


그 이후 세대는 우리가 많이 들어 알고 있는 도모나가 신이치로朝永振一郞,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등이 나온다. 도모나가는 1938년부터 하이젠베르크 밑에서 2년간 유학을 했다. 


일본 물리학자들이 유학해서 배운 학자들의 이름이 어마어마하다. 우리는 어땠나 찾아보니 연희전문에 수물과가 생긴 것이 1915년 4월이고 1919년에 최초로 4명이 졸업했다고 한다[1]. 이중 이원철은 1922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1926년 미시간 대학에서 천문학 전공으로 한국인 최초의 이학박사가 된다. 일제시대에 이공분야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10여 명 밖에 안 된다는데, 이중 물리학과 천문학 분야는 단 4명이었다고 한다. 이 중에는 평양 숭실전문 문과를 졸업하고 1928년 미국 퍼듀대학에서 물리학 박사를 받은 조응천, 연희전문 수물과를 1926년 졸업하고 1932년(1933년?) 미시간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가 된 최규남, 연희전문 수물과를 1930년 졸업하고 1940년 교토 제국대학에서 물리학 박사를 받은 박철재가 있다. 경성 제국대학은 1924년 설립되었는데 법문학부와 의학부만 있다가, 중국과의 전쟁이 격화되면서 1938년 이공학부가 설치되었다고 한다. 교수진은 모두 일본인이었다. 우리가 처음 서양물리학을 받아들인 시기가 일본과 약 50년이 차이 나고 연희전문에 수물과가 생긴 이후 식민지배가 끝날 때까지 또 30년이니, 제대로 된 물리학의 시작이 일본보다 약 80년은 뒤처져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은 1949년에 유카와가 최초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는데, 그렇게 보면 우리가 아직 노벨 과학상을 받지 못한 것이 이상하지 않다. 


책에는 물리학뿐만 아니라 다른 과학 분야에서도 일본인들의 자부심이 넘쳐난다. 일본인들은 정말 자신들이 ‘아시아의 유럽’이라고 생각한다. 식민지배에 나선 과거 때문에 경계심과 거부감이 들긴 하지만 일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일본 역사와 버무려져서 워낙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기 때문에 앞에서 나온 인물들을 자꾸 잊어 버리게 된다(그래서 책 뒤에는 간단한 인명사전도 있다). 


우리 물리학도 과거에 일본의 식민지배가 없었다면 적어도 발전이 30년은 당겨지지 않았을까. 다른 과학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해방 후에는 한국전쟁까지 있었으니 우리 과학기술계가 제대로 된 고민과 발전을 하기 시작한 것은 길게 봐야 60년 정도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이제 이만큼 경제발전을 이루었고 과학기술도 적어도 겉으로는 외국에서 무시 못할 정도는 됐으니 자랑스럽게 여겨도 되지 않을까. 물론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겠지만…


재미있는, 하지만 현실적인, 교수 유형 구분이 나오는데 방목형과 군대형이 그것이다(79~80 페이지). 뜻은 말 그대로다. 야마카와 겐지로, 유카와 히데키, 난부 요이치로南部陽一郞는 방목형 교수였고, 나가오카 한타로, 도모나가 신이치로는 군대형 교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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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1205N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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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8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운전하면서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한다. 운전이란 A에서 B로 가는 수단일 뿐이고 그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는 생각이 들지만, 음악을 들으면 그 시간 자체가 의미 있게 느껴진다. 특히 어두운 밤에, 음악을 들으며 운전하면 마음이 차분히 정리되고, 감상적이 되고, 추억도 생각나고, 외로움도 정겹게 느껴진다. 평소에 음악을 차분히 감상할 시간이 얼마나 되겠는가. 


오늘도 음악을 들으며 운전하고 있었다. 음악만 나와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이 듣는다는 MBC 라디오... MBC 라디오가 20일인 내일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한다. 음악 때문인지, 그 동안의 사연 때문인지, 왠지 눈가가 촉촉해졌다. 세상은,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그래도 조금씩 바뀐다. 어두움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이 왔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MBC의 정상화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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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2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퇴근 버스 탈 때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듣는 것을 좋아해요.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도로가 막혀도 참을 수 있어요. ^^

blueyonder 2017-11-20 13:37   좋아요 0 | URL
공감합니다. 음악이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대단하고 유쾌한’이란 가벼운 이름과 달리 여러 중요한 주제에 대해 정공법을 택하여 잘 다루고 있다. ('유쾌한' 이란 말은 저자가 중간중간 농담을 시도하기 때문에 붙인 것 같다.) 물질, 빛, 전자기학 등 핵심적 물리학 주제들이 다양한 학자들과 그 배경이 되는 역사와 함께 소개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물리학 주제로 들어가기 전에 과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기술하고 있다. 물리가 무엇인지, 그 개념과 배경, 역사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그림이나 사진은 별로 없다. 화려한 컬러 그림이나 사진과 함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장치들의 물리학적 원리를 찾아보는 <일상 속의 물리학> 류는 결코 아니다. 


다음은 과학에 대한 일반론이 논의되는 서론 부분:


  모든 난관은 실재(reality)가 우리가 만든 현실에 대한 이론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데에서 비롯된다. 실재 세계에서는 지극히 사소한 사건도 무수히 많은 원인과 또 그만큼 무수히 많은 결과에 연관되어 있으며, 원인과 결과 사이에 불균형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른바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가 그런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재 세계를 이론적 모형으로 만들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그래서 실재 세계를 이해하려면 우선은 그 실재 세계를 단순화시켜서 중요한 법칙들을 이끌어내고, 그런 다음 우리가 할 수 있는 관찰과 실험에 근거해서 그 법칙들이 유효한지 확인해야 한다… 과학의 속성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실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실재에 대한 모형(模型, model), 즉 일정한 틀 안에서 실재와 같은 방식으로 돌아가는 모형을 만드는 데에 있다. 어떤 분야의 것이든 과학은 근사치에 지나지 않으며, 실재 세계가 아닌 그 이론적 모형만을 제공한다. (21~22 페이지)

… 자연은 아무리 머리가 뛰어난 사람도, 아무리 어려운 계산을 할 수 있는 기계도 어쩔 수 없을 정도의 복잡성을 가지고 있다. 실재 세계는 우리의 능력 밖에 있으며,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23 페이지)

  과학은 끊임없는 단순화를 거치면서 모형을 만든다. 이 모형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실재와 혼동되면 안 된다. 모형은 특별한 조건이 부여된 일정한 틀 안에서 실재 세계를 설명한다. 그래서 모형은 저마다 한계가 있다. (24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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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7-11-18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리뷰를 읽지만 뭔말인지 이해가 잘안돼서 그냥 좋아요. 누르고 가는 1인 입니다. 어렵다고 생각해서 밀치는지 아님 진짜 어려워서 접근을 못하는지
과학서는 자꾸 안읽게 되네요. 아무튼 대단하세요^^

blueyonder 2017-11-18 16:01   좋아요 1 | URL
아이쿠 죄송합니다. ^^;; 그럼에도 읽어 주셔서 감사하구요.
과학 서적에는 아무래도 진입 장벽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용어라도 알아야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겠지요. 이공계가 아니어서 학교에서 배운 부분도 별로 없을 때는 정말 딴 세상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ㅠ

cyrus 2017-11-20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과학에서 말하는 ‘모형‘을 ‘가설‘과 조금 비슷한 의미로 보고 싶어요. 가설은 어떤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가정이니까 과학자들은 검증을 통해 가설이 진리가 될 수 있는지 아닌지 판단합니다. 그래서 유력한 가설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

blueyonder 2017-11-20 13:3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동의합니다. ‘모형‘과 ‘가설‘은 거의 교환해서 써도 괜찮을 것 같네요. ‘가설‘이라고 쓰면 그 임시성이 더욱 두드러지는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