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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무엇을 얘기하려는 것일까.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의 상처... 그들 옆에 머무는 죽음들... 이렇게 환상으로 벗어나는 이야기들은 <파이 이야기>를 쓴 얀 마텔의 스타일이기도 하다.
죽음은 둘로 나뉜다. 남의 죽음과 나의 죽음. 이 둘 사이에는 헤아릴 수 없는 간극이 있다.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도 둘로 나뉜다. 남의 이별과 나의 이별. 막상 나에게 이별이 닥치면 그것은 객관화가 불가능한 인생 최대의 사건이 된다. 마치 나의 죽음과도 같이.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은 남아 있는 이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떠나간 이는 내 옆에 계속 머물며 나에게 말을 건다. 세월이 약이라지만, 진정 사랑했던 사람에게 세월은 과연 치유를 주는가. 아마 그럴수도, 하지만 완치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유인원(으로 상징되는 것)이 이로부터의 구원일까. 과거가 없고 현재만 사는 삶, 미래 또한 없는 삶? 얀 마텔이 유인원--침팬지--를 통해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한 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얀 마텔은 이야기를,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얽혀 있는 사건을 통해 80여 년을 이어지는 이야기가 인간사의 우연성과 필연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네 삶이 서로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도... 읽으면서 왠지 예전에 봤던 영화 <바벨>이 생각났다.
결론? 매우 열려 있는 책. 또한 나 자신의 상처를 생각나게 하는 책. 책이 주는 위로가 있는가? 아파하는 다른 이들을 보는 것도 위로가 될 수 있다.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음을 느끼니까. 그것이 위로라면 위로랄까...